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4:12 (금)
칠적(七賊) 심판론
칠적(七賊) 심판론
  • 이광수
  • 승인 2015.12.08 2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광수 소설가
 얼마 전 모 교수의 국회의원 ‘칠적(七賊)’응징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칠적의 내용인즉 이렇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한 사람, 법안 하나 제대로 발의하지 못한 사람, 국회절차와 규칙을 무시하면서 돌출행동을 일삼았던 사람, 갑질하고 막말한 사람, 실력 없이 권력에 줄 서고 아첨한 사람, 부패와 성희롱에 연루됐던 사람, 폭력시위에 참여해 선동에 앞장섰던 사람들이다.

 이번 19대 국회가 오죽 형편없었으면 이런 말로 매도했겠는가. 그러나 이런 말이 그들에게는 ‘우이독경’이요 ‘마의동풍’에 불과할 것이라 생각한다. 민의의 대변인이라는 본연의 책무보다는 무소불위의 특권을 누리며 군림하는 자리라는 착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무슨 말로 질책한들 들릴 리가 만무하다. 오직 권력유지와 자기 보신에만 급급한 나머지 4류 국회로 전락한 한국의 정치현실에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국회 문만 열었다 하면 여야가 삿대질하며 으르렁거리고 제집으로 돌아가면 파벌싸움으로 당권경쟁에 혈안이다. 아무리 정당이 권력획득을 목적으로 설립된 정치결사체라고는 하지만, 본연의 책무를 망각하고 정쟁으로 날밤을 지새우며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

 내년 4월이면 총선인데 아직도 지역구 획정이 결정되지 않았다. 이달 15일부터 후보등록을 하고 받아야 하는 입후보자와 선관위는 속이 탄다. 시급한 경제ㆍ노동개혁 관련 법안도 계류 중에 있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이런 국회를 두고 ‘맨날 립서비스만 하는 위선자’라고 일갈했겠는가. 그렇다고 정부도 국민의 기대만큼 잘하는 게 없지만 싸움질만 일삼는 국회 때문에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으니까 답답해서 한 말일 것이다.

 그런데 어찌 국회만 탓하랴. 지방으로 눈을 돌려 경남도로 범위를 좁혀 보자. 지금 도지사와 도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으로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이 대립하고 있다. 국회의원만 나무랄 처지가 못 된다. 국회는 정치지만 지방은 행정이다. 지방의 선출직 기관단체장들은 민생행정의 최일선에 선 지휘자요 조정자이다. 민생행정은 정치적 이념논쟁의 장이 될 수가 없다. 해당 지역민과 대화하면서 당면 현안들을 해결하고 풀어주는 해결사요, 이해관계의 조정자이다. 그런데 그런 기본적인 일보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나 신념을 내세워 극한 대립만 일삼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로 죽을 쑤고 있는 판국에 정치논쟁으로 대립하고 있으니 민생행정이 제대로 작동할 리 있겠는가.

 그럼 이런 사태의 단초는 누가 제공했겠는가. 바로 유권자인 도민 자신들이다. 내년 총선이나 그다음 지방선거에서는 온정주의식 묻지만 투표가 아닌 가차 없는 심판으로 민의가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본때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권력의 주인은 국민이고 그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