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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실낱같은 꿈이라도
새해 실낱같은 꿈이라도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12.27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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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2015년 첫날의 다짐도 허언인 듯,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또 다른 새해가 코앞인 12월을 맞았지만 우리 사회는 갑(甲)질과 꼼수로 넘쳐나고, 배신과 진실의 구분에 모두가 헷갈려한다.

 ‘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담아 걸었던/ 한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나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이해인 수녀 ‘12월의 시’)

 그 고마운 시간의 틈새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로 구분되는 ‘수저계급론’은 노력과는 상관없이, 부모의 부(富)에 따라 계층이 정해진 현실이 뼈아프게 반영된 것으로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시대란 게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젊은 층이 느끼는 고통스런 대한민국의 현실이 헬조선(hell+조선)에 함축된 것은 미취업이 삼포시대를 넘어 자조적(自嘲的)오포시대란 것에 답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도 분배구조, 취업, 복지 등 한국 사회 각 부문에 대해 국민들은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 불신사회를 꼽는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5 사회통합실태조사 분석결과’ 경제ㆍ사회적 분배구조의 공정성에 대해 27.7%, ‘대기업ㆍ중소기업 관계’ 공정성은 25.7%에 그쳤다. ‘정치 활동’(30.0%), ‘취업 기회’(35.4%), ‘법 집행’(37.9%), ‘과세 및 납세’(38.5%), ‘언론보도’(39.2%), ‘성별에 따른 대우’(47.0%), ‘병역의무 이행’(48.2%)이 빈부 격차에 대한 갈등은 84%, 보수와 진보 간 이념 갈등은 86.7%, 국민과의 소통도 20%에 그칠 뿐 모두가 불신사회를 방증하고 있다.

 부모형제간 싸움질이 다반사인 재벌에 대한 불신도 다를쏘냐. 대기업이 부를 창출하면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 서민에게까지 돌아가는 ‘낙수효과’는커녕 2, 3세 계열사가 싹쓸이한 부(富)의 집중은 양극화를 고착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끝 무렵에 터진 경남향토기업 오너의 처세는 경남을 부끄럽게 했다. 몽고식품 김만식 명예회장은 한국사회를 휩쓴 키워드 중 하나인 갑질의 결정판으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아랫사람을 과거 머슴 부리듯 한 여진은 불매운동조짐이고 또 다른 향토기업 M사마저 도마에 오르게 했다.

 점유율 85%로 전국 시도의 대표 주류보다 높은 애정을 보이지만 정작 기업에서는 도민들의 정성을 등한시한 채, 많은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환원사업은 미흡했다는 지적(2012년 6월, 경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가 기대난망이 아니길 바란다.

 굳이 교수들이 뽑은 ‘혼용무도(昏庸無道)’가 아니더라도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無道)’한 탓에 많은 국민들은 올 한 해 팍팍하고 어두운 터널과 같은 혼돈의 일상이었다. 위기의 경제는 서민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고용불평등, 대기업과 중소업체 간 불공정한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국민들의 대다수는 완생(完生)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생(未生)에 그칠 뿐이다. 국정이든, 도정이든 수장(首長)이 누구냐에 따라 발전과 퇴보는 극명하게 갈린다. 불통과 불신이 그 원인이라면, 완생을 위해 진짜 주인이 나서야 한다.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의 통치를 받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경구가 통렬하게 다가오기에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라면 증명하는 길은 그뿐이다.

 경남은 내년 총선에 이어 경남지사, 경남교육감의 동시소환 때, 지금까지의 공과(功過)를 분석하고 옳고 그름도 가려내야 한다. 비워야 다시 채우듯 새로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면, 새로운 다짐과 계획들로 가득 채워질 2016년이 더욱 힘차게 다가올 것으로 믿는다. 새해를 ‘병신년(丙申年)’이나 읊조리며 지저분하게 맞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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