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44 (금)
‘시민께 사죄’ 빠진 김맹곤 퇴임사
‘시민께 사죄’ 빠진 김맹곤 퇴임사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5.11.30 2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춘국 편집 부국장
 지난 27일 오전 10시 15분을 기해 시장 당선이 무효가 된 김맹곤 전 김해시장이 어제 오전 11시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퇴임식을 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기자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 되면서 시장직을 잃게 된 것은 시장에 취임한 것이 무효라는 의미다. 그런데도 퇴임식을 했다는 사실은 난센스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퇴임식에서 김맹곤 전 시장은 자신의 지나온 과거사를 나열했고 시민과 공무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퇴임사에서 “두 번씩이나 시민의 부름을 받은 ‘김해시장 직’을 끝으로 작별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 그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시민 여러분과 1천600여 공무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지난 민선 5기와 민선 6기는 가야의 왕도(王都) 김해시의 발전과 53만 시민의 행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열정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기에, 제 인생에서 가장 보람되고,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상동면 산골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나 월남전 참전을 거쳐, 경남개발공사 사장으로, 또 국회의원을 거쳐 김해시장에 이르기까지 70평생을 정말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

 또 “시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한 지난 6년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기를 정면 돌파해 지방자치 20년 역사에 대전환점을 마련한 시기였다. 그러나 김해는 역점 사업과 현안 사업을 비롯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가야 할 길도 멀다. 더 큰 김해, 더 행복한 김해’, ‘인구 60만 전국 10대 도시’는 여러분의 손으로 꼭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끝으로 “이제 저는 ‘시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평범한 소시민(小市民)으로 돌아간다. 여러분과 맺은 소중한 인연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김해시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기도하겠다. 그간 그림자처럼 내조해준 평생의 반려자인 아내와 가족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한다”고 까지 말했다.

 김맹곤 전 시장이 선거법을 위반하는 바람에 수십억 원의 김해시민 혈세로 내년 4월 13일 시장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특정 인물이 한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포함해 두 번이나 재선거를 하도록 하는 피해를 지역민들에게 입힌 것은 건국 이래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다. 김 전 시장이 이런 잘못을 반성한다면 시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남기는 것이 도리다. 그러나 퇴임사 어느 줄에도 시장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된데 대한 사과는 없었다.

 “시민 여러분의 선택을 두 번이나 받았지만 두 번째 선거에서 법을 어긴 것은 참으로 잘못된 일입니다. 제가 부덕해 김해시장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된데 대한 무한한 책임을 느낍니다. 김해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소시민으로 살아가면서 김해시에 끼친 빚을 마음으로나마 갚으며 살겠습니다. 60만 대도시로 가는 김해시를 위한 현안 사업들이 중도에 차질을 빚게 된데도 책임을 느끼며 시장 자리를 떠나더라도 김해시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돕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당선된 뒤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에 낙마하면서 저로 인해 다시 선거를 치르는 결과를 가져온 데 대해서도 시민께 진심으로 다시 한 번 사죄드립니다. 두 번이나 당선된 뒤 재선거를 하는 아픔을 무엇으로 씻을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반성하면서 살겠습니다. 아울러 산업단지 비리 등 재임 기간에 불거진 모든 잘못은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향후 사법당국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고 반성하는 자세로 여생을 보내겠습니다.”

 김 전 시장이 제대로 된 인물이라면 최소한 이런 내용을 퇴임사에 담는 것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