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9:56 (금)
청소년 협동학습 능력 키워주기
청소년 협동학습 능력 키워주기
  • 이유갑
  • 승인 2015.09.29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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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갑 지효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전 경남도의원ㆍ심리학박사
한국 협동지수 ‘-0.85’ 아주 낮아
여자, 남자보다 함께 활동 기피
‘호연지기’ 프로그램 활용해
‘공통의 기반’ 만들기 힘써야

 최근에 이뤄진 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협동학습(cooperative learning) 능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제일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PISA(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녀 청소년 집단은 평가에 참여한 OECD 소속 21개국 중에서 협동지수가 가장 낮았다. 이번 조사는 학습태도 평가 위주로 실시됐으며, 만 15세 청소년 5천여 명이 국가별로 참여했다.

 협동학습 지수(cooperative learning index)란 ‘나는 그룹 내의 다른 학생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다른 그룹 내 다른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배운다’ 등의 협동학습 관련 질문들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를 종합한 수치이다.

 이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에 의하면, 협동학습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포르투갈(+0.59), 덴마크(+0.50), 미국(+0.35) 순이었으며,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권인 홍콩(+0.05)은 21개국 8위였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0.85)은 협동학습을 아주 싫어한다는 결과가 확실하게 나타났다. 우리보다 바로 위에 있는 나리들인 룩셈부르크(-0.40)나 아이슬란드(-0.29)보다도 협동학습 지수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도 특기할 만한 사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 조사에 참여한 21개 국가 남녀 청소년들 46개 집단들 중에서 한국의 여자 청소년들은 46위, 남자 청소년들은 45위라는 결과를 알 수 있다. 남녀의 성별 비교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의 청소년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협동학습을 더 선호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청소년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협동학습을 더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충격적인 결과를 기성세대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어린 시절부터 지나치게 남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는 경쟁의식을 가지게 함으로써 주변의 또래들과 마음을 터놓고 어울리면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이 제일 크다. 거의 하루 종일 학교의 교실, 공부방, 학원과 같은 좁은 공간에서 지내야 하니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학생들이 처한 현실이다.

 쌓이는 스트레스를 넓은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거나 친구들과 재미난 놀이를 하면서 풀기보다는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스마트 폰을 보면서 지내는 우리의 아이들에게서 건전한 정서와 감성의 발달, 그리고 창의성의 자질이 나타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초중등학교의 정규 과목에서 다른 학생들과의 협동을 통해서 공통의 과제를 완성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주고 일 년에 최소 두 번 정도 자연공간에서 야영하기도 하고, 산과 계곡을 다니면서 서로 힘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체험학습의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신라시대의 화랑들에게서 넓은 마음과 강한 정신력 즉,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길러주기 위해서 해왔던 교육 프로그램의 기본을 이제 다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 마음을 터놓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수단인 ‘의사소통(communition)’과 서로 양보하고 협조해가면서 함께 목표를 이뤄 가는 ‘협동(cooperation)’이라는 단어에는 공통의 혹은 공유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다시 말하면, 의사소통이든 협동이든 함께 나누고 함께 어울리는 데 필요한 ‘공통의 기반(common ground)’ 이 먼저 만들어져야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쥐와 같은 동물들도 좁은 공간에서 계속 지내도록 하면 서로 많이 싸우고 신경질적이 되면 심지어는 우울증에 빠진다는 실험 연구의 결과를 이 시점에서 새겨볼 필요가 있다. 더 늦기 전에 부모와 교육정책 담당자들이 앞장서서 우리의 자녀들을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서 넓은 운동장이나 산과 계곡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 주기를 충심으로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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