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1:22 (금)
교육계 드센 입김이 나댄다면…
교육계 드센 입김이 나댄다면…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11.22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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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비선라인이 활개 치고 어공(어쩌다 공무원)들까지 나댄다면, 그 공조직의 미래는 기대할 게 없다. 이런 공조직에는 무사안일이 장수(長壽)한다는 원칙론 같은 게 자리하면서 채찍은 피하려 하고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만 넘쳐난다. 아닌듯한 것에도 나서지 않아 비아냥거림을 당하겠지만 모든 게 난망(難望)이어서 가는 세월에 기댈 뿐이다.

 원래 ‘영혼 없는 공무원’이란 권력과 정책 선택권을 갖지 않는 것이 바른 태도로 독일 사회학의 거장인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광복 후 미군정을 따르고, 5ㆍ16 후엔 군사정권에, 이어 문민정부 등의 부침과 함께했다. 그게 공무원 집단이 공동체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이끄는 중추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고, 일리도 있었다지만 명운을 가르다는 직언을 않는 체질로 변했다.

 합리성과 법, 절차에 따라 집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의 원래 의미가 요즘 들어, 해야 할 말을 하지 않고 어물쩍 넘기려 하는 등 소신 없는 그야말로 영혼이 없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부침은 정권과 궤를 같이했지만 지방자치제 실시 후, 공조직에 만연하고 있는 현실이다. 어공과 비선라인이 나대면 공조직의 능동적(能動的) 사고는 물론, 직언을 기대할 수 없다. 경남 도내 대부분의 기관이 이에 해당하겠지만 진보성향인 박종훈 교육감의 취임 후 경남교육계가 할 말을 다하지 않고 방관자적 입장이란 측면에서 유독 더한 것 같다.

 국ㆍ과장 중심의 교육행정은 빈말에 그쳤을 뿐이고 비선라인과 특정 집단 출신들이 이해를 같이하면서 ‘그들의 입김이 너무 강해서’란 말이 나돌 정도다. 오죽했으면, 지난 국감 때 경남교육청은 비선라인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등 경남교육청의 정책에 사사건건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을 당할 정도로 공조직은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게 사실로 인식되고 있다.

 서로 협의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경우, 갈등은 부정적인 게 아니라 건전한 해결의 필수적인 요소겠지만 중요시되어야 할 주체의 참여의식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잠재된 갈등은 ‘시쳇말로 니들끼리 잘해보란’ 것에서 공조직의 기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란 목소리다.

 교육은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 교육이 정치적 편향, 종교적 파벌, 사상적 노선 등 특정한 가치관 혹은 이데올로기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공조직이 아닌, 비선라인과 특정단체들이 나댄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현상이 심화되면 조직의 안정성은 물론,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에 심각함이 있다.

 최근 충남도교육청의 경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세종충남지부와의 합의서에는 비서실 관계자가 서명한 것을 놓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의 현실도 별반 다를 게 없다면 이는 옳지 않다. 최근 공교육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교육감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그가 데려오거나 낙하산으로 뽑은 사람이 20명에 달한다”고 했다. 코드인사가 다 나쁜 건 아니지만 전문성 없는 측근이란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책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가치관이 영글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올곧지 않은 교육정책이 여과 없이 주입될까 봐 걱정이다. 또 측근들의 눈꼴사나운 행동이 자주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8일 제331회 도의회 정례회에서 지방선거 때 박 교육감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후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으로 임용된 한 인사의 출장 강의가 문제로 떠올랐다. 교육청 지침을 위반해가면서까지 강사료를 지불하는 등 일선 학교에서 받은 한 달 강의비만 285만 원이란 지적이다. 툭하면 강의일 경우, 일은 언제 하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이런 점에서 경남교육은 갈등의 중심에 자리했고 교육계는 이슈를 양산하기도 했다. 물론, 경남도와 경남도의회도 피해갈 수 없겠지만 무상급식의 주체가 경남교육청이기에 이해를 구했어야 하지만 주장이 앞섰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공조직 구성원은 뒷전이었고 비선라인의 드센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이 바람에 경남의 지난 1년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우여곡절에도 도청과 교육청은 19일부터 논의를 본격화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도민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이는 지난 6월, 경남도의회가 주선한 중재안을 교육청 대표자가 수용해 기대를 모았지만, 교육청이 개인적 견해란 이유로 입장을 번복, 협상이 결렬된 전례 때문이다. 만약, 비선라인과 나대는 어공들이 걸림돌이 아니라면 첨병(尖兵)인 실무단에게 전권을 부여, ‘영혼 없는 공무원’도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옳다. 급식문제 해결 등 ‘꽝’인 교육기관의 신뢰도 회복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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