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3:17 (목)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단상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단상
  • 원종하
  • 승인 2015.10.21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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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하 인제대학교 글로벌 경제통상학부 교수 토요 꿈 학교 대표
 가을이 깊어간다. 가을의 전령 단풍은 지리산과 설악산에서 절정을 이루고 서서히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음 주쯤에는 붉고 노란 자연의 옷을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우리 김해의 명산인 신어산과 무척산 능선을 상상하니 마음이 즐거워진다. 가을은 왠지 느끼는 순간에 스쳐 가는 바람처럼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머무는 시간이 짧아 더 아쉬운 까닭에 우리 마음에서 느낌으로 먼저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서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해서 시각적으로 그렇게 보여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유무(有無)가 똑 같은 곳에서 나오는 동출(同出) 이니 무엇이 앞이고 뒤인가는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단풍든 산과 푸른 하늘을 보고 있으면 긴장된 어깨에 힘이 빠지고,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로 나의 마음을 끌고 가는 듯하다. 하고 싶은 일도 없어지고 꼭 해야 할 일도 없어진다. 잠시지만 그런 마음의 상태가 좋다. 그냥 시간 가는 대로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뒹굴뒹굴해 본다. 그럴 때 잡는 것이 책이다. 책을 읽으면 마음이 평온해 지고 행복감이 밀려와 누구의 방해도 없이 하루 종일 책을 읽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계절적으로 가을은 무엇을 부족함이 없는 일기(日氣)이다. 여행을 다니기에도 좋고, 공부를 하기에도 운동을 하기에도 명상을 하기 에도 안성맞춤이다. 젊어서는 많은 활동을 통한 동적(動的) 경험을 중시했지만, 이제는 정적(靜的)인 활동인 책이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연인이다.

 최근에 ‘인비저블(Invisible)’을 읽었다. 책 제목 그대로 보이지 않는, 볼 수 없는, 무형의 뜻을 가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야 그곳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고,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갈 수 있어야 고수(高手)가 될 수 있다. 자기를 홍보하기위해 명품으로 치장을 하지 않아도,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그냥 나의 갈 길을 가는 삶의 태도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쁨이 아니겠는가. 아는 것(知)은 행하는 것보다 못하고, 행(行)함은 즐기는 것보다 못하고 즐기는 것(樂)은 좋아하는 것(好)을 이길 수 없다. 비교우위가 아닌 절대우위를 찾는 길은 먼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절대우위 속에 비교우위를 가져가야 행복감이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과 비교해서 얻는 것, 즉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큰 것 등 비교우위만 추구하다 보면 결국은 나의 길을 오래가지 못한다. 논어 학이(學而) 편에 나오는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溫),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할 필요가 없다. 남에게 평가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겠지만 오히려 자신이 남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을 우선 걱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대부분 역지사지의 정신보다는 나의 감정과, 짧은 시간 내에서 나의이익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그건 하수(下手)의 선택이 아닐까. 때로는 경제적으로 손해를 볼지라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자기만의 인비저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결국 사람을 아는 것, 지인(知人)이 중요한데 나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를 알았다면 다음은 변화를 가져오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잠시라도 나를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나를 바로 보는 것은 어렵고도 힘든 일이지만 생각을 바꾸면 간단히 알 수도 있다. 나를 알려면 내가 사용하는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된다. 말을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을 알 수 없다.(부지언(不知言) 이면 無以知人也(무이지인야). 평상시에 어떤 말을 즐겨 쓰고 있는가를 스스로 들어보자.

 누군가가 인정하든 그렇지 않던 간에 주어진 자기 일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자기 훈련에 전념하며, 세심하고 꼼꼼히 잘 살피며, 책임을 만끽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인비저블이다. 더 나아가 참다운 리더란, 스스로가 군림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팀의 일원으로 생각해 멤버십에 충실하며 자신이 하는 일을 일종의 봉사로 여기는 사람이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고 그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자신이여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이 가을이 던져주는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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