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대의 향기’를 마치며
‘봉황대의 향기’를 마치며
  • 김은아
  • 승인 2015.11.3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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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섭섭해서 어쩔고,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긴데….”

 종강식 날 강사의 손을 잡고 어르신들은 고마움의 표시를 그렇게 했다. ‘마을이야기 동아리방’을 만들어 계속 이어가자는 분들을 보며 중간중간 힘들고 어려운 과정들도 있었지만 마음 한 켠에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회현동을 중심으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알아가 보자는 취지로 진행했던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봉황대의 향기’ 수업이 32회차의 긴 여정으로 마무리됐다. 문화유적과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김해지역의 원도심인 이 마을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삶의 흔적들을 문화예술교육으로 발굴하고 승화시켜 지역문화자원을 담아가고자 진행했던 수업이었다. 아쉽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한 시간이었다.

 한 해를 뒤돌아보면 많은 일들을 함께 했던 것 같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가르쳤다. ‘내가 사는 마을에 저런 것들이 있었나, 저런 이야기들이 전해져 왔나, 내가 알던 이야기와 또 다르네…’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해질 쯤 사례답사도 다녀왔다. 대가야인 고령에서는 그들과 가야의 역사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통영 박경리 기념관에서는 한 지역에서 그 지역의 문학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보았다.

 여름방학을 즈음해서는 마을 어르신들의 화합을 위한 노래잔치의 판도 벌였다. 스쳐 지나만 다녔던 마을 유적지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이제껏 관심 밖에 있었던 내 마을을 살펴보는 시간도 가졌다. 6월에는 메르스의 여파로 어수선한 분위기여서 수업에 대한 걱정과 고민도 있었지만 무사히 마칠 수 있어 다행스럽다.

 ‘문화란 인간이 주어진 자연환경을 변화시키고 본능을 적절히 조절해 만들어낸 생활양식과 그에 따른 산물들을 일컫는다.’라는 거창하고 어려운 말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보는 것으로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김해의 원도심지역인 회현동의 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삶의 흔적을 찾아 구술채록하고, 회현동의 문화유적을 어르신들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익혀 마을해설사로 양성해 세대 간 소통을 이루어내고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까지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하고자 했던 첫 의도에는 많이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일의 큰 보람이자 성과라고 한다면 어르신들이 마을을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됐다는 것이다. 이웃 사람과 인사를 나누게 됐고 골목길에 떨어진 휴지를 줍게 됐으며 길가의 가로수를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르신들의 마을에 대한 변화된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아니었다 싶다.

 그런 의미에서 종강식 날, 보조강사의 말이 귓전에 남는다. 수업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마을을 다닐 때 휴대폰에 눈이 가 있었는데 이제는 고개를 들고 사람들의 얼굴을 보게 됐다고 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아는 이의 얼굴들이 지나가고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젊은 보조강사의 작은 변화가 차츰 마을 전체의 변화로 이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 내년에는 마을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보고 골목길의 옛 이름과 정취를 찾아보기도 하고 내 집의 이야기를 담아보는 구체적인 일들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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