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公人)이라면
공인(公人)이라면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11.0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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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거제는 소문난 부자동네다. 하지만 불황의 경고음에 빨간불이 켜졌고 이곳저곳에서 한숨이 스멀거릴 정도다. 일본의 유바라시, 미국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 등은 세계적인 부자도시였지만 지금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지경이다. 요인 중에 하나는 지역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야 할 공직자들의 부자도시란 안이함, 무사안일도 원인이었다.

 결론은 잦은 경고음에도 대책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이를 거울삼아 거제시장을 비롯한 전 공직자들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행정적 지원은 물론, 경기불황에 대비한 시정운영 등 산적한 현안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따라서 그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낸 거제시장의 창원나들이는 공인의 자세란 무엇이 기본이고 그 파장이 어떠한가를 다시 한 번 더 되뇌이게 만들었다.

 지역 내를 벗어난 창원에서의 만찬 후 이를 보도한 10월 27일자 내일신문에 따르면 권민호 거제시장은 “경남도의 재정 건전화와 관련, 건전한 부채는 필요하지만 지사의 기에 눌러 말을 못하고, 무상급식도 지역에 따라 자율적인 해법이 있을 수 있지만 (지사)눈에 벗어나 불이익을 받을까 눈치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정에 대한 비판이 소신이었다면 나쁠 게 없다.

 하지만 권 시장의 경우, 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자신도 마다하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할 말을 했다기에 앞서, 때와 장소 등 시점의 중요함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불황의 그늘이 스멀거리는 거제의 현 상황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만찬의 성격이 옳고 그름을 떠나 ‘말이 씨’가 되길 바라고 만찬을 기회로 해 자산의 소신을 밝혔다면 성공작이다. 아니라면, 공사(公私)구별을 원하기에 앞서 본인이 구분했어야 하고, 공인이라면 처신의 모양새도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비보도를(off the record)를 전제로 했더라도 사석이었기에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와전될 수 있고 폄하(貶下)될 수 있기에 적절하지 못했다.

 아무튼, 부자동네 거제는 울산과 함께 주민소득이 4만 달러를 상회할 정도였다. 반 토막에 그친 타 지역 국민들의 부러움을 산 배경에는 기계산업과 함께 경남경제를 이끈 조선산업이 동력이었다. 기업과 노동자들의 땀이 서린 결과겠지만 행정적 지원도 간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불황의 경고음은 거제가 조선산업의 메카이기에 그 파장은 더 클 것이다. 업계는 대우해양조선, 삼성중공업 등 빅3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동반 조 단위 적자란 전망이어서 조선업체가 장기 불황을 겪을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으로 거제는 직격탄을 맞게 될 조짐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태풍전야와 다를 바 없다. 채권단은 대규모 부실로 경영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위해 4조 2천억 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기로 했지만 자구계획이행에 따른, 3천명이상 감원으로 뒤숭숭한 상태다. 경남은 2010년 이전만 해도 선박건조 세계 1위였다. 거제를 중심으로 통영, 고성에 이르는 경남의 조선벨트는 사업체 수 전국의 47%, 종사자 수 43% 이상을 차지했지만 불황에 앞서 대책이 시급하다.

 조선업 경쟁우위를 위해 크루즈선이나 해양플랜트 같은 특수선 분야에 역량을 집중, 시장지배력을 높여야 한다. 따라서 부가가치가 훨씬 높고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만큼 이 분야를 개척,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조선산업이 중국 등의 영향으로 큰 타격을 받은 것처럼 해양플랜트 역시 보유 광구를 활용, 자국의 해양플랜트 산업을 본격 육성에 나선 상태다. 특히, 산업에는 생명주기(life cycle)가 존재하므로 마냥 호황인 산업은 존재할 수 없다. 매사 신중하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서둘러 다른 나라보다 경쟁력 우위를 점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거제의 조선산업은 경남은 물론, 전국을 강타할 정도로 파괴력이 높다. 따라서 조선사 실적 부진으로 침체된 거제지역의 경기 회복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금 거제는 아파트 미분양률 증가로 인한 건설업계와 자영업자들의 매출 감소, 노동자 감원 소식 등 서민들의 한숨이 이곳저곳에서 들릴 정도여서 거제시장의 책무는 더욱 무겁다. 그러한 상황이기에 권 시장은 도정운영을 탓하기에 앞서 경남의 리더라면 경남을 위해, 거제를 위해,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해야 할 때다.

 경남지사에 도전할 경쟁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기에 ‘이렇다, 저렇다’를 지역 내를 벗어난 밥자리에서 밝힐 일은 더더욱 아니다. 보고 싶은 방향과 각도에서만 보는 ‘선택적 취사(取捨)’의 경우, 왜곡에 빠지기 일쑤다. 또 생각은 자유다. 하지만 공인의 경우, 책임이 뒤따르는 표현은 생각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이 어느 땐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누구든지 한순간에 훅 갈 수가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공자는 “홀로 있을 때에도 몸가짐을 삼가야 한다(愼其獨也)!”고 경책한 바 있다. 거제시민과 노동자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활짝 피는 거제를 위해 더 애써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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