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20:10 (목)
유기동물 생명경시풍조 아쉬워
유기동물 생명경시풍조 아쉬워
  • 허균 기자
  • 승인 2015.11.12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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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균 제2사회 부장
 언제부터인가 청거북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붉은귀거북’을 키우기 시작했다. 정확한 날짜를 확인하긴 어렵지만 이 거북은 출근시간이나, 퇴근시간 소리도 내지 못하고 밥을 달라는 표정을 한 채 발을 동동거린다. 새우로 만들어진 듯 보이는 사료를 던져주면 딱딱 소리를 내며 플라스틱 어항을 쪼아가며 사료를 먹어치운다. 먹고 살려는 몸부림이겠지만 딴으론 먹이 먹는 모습이 재미있다.

 어릴 적 애완견을 키운 기억도 있지만 주택이 아닌 아파트 생활을 시작하면서 강아지와 결별한 이후 더 이상 애완동물을 키우지 못했다. 그러던 중 파충류를 좋아라하는 아들 덕에 집 근처 마트에서 청거북을 구입, 지금까지 기르고 있다. 수만 원을 주고 구입한(물론, 지금은 거북이 값보다 사료 값이 더 들긴 했지만) 이 청거북 덕분에 기자의 가정도 애완동물을 보유한 가구가 됐다.

 애완동물을 보유한 한 가구의 가장으로써 경기불황의 원인으로 애완동물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 마음이 아프다. 유기견보호단체 등은 쉽게 구입이 가능하지만 쉽게 버려지는 것이 애완동물이라고 말한다. 기자가 살고 있는 김해시 관내에만 하루 2마리 이상 버려지고 전국적으로는 한 해 동안 6만 마리 이상의 애완동물이 버려진다는 통계가 있다.

 버려지는 애완동물은 대부분 개와 고양이로 애완동물을 판매하는 상점 또는 대형매장 등에서 우리는 쉽게 애완동물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다.

 경기가 좋을 때면 매스미디어들은 애완동물의 식품비, 의료비 등에 지출이 과도하다며 유난을 떤다. 먹고살기가 괜찮을 때면 필요이상의 관심을 받는 애완동물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하면 제일 먼저 처분해야 할 운명에 처하는 것도 애완동물인 것이다.

 보통 애완동물은 여성이나 어린이 등이 곁에 두고 싶은 마음에 구입했다가, 주인이 지출되는 금액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관심이 줄게 되면 쉽게 버려진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개와 고양이 외에 유기되지 않고 가정에서 안락사(?) 당하는 동물까지 포함한다면 버려지는 애완동물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족관이나, 우리 안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열대어, 자라, 파충류 등이 이에 속하는데 이들은 개와 고양이와는 달리 유기도 되지 못한 채 힘없이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유기동물의 심각성에 얼마 전부터 동물을 유기할 경우에는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내리도록 한 동물보호법이 본격 시행됐지만 유기동물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불황의 늪에 허덕이는 경기를 유기동물들이 그대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배가 고픈 개와 고양이 등 유기동물들은 떠돌이 생활을 하며 음식물쓰레기나 휴지통을 뒤지게 되고 이들은 각종 전염병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도시미관을 해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늘어나는 유기동물들의 처리방법도 문제다. 관계당국은 유기동물을 관리하며 새로운 주인을 알선해 주는 역할도 하지만 대다수의 애완동물들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결국 안락사의 길을 걷게 된다.

 최근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수가 1천만 명을 넘겼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느는 만큼, 유기동물도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유기동물 처리라는 과제를 푸는 것에 앞서 시민들의 생명경시풍조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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