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3:27 (수)
엄마의 다른 이름들
엄마의 다른 이름들
  • 이영조
  • 승인 2015.09.24 2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낄끼빠빠’, ‘뻐카충’, ‘실 같다가 샵쥐 생선 사러 배카점 간다’…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말이다. 마치 외계인들이 쓰는 언어 같다. 이런 말들을 신조어라고 한다.

 신조어 한 마디쯤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게 요즘 세태다. ‘낄끼빠빠’는 김제동의 힐링캠프에 출연한 김상중 이라는 배우가 ‘당신은 신세대 언어를 얼마나 알고 있나요?’하는 토크중 방청객에게 받은 질문이었다. 잠시 어리둥절 하던 김삼중 씨는 눈이 반짝이더니 엄지와 중지의 손가락을 딱 하는 소리가 나도록 흥겹게 튕긴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20-30대 젊은 방청객들도 잘 모르겠다는 듯 수군대는 순간 정답을 맞춘 중년의 배우에게 ‘와 대단하다’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진다.

 엄마에 대한 호칭도 너무 다양하다. 알파맘, 베타맘, 헬리콥터맘, 메이트 맘 그리고 뉴스에서도 거론돼 세간에 이슈가 된 ‘맘충’ 도 있다. 이러한 신조어는 현 세태에 반영된 여러 성향의 신세대 엄마들에게 붙여진 또 다른 호칭이며 자녀 양육태도의 각기 다른 유형이 반영된 엄마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어머니들의 자녀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다. 50~60년대의 어머니들은 회초리를 들고 종아리를 내리쳤고 엄하게 꾸짖으며 가슴으로 자식을 키웠다. 공부를 잘하기보다는 사람됨을 우선해 인간 됨됨이에 교육의 초점을 뒀다.

 지금의 엄마들은 자녀들을 최고로 만드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공부는 1등을 해야 하고, 발표도 잘해야 하고 피아노, 미술, 태권도… 심지어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중학교 3학년 영어 과정을 마친 어린이도 있다. 자녀가 학교에서 상을 받아오면 엄마가 기뻐하고 그렇지 못하면 당신의 탓인 것처럼 자책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학원으로 철새처럼 이동하며 공부를 한다. 엄마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아이들은 힘들고 지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가 성적이 안 오르면 어쩌지?’ 엄마들은 항상 불안하다.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을 때리고 선생님에게 대들고, 집에서도 말을 건네기 무섭게 화를 내며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는 자녀의 문제행동을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하소연을 듣고 상담을 해보니 해당 학생은 오히려 부모에게 마음 가득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공부하기보다는 놀기를 좋아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끊임없이 작은 말썽들을 피우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성장해 나간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모든 욕구를 억누르고 부모님이 원하는 모습을 그려내려고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부모들은 자녀들의 이러한 노력은 무시한 채 결과만 보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학교 성적이 좋게 나오면 기뻐하고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가차 없이 실망의 눈치를 보낸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실망스런 눈빛을 정확히 감지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실망하고 좌절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부모님들의 기대를 충족해 드리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잔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고 스스로 말문을 닫는다. 그러한 일상이 반복되면서 가슴의 답답함이 화가 되고 분노로 바뀌어 반항적, 폭력적인 성향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그것은 나름대로 분노를 해소하는 방법이며 답답한 마음을 알아 달라는 절규이다. 그런데 부모는 그 사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반항하는 자식과 갈등의 골을 만들어간다. 결국 갈등의 골은 깊어져서 넘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기도 한다.

 갈등의 골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칭찬과 격려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실망스러워하는 말이나 표정이 가장 두렵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말한다. 그 말을 다른 각도로 해석하면 아이들은 부모님으로부터 칭찬을 갈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설혹 조금 잘못했어도 “괜찮아 너는 최선을 다했어. 엄마는 너를 믿는다. 그리고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한 사랑의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의 날개를 활짝 펴고 창공을 향해 날아간다.

 내 자녀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자. 내자녀의 부족함을 보려 하지 말고 잘하는 부분을 발견하도록 노력해보자. 좋게 보기 시작하면 계속 좋은 모습만 보일 것이다. 칭찬도 습관이다. 한번 칭찬을 하면 계속 칭찬을 하게 된다.

 한정된 용기에 모래, 자갈, 큰 돌을 최대한 많이 넣는 게임이 있다. 용기의 크기는 모두 같지만 돌을 넣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들어가는 양은 달라진다. 그리고 능력자에게 상(賞)이 주어진다.

 개인마다 뇌의 용량이 다르고, 특성이 다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렇지 못한 일이 있다. 우리 자녀의 그러한 특성을 잘 파악하고 훌륭한 인재로 만드는 것은 부모의 지혜이며 능력이다. 그 능력은 믿음, 칭찬, 격려 그리고 사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