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
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
  • 김혜란
  • 승인 2015.11.1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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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얼마 전 여행할 때의 일이다. 인터넷 검색도 하지 않고 그저 쉬고만 싶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인터넷을 검색했는지, TV를 보았는지, 러시아 비행기가 떨어져서 수백 명이 죽었는데 아무래도 IS의 짓 같다고 했다. ‘설마? 왜? 무슨 이익이 있다고?’ 그때 드는 생각이었다. 그분은 앞으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평화의 향방은 IS 같은 테러단체들이 쥐고 있을 것 같다고 걱정스러워 했다. 다 같이 걱정하자고 했다. 먹고 사는 것도 힘들어서 가정도 돌보기 힘든데, 테러단체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다니. 정말,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일이었다.

 결국, 수니파 극단 무장단체 IS(이슬람 국가)가 전 세계를 공포에 빠트렸다. 파리에 이어서 런던, 로마, 워싱턴 차례라고 경고하고 협박했다. 당장 아침저녁으로 테러에 대한 새로운 뉴스가 들려온다. 파리테러의 설계자라는 27살 벨기에 청년은 “무슬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십자군들을 공포에 몰아넣으려고 유럽에 갔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더 무서운 사실은 아직까지는 우리나라가 테러 무풍지대처럼 있지만 몇 달 전에 IS가 배포한 동영상에는 62개국 십자군 동맹국을 위협한다고 했다. 그 62개국 안에 대한민국도 들어 있었다.

 이쯤에서 세계인이 테러에 대해 무서워하면서도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세계의 경찰국가인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IS가 이토록 끔찍한 짓을 멈추지 않고 있는데도 왜 그들을 없애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14년 동안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4조 달러 이상을 쓰면서 대테러전쟁을 해왔는데, 알카에다를 없애는 데도 실패했고 탈레반 작전도 지금 실패 직전에 있다고 한다. 또 테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전보다 10배 이상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란다. 말하자면 얻은 것은 없고 실패만 하니, 더 이상 관련은 망설여 왔던 건가 싶다.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은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지원을 받았는데, 그 반군의 핵심역할을 했던 IS가 작년에 반군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하면서 수혜를 입었던 서방국가를 향해 칼을 뽑고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IS의 테러를 보고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군사적으로나 무엇으로나 인류의 공적이 된 IS를 비롯한 테러집단을 없애려고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런데 또 이쯤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 왜 미국이 14년 동안이나 노력해왔던 대테러전쟁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까. 더 늘어났다고 하지 않는가.

 테러리스트 한 명만을 딱 집어서 없앨 수는 없다. 테러리스트라고 혼자 살지 않는다. 주변에 가족도 있고 다른 이웃도 있다. 이유 없이 희생당한 사람들의 가족과 피해자들은 또 다른 증오를 키운다. 테러리스트 때문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테러리스트로 자라나는 과정을 영화로 본 적 있다. 테러가 아무리 나쁜 것이라 해도 밥 주고 잠자리 주면 그냥 함께 그 집단이 돼 뜨거운 전우애를 불태우는 테러리스트로 자라나는 것이었다. 누가 그 아이를 나무랄 수 있겠는가. 이 지점에서 테러전쟁은 무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결론이 얻어진다. 무력에 쏟은 것 이상의 경제적 지원과 심리치료 등 테러를 진압하고 난 후 새로운 증오를 가진 테러리스트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데 더 큰 힘을 써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우리는, 아니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심해본다. 파리테러에는 애도를 표하면서 정작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각종 폭력에는 무심한 것 아닌가. IS를 향해 욕을 터트리면서 실제 자신은 테러에 버금가는 행동을 누군가에게 하고 있을 수 있다. 파리테러는 남의 나라이고 멀리 있는 일이니 맘 놓고 평화주의자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내가 하는 일은 이해관계가 분명한 일이 대부분이다.

 내가 갑이어야 하고 내가 이익을 가져와야 한다. 그래서 가정에서 가족을 대상으로, 일터에서 이주민이나 부하직원을 상대로, 학교에서 힘없는 친구를 향해,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상대방의 증오심을 키우는 일을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아무 스스럼없이 하고 있는 것은 없을까.

 지난 8월 시리아에서 사살된 IS 대원의 소지품에는 한글 사원증과 교통카드가 있었다. 교통카드는 대구 교통카드였고, 사원증 역시 대구시 달서구 성서공단 내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가 발행한 것이었다. 사원증에 나온 근로자는 11개월간 대구에서 생활했던 인도네시아 외국인 산업연수생으로 확인됐다. IS대원이 대한민국에서 일하다 간 것이다.

 더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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