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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우리 집이 표본가구야?
왜 하필 우리 집이 표본가구야?
  • 박판호
  • 승인 2015.10.20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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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판호 동남지방통계청 사회조사과 과장
정부는 정책방향을 결정할 때 많은 통계 데이터를 활용한다. 현 정부에서는 경제성장 목표와 함께 고용지표로 ‘실업률’보다는 ‘고용률’을 택할 정도로 고용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다.

 특히, 현재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뜨거운 감자로 자리 잡고 있지만, 미래에는 고용을 위협하는 제조업 성장정체, 인구고령화의 빠른 진행과 저출산 등, 인구성장률 둔화는 향후 청년 경제활동인구 부족 현상으로 이어져 우려되고 있다.

 고용 문제를 해결하려고 각 지자체에서는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각적인 방법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니,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하는 고용률과 실업률 통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최근 8월 실업률을 살펴보면, 미국 5.2%, 일본 3.4%, 독일 4.6%, 프랑스 9.6%, 스페인 21.6%, 우리나라는 3.4%로 비교적 실업률이 낮은 수준이다.

 실업률만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고용여건은 괜찮은 듯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두 지표를 산출하는 식에서 분모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가 분모가 되고 고용률은 ‘생산가능인구’(15세 이상의 모든 인구)가 분모가 되기 때문에 ‘경제활동인구’에 비해 범위가 넓다.

 즉 고용률은 ‘생산가능인구’ 충분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음에도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까지도 포함한 지표이다. 그렇다면 실업률이 낮아지고 고용률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경우는 어떠한 경우인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지만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장기간 경기 침체가 지속돼 저성장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사회, 구직을 포기한 사람은 ‘경제활동인구’ 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결국 구직 포기자가 늘어날수록 실업률과 고용률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결론이다.

 통계청에서는 매월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통해 각 시ㆍ도별 고용률과 실업률을 발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지역별 고용조사’를 통해 경력단절여성 통계, 사회보험관련 통계, 산업ㆍ직업 고용구조 통계, 맞벌이가구 통계 등을 제공 중이다.

 18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실시되는 ‘지역별 고용조사’는 2008년부터 시작해 18회째 실시하는 조사로서, 부산, 울산, 경남에 거주하는 가구 중 약 3만 가구를 표본으로 선정해 만15세 이상 상주가구원을 대상으로 조사원 404명이 투입된다.

 조사방법은 조사원이 직접 가구를 방문해 조사하는 조사원 면접방식과 응답자가 인터넷을 통해 직접 기입하는 전자조사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서 조사하는 만큼, 30여 개의 조사항목은 비교적 상세하고 개인사생활적인 응답이 요구되고 있다.

 국민들의 삶에 필요한 정책을 펴기 위해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관련 통계들을 찾고 있는 현실로, 수요자들의 욕구에 맞는 통계를 올바르게 제공하고자 하는 통계청 조사관계자와 통계적 방법으로 표본 추출된 응답자와는 긴밀한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조사현장은 사생활 노출기피, 정부불신, 개인정보 유출사건 기타등등 응답을 꺼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로 조사 거부 응답자들이 많아져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통계조사에 대한 국민의식 부족이 낳은 “나하고 아무 상관없는 조사를 왜 해야 되지? 왜 하필 내가 표본이야? 내가 굳이 아니어도 되잖아? 다른데 가서 알아보세요”하는 응답자들을 설득하고 조사협조를 받아내는 것도 통계청의 중요한 역할이다.

 올바른 방향을 찾고자 할 때 우린 나침반을 본다. 하지만, 그 나침반이 고장난 나침반이었다면 어떻게 되겠는지 미루어 짐작되지 않는가? 고장난 나침반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 통계청은 각고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마지막으로 표본가구로 선정된 우리 응답자 여러분에게 통계청 조사에 귀 기울여, 넓은 이해와 관심으로 적극 협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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