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3:17 (토)
무엇인가를 제대로 배우려면
무엇인가를 제대로 배우려면
  • 김금옥
  • 승인 2015.10.01 0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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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옥 김해삼계중학교 교장
 올여름에 미술관에 같이 갔던 친척으로부터 카메라를 선물로 받게 됐다. 그림을 좋아하니 이미지 작업을 좋아할 것 같다며 건넨 것이었다. 카메라의 ‘오토’ 기능도 제대로 숙지 못 하고 있는 필자에게 그런 전문적인 카메라는 과하다 싶을 정도였다. 카메라를 손에 들어도 사용법을 모르니 소용이 없었다. 한두 번 꺼내 만지작거리다가 장롱 속에 도로 넣어두었다. 그러다가 신문 광고지 사이로 날아든 창원대학교 평생교육원 홍보 전단지에서 사진 찍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강의를 발견하게 됐다.

 평생교육원 사진반에 호기롭게 등록을 했다. 나름 열심히 배우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수업이 있는 날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학교 캠퍼스를 가로질러 계단을 달려올라 갔다. 예상대로 수업은 이미 시작됐다. 교실에 들어가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카메라 렌즈를 조립했다. 얼마나 뛰어왔는지 이번에는 몸의 열기를 견딜 수 없었다. 하는 수없이 눈치를 보면서 밖에 나가 열기를 식히고 다시 돌아왔다. 수업은 첫 시간에 내어준 책자를 중심으로 영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서두르는 바람에 책을 차에다 두고 온 사실을 깨달았다. 책도 없는 상황에서 용어 설명이며 수업이 제대로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강의가 끝나고 필자는 다른 수강생에게 이것저것을 물었다. 일제 카메라를 구입하는 바람에 카메라의 기능을 익히기 위해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분도 있었다. 강사 선생님께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은 질문을 해서 보충 설명을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카메라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캠퍼스 내에 설치된 도로의 턱 위를 천천히 운전하면서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필자의 행동에서 항상 지각해서 공부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초상을 보고 말았기 때문이다.

 필자도 새로운 것을 배워 피사체의 생생한 모습을 감각적으로 잡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좋은 사진에 대한 열망만 있었을 뿐, 시간 계획에 실패한 것이다. 열망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즉 내가 학생이 돼보니, 무엇인가를 제대로 배우려면 최소한 지각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너무도 확연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한다는 속담도 더 잘 이해가 됐다.

 학생들 중에도 지각을 습관적으로 하는 아이들이 있다. 아침 시간이 이미 시작됐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부스럭거리며 들어와서 조용하게 아침 독서를 하는 친구들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서두르다 보면, 필자처럼 책을 제대로 못 챙겨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시 책을 가지러 사물함으로 가거나 다른 반 친구의 교실을 기웃대게 된다. 이처럼 시작에 문제가 생기면 집중력을 갖기가 쉽지 않아서 종일 학교에 있어도 별로 배운 것이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될 가능성도 높다. 시작에 문제가 생기면 종일 허둥대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니 본인은 물론 친구들에게도 피해를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지각이라는 것이 단순히 조금 늦는 정도가 아니라 학생의 공부의 효율을 절대적으로 떨어뜨리고 학교생활을 섬처럼 고립시킬 수도 있는 것도 그 이유이다.

 사진은 자꾸 찍어봐야 된다는 옆자리 동료의 충고대로 새벽, 여명의 순간에 셔터를 누르고 있다. 필자의 삶을 여러 장의 사진으로 찍는다고 생각해보니, 허둥대며 지각하는 모습이 전혀 아름답지 않다. 여유롭게 미리 준비하고 제시간에 가서 공부도 제대로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피사체여야 할 것 같다. 찰칵, 찰칵, 우리 생애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어가야 할 것 같다. 설령, 그 누가 우리를 찍지 않는다 해도 우리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찰칵, 찰칵, 작은 습관이 운명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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