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0:55 (금)
가을, 축제로 물들다
가을, 축제로 물들다
  • 김은아
  • 승인 2015.11.02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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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가을산이 단풍에 붉게 물들 듯 우리 주위에는 축제가 물들고 있다. 작은 마을축제에서 지자체 축제까지 갑자기 가을이 축제의 홍수로 넘쳐난다. 그 가운데 선 우리는 행복하면서도 갈피를 잡기 힘들다.

 산에는 가을단풍 축제가 열려 남녀노소 할 것 같이 주말, 주중 없이 대형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들어선다. 알록달록한 등산복이 단풍보다 더 화려하게 가을산을 수 놓고 있다. 가을산과 그 속에 숨어있던 사찰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임시로 지어진 돔에는 칸칸이 만들어진 부스마다 도자기가 가득하고 예쁜 도자기를 찾는 사람들의 손길 또한 바쁘다. 따뜻하게 내미는 차 한 잔에서 도자공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야외 체험장에는 아이들의 체험을 위해 부모들이 기꺼이 줄을 서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바다 바람을 맞으며 활짝 핀 국화는 제각각의 모양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룡도 있고, 종도 있고, 커다란 탑도 세워져 짙은 국화향을 내고 있다. 사람들이 한 해 동안 옆에 끼고 키워 온 국화 분재는 꽃을 피우기 위해 고생한 그들의 땀과 노력의 결과를 마음껏 뽐내고 있다.

 서원의 클래식 인문음악회에서는 고전음악 해설과 대금, 해금연주로 가을밤의 향취를 만끽했다. 한낮 너른 광장에서는 오광대의 공연이 견학 온 학생들과 어르신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작은 동네에서는 마을 음악회가 열려 어르신들이 노래 한 가락에 삶의 한 자락까지 구성지게 뽑고 있다.

 전당에는 가야금의 선율 따라 명창의 노래가 더 맑게 울리고 야외무대 젊은이들의 격렬한 몸놀림은 또다른 볼거리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고전과 현대의 가락이 만난 문화가 있는 날의 공연은 색다름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운동장에서 펼쳐진 향우회 체육대회에서는 반가운 고향 사람들을 만나고, 학교 동문회 잔치에서는 잊어진 동창의 얼굴을 떠올리려고 애쓰는 모습들이다. 실내 체육관의 어린이집 운동회에서는 젊은 부모들의 응원 소리에 무대가 들썩인다.

 마을의 빈 공터에는 벼룩시장이 열려 꼬맹이들이 엄마와 함께 장난감과 중고품, 재활용품을 들고 나와 물물교환을 하며 시장놀이에 푹 빠져 있다.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나눔 행사에는 시민들이 함께 플래시몹을 하며 축제를 즐긴다.

 요즘 하루에 적어도 한두 곳의 축제장에 찾게 된다. 축제를 많이 해서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함께 참여하는 기회를 가지게 하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일부의 축제들이 제목만 다를 뿐 비슷비슷한 내용과 구성으로 이루어져 사람들을 식상하게 하고 있어서 아쉬움을 자아낸다. 작년이나 올해나 다를 것이 없는 단체의 발표회, 일회성 행사의 느낌이 짙은 축제들에 식상해지고 일부 축제는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다.

 축제장 보다는 먹거리 장터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고 축제의 내용이 빠진 자리에는 행사 출연자가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설프게 준비된 축제는 사람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고 참여자의 어깨에 힘을 빠지게 한다.

 그래서 축제를 담당하며 고생하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한 많은 고민을 좀 더 깊이 했으면 좋겠다. 내용 또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주제가 담긴 참신하고 차별성이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행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축제의 장에 사람들이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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