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3:26 (금)
교육감이라면…
교육감이라면…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11.08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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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정치인은 교육감이 될 수 없는데 교육감은 무단횡단이 가능하다. 그만큼 묘한 게 교육감이라지만 교육과 학예에 관한 한 절대적이며 실제권한은 교육 소(小)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하다. 이는 헌법 제31조 4항에 규정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교육계 인사에 대한 제한 조치는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선거 90일 전 사퇴’가 전부다. 그 결과 광역단체장으로 건너뛰려는 정치행위로 교육계를 오염시킨다는 지적 등 선출방식의 변경마저 거론될 정도다.

 이 같은 교육계의 정치행위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당혹스러워하는 교육현장의 정서와는 달리, 피켓을 들고 나섰다. 연가를 낸 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다양성 속에 교사의 진정한 역할이 있습니다’란 피켓을 들고 지난 4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박 교육감은 누리과정 예산은 편성하지 않겠다고 타 시도교육감과 결의하는 등 옳고 그름을 떠나 정책에 배치되는 엇박자 행보가 잦다. 해결을 촉구하는 차원이겠지만 예사롭게 비치질 않는다. 경남은 교육청의 무상급식 감사거부로 인해 지난 1년이 혼란과 갈등의 연속인 데다 만3∼5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혼란과 고통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대로 재현되는 보육대란으로 이어질까 봐 우려해서다.

 업무소관을 떠나 다소 부유한 학부모가 선호하는 유치원 예산은 편성하면서 누리과정은 ‘난 모른다’는 식이라면 ‘차별 없는 교육’과는 배치되지 않는지 되묻고 싶다. 또 경남 도내 보수단체들이 공익감사를 청구할 정도로 ‘측근 심기’가 사실이었다면 제왕적 권한을 가진 교육감의 개혁을 포장한 또 다른 인사전횡으로 볼 수도 있다.

 특목고, 자사고의 설립과 지정권한을, 평준화 여부 등 고교 선발방식을 결정하고 평준화 지역의 학교 선택권 확대 여부도 교육감의 권한이다. 교육감은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학원의 시설, 수강료 등 규제에다 위탁, 일제고사 형태와 횟수를 정할 수 있고 공립유치원 운영과 방과 후 보육 관리, 직영 등 급식 방식을 선택과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예산 편성권한에다 교원 인사와 교장 임용방식을 결정하는 등 권한이 막강한 교육감이지만 출생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이름 순서를 랜덤으로 섞는 방식을 도입,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을 벗게 됐다지만 직선제 폐지, 광역단체장 ‘러닝메이트(running mate)’제 등 우리 아이들의 삶과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진입장벽의 제한 이유는 교육에 있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은 “나이는 같은데 누구는 보육료를 지원받고 누구는 못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불만이다. 학부모들의 우려와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경남도는 내년에 경남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을 누리과정 예산(1천469억 원)을 직접 편성, 도교육청에 지급할 ‘교육비특별회계전출금(5천350억 원)’에서 상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경남도교육청은 ‘교육비 특별회계 전출금’과 ‘누리과정 예산’을 서로 연계해 상계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난감한 쪽은 도교육청이다. 혹여 쟁송을 통해 이긴다 해도 누리과정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이 정당할 될 수 없기에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게 되는 우를 범하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경남도의 상계처리 방침에 ‘어린이집’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이 쌍수로 반기는 것 자체가 누리예산을 편성하라는 것 아닌가. 아무튼, 공무담임권은 국민의 기본권 영역이지만 교육자치와 교육발전을 위해 애써야 할 교육감이 정치인으로 무단 횡단하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는 것은 옳지 않다. 교육감 자리를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수단으로 여기려는 꼼수에 대비, 최소한의 제어장치는 필요하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에 대한 정치개입을 막기 위한 규정일 뿐만 아니라 정치에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는 교육계 스스로의 실천에 우선, 정치행위로 비췰 정도의 독단, 독선적인 행동은 자제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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