2024-04-20 13:21 (토)
제3의 길
제3의 길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6.01.03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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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새해가 밝았으나 국민의 얼굴은 밝지 못하다. 미래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말에는 풍성하게 나눠 갖곤 하던 새해 달력조차 구경하기 힘들었다. 달력 비용조차 아껴야 할 정도로 기업들이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떠나 외국에 살고 싶다는 청년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런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할 국회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31일 본회의에서 쟁점이 없는 212개 법안은 통과시켰지만 선거구 획정과 노동개혁 5법 등 쟁점법안은 처리하지 못했다. 헌법기관이 헌법을 무시하는 사상 초유의 선거구 실종사태가 벌어져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이 국회다. 그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말만 쏟아낸다. 무능ㆍ불임 국회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도를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후안무치한 여ㆍ야는 출범도 하지 않고 정체성도 아직 알 수 없는 안철수 신당에 기대를 거는 국민의 마음을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뼈를 깎는 자성의 모습을 보여도 모자랄 판에 시간이 지나면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중이다. 오죽했으면 국민들이 내 아이를 버리고 태어나지도 않은 남의 아이를 사랑하겠다고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한나라가 발전을 하려면 국민이 공유하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정신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험이 있다. 외환위기 때는 금모으기운동도 했다. 보통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절박함과 열정으로 또 하나의 시대정신을 공유해야할 때가 왔다는 인식이 넓혀져 가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저 지경이니 국민들이 나서서 뭔가 해야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확실해 보이는 건 현재의 정치인들과 정치구조로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에서는 기성정치권에 경고를 주는 정도가 아니라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 그 방향은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의원의 국회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국민의 국회를 만드는데 있다.

 많은 국민들이 지금까지 기성정치권에 실망했어도 ‘도로’ 자기가 지지하던 정당에 표를 던질 수 밖에 없었다. 마땅한 대안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안철수 신당은 그 물꼬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선거에서는 양당만 있었을 뿐 제3의 길이 없었다. 안철수 신당은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안철수 신당이 대안이라는 말로 오해될 수 있으나 그런 것은 아니다. 정치권을 재편하는 동력으로 삼자는 말이다. 이를테면 보수우익, 진보좌파, 중도세력으로 재편하는 것은 그 답이 될 수 있다. 이런 정치구조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밥상을 국민들이 입맛대로 차릴 수 없다는 데 있다. 주어진 밥상 중에서 골라 먹어야 된다면 도로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 이런 불행을 막으려면 시민사회가 움직여야 한다. 그럴려면 지금까지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 종전처럼 특정정당에 경도된 의사표시를 뛰어넘는 새로운 제3의 길을 고민해야 한다. 낙천낙선운동때의 열정이라면 못할 것도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시민사회가 움직인다는 이야기는 없다. 시민사회는 기존 질서와의 고리를 끊고 정부와 극좌를 비판하는데는 앞장섰던 그 열정을 다른데로 돌릴 필요가 있다. 백년하청(百年何淸)인데 기성정치권에 뭘 기대할까.

 기성 시민사회가 못한다면 침묵하던 보통의 사람들이라도 세를 모아 나서야 한다. SNS를 통해 이런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간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유권자도 지금까지의 선택기준이 바람직 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지역, 우리당이라해서 찍었던 그들이 대한민국을 지금처럼 위태롭게 만들기까지 무슨 짓을 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모순과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바꾸는 것이 가정 먼저다. 그래야 청년실업, 복지문제, 비정규직 문제, 성장의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지금 현시점에서 우리가 채택해야할 시대정신은 정치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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