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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갑질에 민초들 통분(痛憤)
단체장 갑질에 민초들 통분(痛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10.11 2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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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인사 및 허가권, 그리고 예산 등 삼권을 거머쥐고 나대는 일부 단체장의 행적을 두고 미주알고주알 이야기 나누는 민초들의 술자리는 시끌벅적하다. 주중불어(酒中不語)는 진군자(眞君子)란 술 취한 가운데에도 말이 없음을 참다운 군자라고 명심보감은 가르치고 있지만 술을 마시는 것이 도를 닦는 일이 아닐진대 쓴소리, 곧은 소리, 굽은 소리, 무슨 말인들 못할까.

 주중불어란 술 취해 말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일 게다. 아무튼, 고전의 가르침이 어디 틀린 게 있으랴만 민초들의 화난 목소리가 잦다. 따라서 나대는 도내 단체장들은 취중 췌언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불만을 새겨듣고 똑바로 행하란 얘기다.

 이는 도내 시군 중 행정행위가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것에도 단체장의 한마디에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아부의 극치인 “황공무지로 소이다”만 외치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왕조시대에도 왕의 전횡에 대해 제동을 건 “아니 되옵니다”란 공직자의 직언을 전해 들을 수가 없다는 게 민초들의 목소리다. 그 결과, 잣대가 고무줄인 인사 탓에 공조직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요직을 꿰찬 일부 공직자의 타락과 부패 등은 청렴도 추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경남의 경우, 민선 후 시장 및 군수의 비서실장 등 측근이 구속되는 등 사법처리를 당한 경우가 사례이고 단체장 전횡에도 끽소리 못하고 어공(어쩌다 공무원)만 날뛰는 판이다. 또 이에 편승한 공무원들에 의해 공조직은 붕괴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의 몫이 됐다.

 이제는 감내할 수 없는 임계점(臨界點)에 달했다는 게 먼 거리에서 이를 지켜본 공무원과 도민들의 목소리다. 그렇다면 최근 사법기관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김해시의 대민 행정은 올곧은가. 답은 절대 권력자(시장)의 오만과 편견이 낳은 결과물로 용비어천가만 울려 퍼지고 있다는 목소리다.

 한때 제약회사의 유명한 광고 카피마냥, ‘이 소리도 아닌, 저 소리도 아닌, 오직 한목소리, 용비어천가만 울려 퍼진다’는 것이다. 용비어천가만 울려 퍼지는 한 그 단체는 별 볼 일 없다. 적폐를 치유하지 않는 한 조직은 곪고 썩어 문드러지게 돼 있다.

 눈과 귀를 가린 용비어천가만 울리는 행정의 연속일 경우, 자칫 공명심이란 함정에 빠져 치명적인 화를 부를 수도 있다. 그런 형상은 지자제 실시 후 도내 시장 군수들의 낙마에서 봐온 예다.

 (시장)권력의 전횡과 측근비리가 그 단초여서 조직이, 민(民)이 등을 돌리면 한낱 모래성일 뿐이다. 특히 도내에서 유일하게 야당 단체장의 연임으로 ‘룰 모델’을 기대한 김해시가 입방아에 오른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시장의 의중에 반하는 건의는 있을 수 없고 지시만 있는 그 폐해의 단상이 한둘이 아니란 것에 놀랄 뿐이다.

 성년을 맞은 지방자치, 똑 부러지게 드러난 특이점이 있다. 하나는 재정난으로 중앙정부에 의탁하지만 그 돈(예산)의 사용은 입맛대로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인허가권 등 단체장의 전횡이다. 단체장이 인사와 예산을 거머쥐고는 떡 주무르듯 한다는 것에서다.

 “지방자치는 무슨, 중앙정부에 앵벌이 마냥 돈(예산) 구걸해야 하는 현실인데 자치란 말입니까. 경남도를 방문한 수도권 모 광역단체장은 현재 8대 2인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5대 5나 6대 4로 재조정, 지방정부의 곳간(재정자립도)이 채워지지 않는 한 지방자치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비켜서기만 하면, 단체장의 위상은 지방대통령이나 다를 바 없다. 또 통제받지 않는 재량행위는 민간사업자와의 관계설정에 따라 잣대를 달리한다는 등 민초들의 입방아에 오른 게 한둘이 아니다.

 행정적 지원에 우선해야 할 시대정신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것은 단체장의 의중에 따라 기본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2년부터 지난 9월 말 현재까지 경남도에 접수된 174건의 도시개발 사업 등의 행정심판 청구 건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1위는 79건인 김해시가 압도적이다. 도시개발 수요가 많고 옳고 그름도 따져봐야겠지만 김해시의 행정행위에 불응, 승복하지 않는 그 자체만으로도 일방통행식이란 게 민초의 목소리다.

 아무튼, 인사와 허가권 예산을 움켜쥔 단체장, 그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으로 행세하려 한다. 시쳇말로 제 입맛대로다. 1982년 방영된 TV드라마 거부실록에서 공주갑부 김갑순(1872~1961)이 입만 열면 한 말. ‘민나 도로보데스!(모두 다 도둑놈들!)’를 기억한다면 민(民)을 위한 행정에 우선해야 한다. 선민의식이나 권위주의에 치우쳐 민을 얕잡아 보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는지, 김해시장을 비롯한 도내 단체장은 한 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민초(民草)들은 아픔에도 뜻을 같이하지만 이를 헤아리지 못하고 벼랑 끝에서 나대는 단체장의 끝은 뻔하다. 추락에 앞서 잘하시란 말씀밖에 드리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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