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00:18 (일)
관용과 도학 정치 기대한다
관용과 도학 정치 기대한다
  • 박태홍
  • 승인 2015.12.21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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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정국이 어수선하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이다. 야당의 분열, 선거구획정의 미완성, 노동개혁법안과 경제활성화법안의 미처리, 알맹이 없는 8년 만의 남북당국자 회담과 세월호 침몰사건 청문회, 엄격한 법 적용의 CJ회장의 최종심판결 등 무엇 하나 국민의 정서와 심사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게 없다. 게다가 내수경기도 불황이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과 상인들은 납부해야할 각종 공과금과 세금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 마지막 달을 보내는 국민들의 마음은 한결 더 무겁기만 하다. 올해는 사는 게 힘들었지만 다가오는 2016년 병신년은 희망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 모두는 정부당국과 함께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발상이 국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안거낙업보다는 자기네들의 정권교체에 무게중심을 둔 정치를 펼쳐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3년의 혁신이 30년의 성장을 가져다준다는 박근혜 정부도 문제다. 선거구획정도 그렇지만 노동개혁법안과 경제활성화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 파장도 결국에는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정부당국과 함께 이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할 여당은 현 상황을 국회의 비상상황이며 국가의 비상사태로까지 규정하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지만 야당은 묵묵부답이다.

 야당 또한 국민의 정서와 나라살림은 뒷전이고 집안싸움에만 혈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문재인 대표와 함께 이끌어가던 안철수는 탈당, 야당분열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둘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정부당국과 새누리당을 견제해도 모자랄 판에 안철수는 당내의 혁신을 문제 삼고 훌훌 떠나 버린 것이다. 이 같은 안의 정치적 행보를 정치평론가들은 비판하면서 못마땅해 한다. 이는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연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안철수는 정치적 경륜에 비해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인물이기에 더욱 그렇다.

 안철수는 넓은 사고와 과감한 판단력이 있어 대통령도 서울시장도 될 수 있었던 그런 위치에 갔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두를 박원순 서울시장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통령 후보자리를 문재인에게 내준 그러한 인물로 평가받아왔었다. 그 시절 안철수는 SNS를 통한 젊은이들 우상이기도 했다. 안의 정계입문의 정치경력은 고작해야 3년이다. 그리고 국회진출도 처음인 초선의원이다. 그러한데도 그는 한국정치사의 한가운데서 특히 야당의 정점에서 많은 결정들을 해왔다. 대선출마와 사퇴, 신당추진과 합당 등 야당사에 길이 남을 주요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웬만한 정치경륜을 지닌 다선 의원들도 감내하기 힘든 시행착오를 즐기듯 범하고 있다고나 할까? 대선후보, 서울시장후보 자리를 내어준 것부터 작금에 탈당하기까지 무엇이 옳고 그런지는 알 길이 없다. 단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서만 옳고 그럼이 있을 뿐이다. 오늘날 그에게 쏟아지는 많은 비판들이 먼 훗날 어떻게 미화돼 다시 떠오를지 몰라도 작금에 들어 당을 떠난 그의 행태는 미지근하다 못해 씁쓸하기까지 하다.

 안을 붙잡지 못하고 떠나보낸 문재인 역시 그렇다. 국민들의 애환과 아픔을 함께해야 할 야당 당수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세간에서는 지난달의 야당지도자들 윤보선, 장면, 신익희,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의 걸어온 길을 언급하며 오늘날의 야당 현실을 꼬집고 있다. 멀리는 몰라도 가까운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이 걸어온 길은 민주화의 역사다. 억압받아왔던 다수의 국민들을 위해 민주주의를 주창했으며 헐벗고 굶주린 이들을 위해서 ‘잘 사는 경제 회생’의 디딤돌이 되기도 했다.

 문ㆍ안 오늘날의 야당지도자들은 왜 선배 지도자들이 걸어온 그 길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지 못하는 것일까. ‘사뿐히 즈려밟고’란 가볍게 그리고 강하게 눌러 밟고라는 역설적 언어구사다. 역설은 진리와는 반대되는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나 깊게 생각하면 일종의 진리를 나타내고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옛 야당 당수들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 경제회생을 위한 아우성과 몸부림은 역설적 언어구사일 뿐 국정의 발목을 잡는 행태는 아니었다. 말 한마디, 행동하나가 국민들을 위한 정치 지도자들의 갈 길을 갔을 뿐이다. 예전의 야당지도자들은 그 길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갔다. 감옥도 마다하지 않았고 죽음도 불사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야당지도자들은 자기를 중심으로 한 계파 간의 이익만 고집한다. 그러면 안 된다. 이 나라를 위해서도 그렇다. 그리고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오늘날의 야당지도자들은 관용과 도학의 정치를 일관해야 한다.

 밝아오는 2016년 병신년에는 안개정국을 걷어내고 관용과 도학의 정치가 펼쳐지길 합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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