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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중심 모둠 수업 배움이 더 즐거워요
학생 중심 모둠 수업 배움이 더 즐거워요
  • 김명일 기자
  • 승인 2015.10.26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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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봉명중, 경남 행복학교 찾아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박종훈 교육감의 교육정책은 ‘행복학교’로 귀결된다.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는 가르침 중심에서 배움 중심으로 교육문화를 바꾸는 혁신교육의 모델이다. 경남교육청은 행복학교를 주요 역점과제로 정하고 올해 봉명중학교를 비롯해 행복학교 11개교 선정, 행복학교 운영을 통해 교육 본질을 회복하고 공교육 정상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경남매일은 올해 시행 중인 11곳 행복학교를 찾아 활동을 소개하면서 경남교육의 현주소를 되짚어 본다

 배움이 즐거운 교육이 가능할까.

 경남 ‘행복학교 1번지’ 김해 봉명중학교(교장 김진두)에 ‘웃음꽃’이 폈다.

 책상 배열을 일제식에서 디귿(ㄷ)이나 모둠 형태로 바꾸고, 수업방식은 교사 중심에서 학생중심으로 바꾸고, 토론식 수업을 했더니 교실에 활기가 넘치고, 자신감을 얻은 학생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학생이 웃자 교사는 신이 났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배우며 즐거워하자 교장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 경남교육청이 지정한 행복학교인 김해 봉명중은 지난 21일 3학년 4반에서 영어 공개 수업을 했다. 책상이 모둠 형태로 배치된 교실에서 학생들이 토론식 수업을 하고 있다.
 ◇ 행복학교의 교실 수업 모습

 10월 21일 봉명중학교 3학년 4반 영어 공개 수업.

 교실에는 한 모둠에 4명씩, 9개의 모둠으로 배치한 책상에 학생들이 마주 보고 앉아있다.

 각 모둠에는 컨설턴트로 참여한 교사가 배치됐다.

 박창미 교사는 “자! 여러분 ‘Heinz Dilemma’(하인즈 딜레마)라고 적혀 있는 1페이지를 봅시다. 지금부터 친구들과 같이 1번 문제의 주요 인물 세 명을 찾고 하인즈의 고민은 무엇인지, 하인즈는 결국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세 가지 과제를 친구들과 해결해 봅시다”라고 주문하자 학생들은 제각기 큰 소리로 본문을 읽는다.

 잠시 후, (교사) 1번 문제의 주요 인물은 대부분 답은 찾은 것 같아요. 자! 답을 한 번 확인해 봅시다.

 하인즈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학생) 아내가 특별한 암으로 죽어가고 있는데 약이 개발됐지만, 약값이 너무 비싸 고민하고 있습니다.

 (교사) 자! 그러면 마지막에 진하게 표시된 이 문장을 읽고 간단히 해석을 하고, 여러분 생각을 토론해 보세요, 하인즈가 잘한 행동일까, 잘못한 행동일까, 아니면 이유는 무엇일까.

 2 모둠은 영빈이, 원주, 정수, 우현이가 한 모둠이다. 영빈은 “왜냐하면, 훔치는 것을 방지하려고 법을 제정했다”며 소리 내 해석한다. 다른 학생들은 묻고 다른 의견 등을 제시하며 전체 문장을 해석해 나간다.

 수업은 각 과제를 모둠별로 해석하고, 전체가 토론하는 방식으로 번갈아 진행됐다.

 수업을 마친 후, 박창미 교사는 학생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구글에서 원어민이 사용하는 도덕성 수준을 테스트하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학습 교재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 봉명중 교사들은 공개수업이 끝나면 평가회를 연다. 지난 21일 3학년 공개수업이 끝난 뒤 컨설턴트로 참여했던 교사들이 총평과 모둠별 수업태도를 평가하고 개선 사항을 지적했다.
 ◇ 행복학교 지정 후 달라진 것 ‘말하기, 쓰기, 생각하는 능력 향상’

 수업이 끝나고 학생과 교사에게 ‘행복학교 지정 이후 달라진 것’을 물었다.

 김영빈(3년) 학생은 “행복학교 수업은 토론식으로 진행된다. 전년도와 수업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일제식은 학생들이 지루해하고, 잠자고, 공부는 하는 애들만 했다. 선생님은 일방적으로 니들이 이것만 알아라, 이렇게 하니까 다들 공부 못했다.”

 “행복학교로 바뀌면서, 모둠 수업을 하니까 선생님이 개입하는 것보다 저희가 답을 찾아가는 양이 많다. 이 수업 방식이 성적 올리거나 수업 태도를 많이 향상 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창미 교사(담임)는 “오늘 같은 텍스트를 일제식으로 했다고 상상을 해보면 어려운 부분에 막히면 아이들이 엎드려 자거나, 포기해버리거나 다른 짓을 하거나 그랬을 거예요. 모둠 수업을 하면, 친구들의 말로 이해를 하게 되고, 아이들이 해준 해석은 확실히 다르게 다가오거든요.”

 “수업 방식에도 변화가 있지만, 저는 담임을 맡고 있는데 행정 업무 부담이 많이 줄었어요. 시간을 오롯이 수업 준비하는데 쓸 수가 있고 텍스트도 찾고, 문제도 만들고 하다 보니까 수업의 질이 작년보다 좋아졌어요”라고 말했다.

 ◇ 행복학교의 성과, 학부모 93%는 ‘교육활동 전반에 만족’

 행복학교 지정 후 봉명중의 성과는 학생ㆍ학부모 만족도를 통해 나타났다.

 지난 6월 전교생 725명과 학부모 50%가 참여한 행복학교 만족도 조사에서 전 학년 학부모 93%는 ‘교육활동 전반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전교생 92%는 ‘학교가 자랑스럽고 만족한다’고 답했다.

 학부모는 ‘학교 교육활동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31%), 대체로 그렇다(32%), 그렇다(30%)로 답했다.

 또 학생이 즐겁고 보람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96%), 혁신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96%), 학생중심 수업 개선 노력(93%), 학교문화가 변하고 있다(93%) 등으로 응답했다.

 학생들은 만족도 조사에서 92%가 ‘학교가 자랑스럽고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이 질문에서 매우 그렇다(27%), 대체로 그렇다(36%), 그렇다(29%) 등으로 답해 학생 대부분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선생님이 수업 준비가 잘돼 있고 열정적이다(96%), 선생님은 토론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친다(95%), 수업에 전체적으로 만족한다(92%), 선생님이 나의 의견을 존중한다(91%)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박상분 학부모는 “성적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학원을 다녔지만, 지금은 다니지 않는다. 첫 시험을 봤는데 성적이 잘 나왔다. 전 과목이 토론식 수업이다. 수업 시간에 노는 애들이 없다”고 말했다.

 박상분 학부모는 또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을 즐거워한다. 작년에는 가야 하기 때문에 갔다면 행복학교 이후에는 기대에 부풀어 학교 가기를 즐거워한다. 사제동행 프로그램으로 채소를 키우는 체험학습도 있다”고 말했다.

 ◇ 행복학교의 과제, 지속 가능 여부

 봉명중 교사들은 2013년부터 교사 7~8명이 자발적 모임을 통해 배움 중심 수업을 연구하며 행복학교의 싹을 틔웠고, 지난해 도교육청이1차로 11곳 행복학교를 선정할 때 지정됐다.

 행복학교 담당 황금주 교사와 김진두 교장에게 행복학교 운영과 과제를 들어봤다.

 황금주 교사는 “2013년부터 교사 7~8명이 수업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며 자발적으로 시작했다. 작년 자유학기제 때 1학년을 대상으로 토론식 수업을 진행했고 이런 이유로 올해 행복학교로 지정됐지만 그렇게 낯설지 않다. 작년에 했던 것을 조금 확대해서 자연스럽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시켜서도 한 것도 아니고 교사들 스스로 수업하다가 힘이 들어 한번 바꿔보자, 그렇게 시작했다. 행복학교도 교사와 학생의 자발성이다. 학생들도 학생자치를 통해서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행복학교는 교사의 자발성 여부에 따라서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진두 교장은 “내가 추구하는 것은 내가 가더라도 이 시스템을 유지하려고 한다. 교감, 교장이 바뀌더라도 지속 가능하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교장이 와서 이 조직을 바꾸면 안 되니까 어려운 부분은 교무행정원이 세 사람인데 2018년 행복학교 지원이 끝나면 재정 지원이 끊겨 교무행정원이 1명이 줄게 된다. 그러면 다시 행정업무가 늘어 나게 되고 교사에게 행정업무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결국 교사는 수업 연구 시간을 뺏길 것이다. 4년 후가 ‘딜레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진두 교장은 “선생님들이 너무너무 잘해 주니까 교장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시작한 행복학교에서 배움이 즐거운 교육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봤다. 행복학교 아이들의 말과 표정엔 활기가 넘쳤고, 과거 교실에서 볼 수 없었던 배움이 즐거운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가르치는 교사의 표정도 밝고 리딩과 설명에서 가르치는 즐거움이 얼굴에 배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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