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0:10 (토)
보여지는 모습 보이는 모습
보여지는 모습 보이는 모습
  • 김혜란
  • 승인 2015.12.23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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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는 시대다. 외모지상주의라는 말, 요즘은 잘 하지 않는다. 외모도 능력인 것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요즘 의대에서 최고로 치는 전공은 ‘성형전공’이라고 한다. 아마 경제적으로 수입이 많아서 최고라고 할 것인데 취업을 위해 하는 성형, 결혼을 앞두고 하는 성형, 수능 마치고 하는 성형에, 계를 들어서 일 년에 서너 번씩은 단체로 보톡스(?)를 맞는 주부들도 다반사니까 그럴 만도 하다. 어느 날 만난 지인의 얼굴이 너무 달라져서 깜짝 놀라면 요즘은 그런 얼굴이 유행이라고 태연하게 말한다. 남들의 그런 반응에 아주 만족해한다. 보여지는 것에 거의 사생결단 하는 것 같다. 이쯤 되면 겉모습은 내 것이 아니다. 내가 주인이 아니다. 보이는 것은 내가 주체지만 보여지는 것은 상대방이 주체이기 때문이다.

 사실, 얼굴이나 이름은 어찌 생각하면 내 것이 아니다. 내 얼굴을 나 스스로 유심히 들여다보고 사랑하는 것도 같지만 얼굴은 남이 보는 것이고 남이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 평가에만 연연해 하는 것은 불행하다.

 더 큰 문제는 평가 너머에 있다. 외모란 것이 늘 남이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 해도 나 스스로 그것의 내용과 어떻게 보일지를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이어야 한다. 어떻게 보일 것이라고 스스로 마음먹는 일은 자신이 주체지만, 남들이 어떻게 볼 것인지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질 것인지 전전긍긍하는 것은 모든 기준을 남이 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형의 유행도 따라야 하고 늘 남의 눈을 의식하고 살아야 한다.

 좀 다른 접근이긴 한데, 생각보다 심각한 이야기다. 얼마 전 직업체험 교육을 위해 부산의 모 중학교를 갔다. 분야는 아나운서 방송직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아나운서’였는데, 전문방송인을 ‘프리랜서 아나운서’라고도 부른다. 아직도 방송직은 아나운서가 대표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교육 담당부장교사가 만나자마자 이런 이야기를 한다. “신청한 학생이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많네요. 이상하네.”

 답은 간단했다. 구경하려고 신청한 것이다. 쭉쭉빵빵한 모습으로 텔레비전에서 활동하는 아나운서를 연예인처럼 여기고 구경하러 온 것이다. 아나운서나 방송인에 대한 편견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 같은 내 모습에 실망하는 것 같았고 뭔가 보고 싶었던 갈망을 끝내 채우지 못해 아쉬워했다. 물론 짧은 시간에 보여지다 보니 그랬을 수 있다. 긴 시간이 주어진다면 보이고 드러낼 수 있는 것은 꽤 많았을 것이니 다른 이유로 역시 아쉬웠다.

 짧은 시간 동안 보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환경 탓일 수 있지만 자칫 편견을 불러온다. 그 편견이 쌓여서 잘못된 가치가 돼 버릴까 봐 두렵다.

 첫인상 7초, 5초의 법칙을 말한다. 최근에는 취업 면접에는 첫인상 ‘3초’가 인생을 좌우한다고 외친다. 대체 3초 동안 보여지는 것이 얼마나 진짜일까. 수험생 입장에서 생각해도 그렇다. 남의 기준에 맞춰서 자신을 만들어 보이고 나면 그 이후 계속 남의 눈에 맞춰 살아가지 않으면 그 선택은 곧 끝나버릴 공산이 크다. 자신의 선택으로 실체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닌 ‘보여주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반드시 실패한다. 그리고는 외칠지 모른다. “내가 누구인지 말해줄 사람 없어요?” 왜 남에게 자신을 물어봐야 할까? 늘 남의 기준으로 보여주는 데에만 익숙해온 결과일 것이다. 자신은 자신이 제일 잘 알 수 있고 또 알아야 한다.

 우선 시간을 들여서 내가 누구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런 나를 갈고 닦아서 조심스럽게 혹은 과감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것이 진짜 모습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다.

 ‘미녀는 괴로워’란 영화에서 주인공은 노래 실력 하나는 정말 좋았지만 외모가 너무 추해서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성형을 선택했고 무대에서 사랑받았고 고백했다. 추한 모습이 원래 ‘나’라고. 이때 성형은 진짜 자신, 즉, 노래를 잘하는 자신을 드러내려는 도구일 뿐이다. 단지 도구에 불과한 것을 ‘나’라고 착각하고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해 애쓰는 가치관은 파기해야 할 파일 같은 것인데,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붙잡고 있다. 어찌 보면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보여지는 모습은 모두 가짜다. 자신 속에서 우러나서 보이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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