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0:02 (목)
게이미피케이션 시대의 서막
게이미피케이션 시대의 서막
  • 김혜란
  • 승인 2015.12.16 2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김해 모 중학교에서는 1학년 2학기 커리큘럼에 역사 게이미피케이션과정을 대폭 늘렸다. 금관가야의 부흥과 멸망과정을 게임화해서 학생들이 역사를 즐기고 통일과정을 시뮬레이션하게 함으로써 골치 아프게만 여기던 지역의 고대역사를 해당 학생들이 100%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바야흐로 게임으로 놀면서 공부하는 새로운 교육의 장이 열린 것이다.

 결혼을 앞둔 장유1동 윤모(34) 씨는 김해시청복지과에 혼인 게이미피케이션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윤씨는 앞으로 4주 동안 4단계에 걸쳐 결혼 초기 단계부터 2세가 태어나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의 과정을 단계별로 게임으로 익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약혼자도 함께하기를 원했지만 예비신부는 임신과 출산과정, 4세까지의 육아 게이미피케이션과정을 이미 밟고 있어서 직장생활과 함께 두 개 과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힘들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게이미피케이션 전문가 박모(62) 박사는 “이제 게이미피케이션은 가상공간이 아니라 생활 속 삶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김해 내동 권모(80) 씨는 사흘 전 아내가 초기치매증상을 보인다는 병원의 진단을 받았다. 본인 역시 다리 한쪽이 불편한 권씨는 경남의료지원센터에 치매 게이미피케이션을 요청했는데 지원센터에서는 아내를 케어하기 위한 치매 게이피케이션 프로그램과 함께 거동이 불편한 노년의 합리적 생활을 위한 게이미피케이션을 함께 처방했다.

 2020년 교육과 결혼, 노년의 삶에 관한 예측기사를 써 본 것이다. 뇌과학자들에 의하면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보다 몸으로 익히는 것이 훨씬 확실하고 오래 남는다고 한다. 상상력을 통해 머리로만 이해하고 바로 노동현장에 투입되거나, 현실적용이 최종 목표인 학습과목을 책상에서만 끙끙 앓도록 하는 것은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다. 문제를 갖고 놀면서 핵심을 파악하고, 주어진 솔루션을 중간에 해결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미리 해보는 일이 실패확률이 훨씬 적어진다.

 최근 조용히 성장하고 있는 미래기술이 있다. 바로 ‘게이미피케이션’이다. 어떤 과정을 게임화(化)해서 체험하는 것이 ‘게이미피케이션’이다. IT리서치 기관 가트너(GARTNER)는 게이미피케이션을 ‘부상하는 기술’로 선정하고 미래기술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타지 소설이 원작인 영화 ‘헝거게임’은 가진 계급들이 못 가진 계급들을 게임 안에 몰아넣고 그들이 게임하는 것을 대리만족하며 즐긴다. 몹쓸 게임이다. 그러나 게임에 대한 시각을 바꾸면 게임은 단순한 놀이나 겜블차원이 아니라 몸과 정신력으로 이론을 증명하고 즐길 수 있는 고도로 진화된 수련과정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결국 게임 역시 주체의식을 가지고 직접 실행하는 사람에게 힘이 생기는 것이다.

 영화 ‘헝거게임’ 속 주인공은 권력과 자본의 힘을 탐하는 자들에게 게임 안에서 권력과 선전도구가 됐던 자신에게 회의를 느끼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게이미피케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게이미피케이션의 전제는 게임이다. 게임과 놀이가 인류문화를 만든 기원임을 깨달은 호이징아 이래, 게임 고유의 특성과 경험체계를 밝히고 해명하기 위한 학문적 노력이 있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목적은 게임을 게임 외부 영역으로 옮겨서 그 특징을 다른 분야에 맞게 활용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용어는 낯설 수도 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게임분야에서 꾸준히 시도되고 있는 기능성 게임처럼 재미 이외의 목적을 함께 추구하는 ‘다른 목적의 게임’들은 가상세계에 한정돼 있던 게임의 영향력을 게임 외의 영역 즉, 현실에 적용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해왔다. 교육과 건강, 환경, 정치분야까지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물론 놀자고 만든 매체인 게임이 현실로 오면 진지모드로 바뀐다. 그렇다고 놀이가 주는 즐거움이 사라질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유희만을 목적으로 하던 게임이 다른 분야의 목적까지 받아들이면서 진지함을 요구하는 현실적 문제를 향해 그 영향력을 확장시켰다고 봐야 한다.

 현실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가장 빨리 받아들인 분야는 비즈니스, 마케팅 쪽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을 전문 영역으로 하는 컨설팅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순수게임 분야에서는 게임이 노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효과도 있다는 설득방식을 쓴다. 그런데 이들은 ‘재미가 있는 것이 게임’ 이라는 공식으로 비게임 분야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전파하고 있다.

 아무리 게이미피케이션의 영역이 넓어진다 해도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인간이고 그 과정으로 놀며 그중에 맞닥뜨리는 결정의 주체 역시 인간이다. 이 사실만 명심한다면 한 번쯤은 힘든 삶의 과정들을 게임화하고 제대로 시뮬레이션해서 미리 익혀보는 플레이어도 괜찮은 선택이지 않을까. 게이미피케이션 역시 살아남기 힘든 시대의 산물일지도 모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