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00:02 (토)
소환정국 눈치보는 공무원
소환정국 눈치보는 공무원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12.13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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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경남은 전국 처음으로 도(道)단위 기관장인 경남지사와, 경남교육감을 끌어내리기 위해 경남도민을 소환정국으로 내모는 매우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 중심이 진보 및 보수단체다.

 학교무상급식 갈등이 증폭돼 진보단체의 경남지사 소환에 맞선 보수단체의 경남교육감 소환이란 맞불 카트는 서로 낙마(落馬)를 전제로 하는 바람에 소환정국의 혼탁함을 더한다.

 이를 두고 보수와 진보, 좌익과 우익의 대결이라지만 상대를 향해 상식과 비상식의 진영논리에 맞서려는 다양한 스펙트럼(spectrum)이 전선을 형성하는 바람에 옳고 그름의 진위여부를 가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한 껍질만 벗기면 공무원들의 입(의견)이 대세를 가름할 정도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도와 교육청 모두, 소환대상이 수장(首長)인 것에도 불구하고 지지하는 층이 두껍지 않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측근으로 분류되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강 건너 불구경’이나 다를 바 없다. 지나칠 정도로 걱정하는 척 하지만 돌아서면 향배(向背)만 주시할 뿐이다. 딱히 논하자면 고려 충신 정몽주에게 ‘조선’의 건국을 위해 회유하던 조선의 세 번째 왕 태조 이방원의 시 ‘하여가’의 한 소절,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가 딱 인듯하다. 아무리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지만 이게 너무한 것 아닌가 싶다. 한편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또 따지려 드는 게 있다. 인사(人事)문제다.

 도와 교육청 모두 인사가 고유권한이라지만 인사(人事)는 곧 만사(萬事)여서 소환정국의 숨은 카드로 작용, 낙마여부를 결정 지울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간단하지가 않다. 경남도는 지난 11일, 실ㆍ국장 및 시ㆍ군 부단체장 등 3, 4급에 대한 승진ㆍ전보 인사를 14일 자로 단행했고 이어 4급 이하 공무원에 대한 승진ㆍ전보 인사는 이달 하순께 단행할 계획이다. 교육청도 곧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인사에서 보듯, 비린내가 또 묻어난다면 우군(友軍)이 적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효율적이고 능력인사를 들이대지만 잣대가 맘대로라면, 반 수장(反 首長)의 바람이 불 수밖에 없다. 인사는 고유권한이라지만 대통령에게도 태클이 가능하도록 인사청문회란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야 곤란하지 않은가.

 자치제 실시 후 제주도, 경기도 등에서 소환 하려 했지만 투표율 미달(투표권자 33.3% 이상 투표)로 뚜껑을 열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주민소환 투표청구 법적 요건보다 10만 명가량 많은 36만 6천964명의 서명을 받아 도선관위에 제출했다. 이에 뒤질세라 교육감소환본부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도교육감 소환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1개월 만인 이날 현재 주민소환 투표청구에 필요한 법적 요건(유권자의 10%로 26만 7천416명)에 육박하는 25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한인 내년 1월 12일까지 50만 명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사례의 주민소환은 한 사람을 놓고 가부(可否)를 묻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유권자의 참여가 극히 저조한 때문으로 개표까지 이어지지를 않았다. 그러나 지금 경남은 ‘홍 지사냐, 박 교육감이냐’는 신임을 묻는 양자택일의 성격이기 때문에 결승(개표)까지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양 진영의 전략이 낙마를 전제로 정치생명을 건 맞대결이어서 한 사람이라도 주민소환으로 선출직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첫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혹여, 지난 1년간 선택적이냐, 보편적이냐를 둔 아이들의 밥그릇 싸움에 지친 나머지 피로감이 쌓여있기에 지사와 교육감 모두가 직을 잃게 될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는 희한한 정국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보편적 복지는 형평성이 높은 반면 효율성이 낮고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필요한 사람에게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택적 복지는 형평성은 낮으나 효율성이 높고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이를 둘러싼 진영논리가 ‘어린 학생들의 밥그릇을 뺏을 수 있느냐,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 복지 포퓰리즘의 산물이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양 진영의 출발선이었지만 논쟁이 정치적 이념 갈등으로 번지면서 서로 헐뜯는 막말 등 중요한 정책사안은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이같이 도와 교육청이 무상급식 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다수의 조직원(공무원)들은 무상급식은 별건이나 다름없다는 것으로 비춰진다. 논외여서 어디로 흘러가든 상관할 바 아니지만 인사에 대해서는 ‘미주알고주알’인 게 특이하다. 말하지 않아도 좋을 사소한 것까지 속속들이 말하거나 캐묻는 행위에 인사를 전후해서는 교육청과 도청, 모두가 여진에 뒤뚱거릴 정도다.

 도와 교육청은 특정집단과 측근 몇몇이 나대거나 승진과 전보, 임기제, 공로연수 문제 등 이리저리 둘러치고, 엎어 치고, 휘어치는 잣대에도 말이 없다고 해서 ‘일을 기준으로 했다’는 게 먹혀들었다는 자평(自評)은 난센스다. 자칫, 말이 없는 면벽(面壁)수행이란 그 결과가 화살이 돼 과녁을 맞히기 전에 똑바로 하시란 주문이다. 내년 총선 후, 6월께 실시될 게 확실한 소한의 결과가 자못 궁금하기에 앞서 경남은 지금, 캄캄한 터널이고 절벽인 게 안타깝다. 비 온 후에 땅이 굳는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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