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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하동 녹차 오묘한 맛 일본 사로잡다
윤상기 군수일행 우수성 교토 알려 현지 미술관장 등 내년 축제에 초청
2015년 12월 10일 (목)
이명석 기자 mslee@kndaily.com
   
▲ 왕에게 진생됐던 하동녹차를 만들고 있다.
 천년고도 일본 교토의 중심가 사쿄구 난젠지(南善寺) 주변은 초겨울에 접어든 지난 2일에도 단풍잎이 제법 남아 늦가을의 정취를 풍겼다.

 평일 오후인데도 이곳에는 국내ㆍ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져 교토에서도 손꼽히는 사찰임을 알 수 있었다. 난젠지를 오른쪽으로 끼고 골목길을 따라 5분가량 걷자 ‘길성도예 길기정 차도전(茶陶展)’이 열리는 노무라 미술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 1층 지상 1층으로 된 노무라 미술관은 일본의 여느 사설미술관과 다름없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아늑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방문객을 편안하게 했다.

 윤상기 군수를 비롯한 하동군 공무원의 일본 현장답사단이 미술관에 도착하자 타니 아키라(72) 관장과 길기정(46) 도예가가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1984년 개관한 노무라 미술관은 고(故) 노무라 토쿠시치(1878∼1945) 선생이 생전 수집한 다완 등 중요문화재ㆍ중요미술품 등 1천3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차 박물관.

 개관 당시부터 함께한 타니 아키라 선생은 일본다도학회 회장이자 다완 분야 일본 최고의 권위자로, 한국의 신한균 도예가와 함께 2009년 ‘사발’이라는 책을 낼 정도로 고려다완(이도다완) 연구에 몰입한 지한파(知韓派)이기도 하다. 노무라 미술관이 이번에 길기정 차도전을 마련한 것도 15년 전부터 한국과 하동군 진교면의 길성도예를 수차례 방문하며 교류를 이어온 길기정 도예가의 부친 길성(72) 선생과의 인연 때문.

 미술관의 다실에서 가루녹차를 마시며 첫 인사를 나눈 일행은 타니 관장과 길기정 도예가의 안내를 받으며 차도전이 마련된 지하 1층 전시실로 향했다.

 임진왜란 당시 수많은 조선 도공이 일본으로 끌려간 뒤 그 맥이 끊긴 고려다완의 제작 비밀을 풀어낸 길성 선생의 딸 길기정 도예가가 하동의 흙으로 직접 빚은 찻사발, 화병, 다구, 청자 등 80여 점이 전시돼 있었다.

 특히 길성 선생은 일본으로 건너간 고려다완을 연구하고, 이도다완의 흙과 유약에 주목해 과거 한국 땅에서 만들어진 이도다완 복원에 큰 성과를 이루면서 일본 다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제자이자 딸 길기정 도예가 역시 아버지의 길을 걷고 있다.

   
▲ 윤상기 군수를 비롯한 하동군 공무원의 일본 현장답사단이 미술관을 방문해 타니 아키라(72) 관장과 길기정(46) 도예가와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일행이 전시실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일본인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져 고려다완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으며, 1∼7일 일주일 전시기간 현지 차인과 관광객 등 800여 명이 찾았다고 길 도예가는 7일 전했다.

 전시설을 둘러본 윤상기 군수는 하동의 자랑인 길성도예 차도전을 마련해 준 타니 아키라 관장에게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며 내년 5월 한국의 차 시배지 화개ㆍ악양면에서 열릴 야생차문화축제에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윤 군수는 하동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 속에서 명품 예술작품을 보며 휴양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세계적인 미술관 건립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인데 노하우를 가진 관장의 조언도 부탁했다.

 그러면서 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리산 화개동을 ‘호리병 속의 별천지’라는 고운 최치원 선생의 시를 인용할 정도로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은 산과 강과 바다를 보유한 아름다운 고장임을 강조하며 미리 준비한 하동녹차와 하동홍보 책자를 전하기도 했다.

 이에 타니 아키라 관장은 “일본의 차인들에게 고려다완의 우수성을 알리게 해준 데 대해 오히려 영광스럽다”면서 “내년 야생차축제에 꼭 가고 싶고, 하동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미술관 건립에도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화답했다.

 답사단은 다음날 교토시 기타구에 있는 고려미술관을 찾았다. 호리카와 길 북쪽 카모가와중학교 인근에 위치한 고려미술관은 경북 예천 출신의 재일 조선인 정조문(1918∼1989) 선생이 1988년 건립한 사설 미술관.

 일제 강점기 흩어진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사재를 털어 한국 문화재를 수집하기 시작해 현재 1천7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으로 들어서자 입구 양쪽에 버티고 선 거대한 장군 석상이 일행을 압도했다. 그리고 미술관 왼쪽 마당에는 푸른 이끼가 낀 6층 석탑과 다양한 석상 등이 빼곡히 들어섰다.

 1층 전시실에는 유리관 속에 달처럼 둥근 17세기 후반의 백자 항아리가 눈길을 끌었는데 정조문 선생이 이 백자 항아리에 반해 문화재를 수집하기 시작했다는 것.

 현재 선생의 아들 정희두(56) 이사가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미술관 1ㆍ2층에 고려시대 청자를 비롯해 청자상감 다완, 청동병, 금동사리함에서부터 조선시대 백자, 나전칠기, 병풍, 그림, 불상, 고가구에 이르기까지 120여 점이 전시돼 있었다. 미술관은 1년에 3∼4차례 전시물을 교체하는데 한 해에 1만여 명이 관람하고 있으며, 일부 관람객은 전시물이 너무 좋아 1년에 서너 번 찾은 이도 있다고 정 이사는 귀띔했다.

 윤 군수는 일본의 옛 고도 교토 한복판에 우리 선조들의 얼과 혼이 담긴 문화재급 작품을 모아 일본인들에게 알리고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을 지키는 정 이사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냈으며, 정 이사는 찾아준 일행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일행은 현장답사 3일째 오사카로 이동해 시청 인근의 오사카시립 동양도자미술관을 관람했다. 일행이 방문한 5일은 휴관일인데도 데가와 데츠로(出川哲郞) 관장이 직접 일행을 맞으며 전시실을 안내했다.

 1982년 개관한 동양도자미술관은 국보 2점과 중요문화재 13점 등 한국, 중국, 일본 도자기 6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 중 한국 도자기가 2천여 점에 이르고 있다.

 미술관은 한국관, 중국관, 일본관 등 3개 전시관으로 구성됐으며, 현재 전시된 300점 가운데 한국 도자기가 200점, 나머지가 중국과 일본 도자기로 이뤄졌다. 특히 한국관에는 15ㆍ16세기 청화매죽문항아리를 비롯해 18세기 청화진사연화문호, 고려시대 청자, 16세기 분청자기 등 고려ㆍ조선시대 문화재급 도자기류가 다양하게 전시돼 마치 한국의 유명 박물관을 찾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은 대체로 임란 이후,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을 전후해 이곳으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한편으로 우리의 우수한 문화재가 일본의 시립미술관에 전시되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마음이 매우 무겁기도 했다.

 미술관을 관람한 윤 군수는 “인류의 자산인 우리의 문화재를 잘 보관하고 전시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히고 내년 야생차문화축제에 타니 아키라 노무라 미술관 관장과 함께 하동 방문을 요청했다. 이에 데가와 관장은 “한국의 훌륭한 작품을 일본인은 물론 세계인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면서 “하동 초청에 감사드리며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답사단은 이들 미술관 외에도 일본의 명차인 우지차(宇治茶) 생산ㆍ가공 회사인 교토 인근 우지시의 환구소산원 공장을 찾아 우지차 생산ㆍ가공과정을 견학하고, 우라센케 다고자료관에서 다도체험을 하며 하동 차와 일본 차 문화의 차이를 비교 견학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발길 닿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알프스 하동과 하동녹차, 고려다완의 우수성을 홍보하며 향후 한ㆍ일 간의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현지에서 견학한 내용 중 하동에 접목할 부분은 행정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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