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8:38 (금)
핵가족 사회 대처하는 법
핵가족 사회 대처하는 법
  • 허균 기자
  • 승인 2015.12.23 0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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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균 제2사회 부장
 “스무 평 정도 되는 아파트를 구입해 이사를 갈까 고민입니다.”

 최근 술자리를 함께한 한 60대 중반의 은퇴 공무원이 내뱉은 말이다. 수년 전 정년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현재 김해 북부동에서 50평 이상되는 제법 큰 평수의 아파트에서 부인과 단둘이 생활한다고 했다. 공부를 이유로, 취업을 이유로 집을 떠난 그의 자식들은 수도권에서 생활하며 명절에나 간간이 찾아온다고 했다. 큰아들인 관계로 제사를 지내야하고 1년에 한 두 번씩 찾아오는 자식들과 친지들 때문에 젊어서 마련한 큰 주택을 없애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조만간 대궐 같은 자신의 집을 정리할 거라고 했다.

 지인의 처지처럼 우리 사회는 대부분 핵가족화 돼가고 있다. 핵가족은 부부와 미혼의 자녀만으로 이루어진 형태의 소가족을 말한다. 핵가족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인류학자 G.P.머독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종전까지의 부부가족이나 소가족보다 적절한 표현이라 국제적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대 한국사회의 가족 구조는 G.P.머독이 처음 사용한 핵가족이라는 키워드로 정의내릴 수 있다. 60ㆍ70년대부터 시작된 급격한 산업화는 대도시 위주의 성장정책, 노동자 계급의 양산을 필요로 했다. 이런 사회적 구조는 대가족 혹은 부락 공동체로 대변되던 기존의 한국 사회의 가족 구조 붕괴를 야기했다.

 노동자 계급을 필요로 했던 사회는 농촌의 젊은이들을 도시로 몰려들게 했고 그들은 지금까지 가족 구성원을 이뤘던 그들의 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본인과 배우자, 그리고 자녀라는 단순 구조의 가족을 구성하게 했다.

 이러한 변화는 70ㆍ80년대 이후 가장들에게 더 이상 그들의 부모를 물리적으로 부양하지 않아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정당성을 갖도록 했다.

 핵가족 사회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보다는 서양에 기초를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핵가족 구조는 서구사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리적 부양은 하지 않되 물질적 부양을 하거나 부모의 말년에는 모시고 사는 것이 자식 된 도리 혹은 사회적 통념이 된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민 절반 이상이 노부모를 부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65세 이상 시민 10명 중 8명도 자녀와 함께 살고 싶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들도 먹고살기 힘든 자식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되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다. 물질적 부양 혹은 부모의 말년만을 책임지도록 했던 사회적 통념도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족 간 응집력의 약화는 시민들의 결혼관도 바꿔 놓았다. 결혼에 대해 시민의 63.3%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33.3%는 ‘선택사항’으로 여겼다는 조사결과가 이를 잘 반영한다. 성별로는 남성(67.2%)이 여성(59.5%)보다 ‘해야 한다’는 비율이 더 높아 남성이 여성보다 가정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해도 문제다. 물가인상, 교육비에 대한 부담 등으로 결혼을 한 부부도 자식낳기를 꺼려한다. 남아선호사상, 대를 이어줄 후손의 필요성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시민들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할 수 있겠다.

 자식들은 부모 모시기를 힘들어하고 노부모들도 자식들의 짐이 될까 두려워하는 시대다. 여기에 자식을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의 결여로 자식낳기도 꺼려한다면 결국 가족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족의 해체는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사회적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노부모 부양에 대해 국가와 사회의 책임의식도 간절하지만 시골 노부모에 물질적인 지원이 어렵다면 자주자주 안부를 물어 살펴 가족관계를 돈독히 하는 지혜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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