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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사신과 육정
육 사신과 육정
  • 이광수
  • 승인 2015.12.15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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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라가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간신, 모리배가 득세하고 직언을 고하는 충신은 설 자리를 잃고 배척당하기 마련이었다. 아첨에 눈먼 윗사람은 충직한 자의 직언이나 고언엔 귀를 막고 아첨꾼들의 사탕발림 소리에 일희일비한다. 공공기관에서 40여 년간 재직한 내가 많은 상사를 상대하면서 느낀 결론은 간언에 귀 기울인 자 치고 그 말년이 좋은 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사필귀정의 본보기인 셈이다.

 폭군 연산군 때 대표적인 간신인 유자광은 남이장군과 강순을 역모죄로 몰아 죽인 공으로 훈봉 돼 권력을 잡았다. 그는 영남 사림파의 거두 점필제 김종직을 사적인 불화를 빌미로 조의제문의 사초를 문제 삼아 대역죄로 몰아, 무고한 충신들을 수없이 죽인 무오사화를 일으켰다. 그러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그도 역사의 단죄를 받아 귀양살이로 눈이 멀어 죽었으며 그의 일족은 절멸의 화를 면치 못하게 됐다. 부관참시를 서슴지 않았던 간신 유자광도 끝내는 그 죗값을 받아 불귀의 객이 됐으니 권세의 말로가 처참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가 어찌 간신뿐이겠는가. 성현들은 망국지신하로 육사신(六邪臣)을 꼽았다. 나라의 녹만 축내고 단지 머릿수만 채우는 구신(具臣), 아첨꾼에 지당한 말씀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유신(諛臣), 중상모략과 참소만을 일삼는 모리배인 참신(讒臣), 임금에 불충하고 반역하는 적신(賊臣), 이완용처럼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인 망국신(亡國臣), 유자광같이 감언이설로 임금을 눈멀게 한 간신(姦臣)을 육사망국지신이라 일컬었다.

 한편, 나라에 이로운 여섯 신하가 있었으니 이를 육정(六正)이라고 불렀다. 인격이 가장 고매하고 훌륭한 성신(聖臣), 황희 정승같이 어질고 자애로운 양신(良臣),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충성한 이순신 장군 같은 충신(忠臣), 지혜롭고 학덕이 높은 지신(智臣), 일체의 녹과 하사를 사양하고 수문봉법한 생육신 같은 정신(貞臣), 직언과 고언을 잘하는 강직하고 곧은 직신(直臣)인 육정을 충절지신하라 칭했다.

 이처럼 육사신과 육정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어떠한 삶이 바른 삶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특히 공직자들은 자신이 육사신과 육정의 어떤 위치에 속하는 사람인지 냉철한 자기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치가 아무리 갈지자를 걷는다고 해도 공직자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힘들지만 역사 속의 육정이 걸었던 길을 걸을 때 비로소 나라의 밝은 미래가 보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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