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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ㆍ사천시장 힘겨루기 꼴불견
도의원ㆍ사천시장 힘겨루기 꼴불견
  • 허균 기자
  • 승인 2015.12.08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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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균 제2사회 부장
 경남 도비를 관장하는 도의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인 시장ㆍ군수가 힘겨루기를 한다면 누가 유리할까? 이들 중 어떤 이가 유리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에 앞서, 여러 주변 상황과 대입해야 할 것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아무래도 돈을 쥐고 있는 도의원이 조금 유리하지 않을까. 특히 예산편성시기에는 말이다.

 도의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사천시장이 도비를 지원받지 못하게 되자 좌불안석이다.

 경남도의회 상임위원회는 내년 도청 세입ㆍ세출예산안을 예비심사하면서 사천시와 관련한 예산을 집중적으로 삭감했다. 사천시 예산 삭감을 주도한 위원회는 건설소방위원회다. 건설소방위가 삭감한 예산은 7개 사업에 19억 7천700만 원에 달한다. 도의회는 사천시와 관련한 예산을 삭감하면서 사업추진 의지 부족을 감액 사유로 들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없다.

 모두들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도의회의 사천시 예산 집중 삭감은 사천시장이 도의원에게 비하 발언 때문이다.

 도의회가 나서 사천시 예산을 삭감하기전인 지난 11월 4일 도의회 건설소방위가 사천시 주요 현안 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벌였고 도의회와 사천시장의 갈등은 행정사무감사에 참석한 도의원들이 항공정비(MRO) 예산과 관련해 질의를 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도의원들은 “도의회가 예산을 심의한다. 도비 지원 안 하면 시비로 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고 이에 발끈한 사천시장은 “도비를 주지 않을 것이면 왜 따져 묻느냐”고 쏘아붙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사천시장의 입에선 “일개 도의원이…”라며 도의원을 비하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날 이후 사천시장의 입에서 배터진 ‘일개 도의원’은 삽시간에 도의회는 물론, 경남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도의원들은 사천시장의 발언이 도의회와 도의원을 무시한다며 상당히 불쾌해 했고 도의원들의 불쾌감은 사천시와 관련한 사업의 예산삭감으로 이어졌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사실을 뒤늦게 간파한 사천시장은 도의원들과 화해를 하기 위해 도의회를 방문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화가 날 때까지 나버린 도의원들의 마음을 돌려세울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천시장은 말 한마디로 내년도 사업추진의 동력을 잃게 됐고 무거운 돌덩이를 안고 내년 시정을 펼치게 됐다.

 도의원들과 사천시장이 만들어 내고 있는 불협화음에 도민들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민들은 자치단체장과 도의원이라는 지역의 권력자들이 으르렁거림에 대해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늘 그렇듯 강자들의 싸움은 약자들에게 무한한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으르렁거림에 대한 피해가 모두 지역주민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갈등을 일으킨 단체장도 문제지만 단체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예산을 볼모로, 단체장 길들이기에 나선 도의원도 하나도 나을 게 없다.

 돈이 권력이 돼 버린 이시기에 우리는 갑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여기저기 갖다 붙이며 사용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이번 도의회와 사천시장의 기싸움을 관전하면서 두 이도 누가 갑인지 상대에게 알리려하는 것 같아 아쉽다. 도의회와 사천시장은 중요한 걸 잊고 있다. 이들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터럭만큼의 권력은 모두 지역민들이 쥐어주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존심 운운하며 서로 으르렁 거릴 게 아니라, 자신을 선택해준 선거구민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게 더 급한 일 같다. 최소한 다시 한 번 선거구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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