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0:12 (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원종하
  • 승인 2015.11.18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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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학년도 수학능력고사가 지난 12일 끝났다. 시험 다음 날 특강을 위해 찾아간 고등학교는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 보였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가채점 결과 어려웠던 모양이다. 12월 초순이 결과발표일이니 조금은 기다려야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등급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년 동안 준비한 수학능력 시험은 이제 끝났다. 수능고사를 위해 애쓴 63만 수험생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조금 어려워져 수시에 합격한 학생들도 최저 등급에 비상이 걸리고, 대학들이 수시에 많은 인원을 뽑은 상태라 정시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험이란 누구에게나 심한 스트레스와 강박감 그리고 결과에 대한 허탈함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전체를 위한 시험이지만 결과는 소수만을 위한 것이 되기 쉽다. 모든 시험이 쉬우면 상위권이, 어려우면 중상위권이하가, 너무 어려우면 중위권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현 제도 속에서 시험 말고는 다른 방법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오기도 전에 처음 좌절을 맛보게 하는 것이 대학 진학을 위한 수능이 아닐까? 그동안 변별력이 없는 소위 ‘물 수능’은 1점차이로 등급을 나누게 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고 열심히 준비해도 한 번의 응시기회만 주어지는 제도는 그날의 컨디션이나 다른 환경에 의해 개인의 원대한 꿈을 좌절하게 할 수도 있다. 냉정히 보면 수능시험은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것이지 어느 대학을 가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 입시제도는 수능시험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시험은 시험다워야 한다. 변별력이 있어야 하고, 예측가능성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쉽게 출제하겠다고 해놓고 당일 문제를 받고서야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다면 그것은 올바른 교육이 아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문제를 받아든 학생들이 당황했을 것을 생각하니 괜히 미안해진다.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실력발휘를 하지 못하게 됐다면 거기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우리 사회는 고교 졸업생 네 명중 세 명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고 학력사회이다. 취업이 어렵고, 등록금과 스펙 쌓기가 힘들어도 여전히 대학은 개인의 인생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학령인원이 대폭 감소해 대학이 현재보다 더 어려워지지 않는 한 스스로 감원을 하거나 문을 닫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장의 작동원리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늘 함께 하기 때문이다. 수능이 끝난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다양해진 입시제도는 자세히 분석하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힘들다. 각자가 지원하는 대학마다 반영비율, 우선시 되는 조건 등 조금씩 다른 내용들을 꼼꼼히 잘 살펴야 한다. 다양해진 입시제도로 인해 고교 담임교사도 모든 학과와 대학에 대해 완벽히 알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수능점수가 기대 이하로 나온다 해도 크게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번의 기회를 가지고 전부를 평가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대학을 선택할 때 꿈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꿈이란 다가올 미래에 도착할 예정지가 아니라 현재진행형 동사로서, 천번 만번의 실수를 할 기회가 있다고 믿는 믿음이다. 더 나아가 꿈이란 어떤 자리를 위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 돼야 한다. 인생에서 출발점이 모두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을 장거리 마라톤에 비유하는 것처럼 삶의 과정 속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잘하는 것으로 만들고, 더 나아가 즐기는 능력을 결합해 미래를 만들어 간다면 한 번의 수능 시험에 실패했다 해도 실패한 것이 아니다. 삶은 누구를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旅程)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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