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6:20 (화)
다양한 관점이 필요할 때
다양한 관점이 필요할 때
  • 원종하
  • 승인 2015.09.23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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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하 인제대학교 글로벌 경제 통상학부 교수
며칠 전 알고 지내던 중소기업 대표로부터 학생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순간 여러 명의 제자들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졸업한 제자의 얼굴이 떠올라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짧게 안부를 묻고 조심스럽게 취업에 대한 의향을 물었다. 하루 이틀 고민해 보고 연락을 하겠다던 제자는 지원을 해 보겠다며 연락을 해 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해 주고 면접을 보러 가라고 했다. 의뢰한 기업에서 원하는 토익점수가 조금은 모자랐지만 재학 중에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사무직 아르바이트 경험도 있어서 그 회사에 적합할 것으로 판단돼 추천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기업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인재관은 다를 수 있지만 말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원자 중에서 소위 스펙이 상대적으로 더 많거나 학점이 더 좋은 학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의 마음으로 더 좋은 스펙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과연 많고 높다고 다 좋은 것일까? 자기 몸에 맞는 옷이 맵시도 나는 것처럼 사람을 보는 인재관도 마찬가지이다. 요즈음 상대적으로 인재가 넘치지만 중소기업에는 인재가 모자란다. 이러한 현상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인력의 수요와 공급에서 미스매치가 생기는 이유도 서로의 이익만을 추구한 결과 발생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상대가 생기면 내리막길로 떨어져야 하는 사회다. 어쩌면 이렇게 불안한 사회를 살아가는 청춘들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으며 우리 사회와 조직의 끝없는 요구를 담아내기가 벅찰 때가 많을 것이다.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이 정도면 됐다, 괜찮다”는 사회적 합의점 또는 퇴로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안전지대라고 하는 층 없이는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돼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은 더욱더 절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완벽한 자질을 갖춘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 인재에 대한 철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대학교육이 모든 부분을 채워주지는 못함을 인정해야 한다. 개인이 해야 할 부분이 있고 기업에서 담당할 몫도 있다. 기업에서 교육 훈련을 통해 활용하겠다는 인재관을 갖지 않고 완벽히 준비된 그리고 스펙이 높은 사람만을 찾게 된다면 역설적이게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스펙이 높은 사람은 중소기업에 가더라도 본인의 욕심에 차지 않아서 이직을 할 수 있고 반대로 조금 모자란 사람은 높은 진입장벽을 통과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야 한다. 사람을 보는 세상의 관점은 다양하다. 혼자 앉아서 잘하는 스펙만 선호하는 기업이 아니라 기와 의지, 도전 정신도 함께 선호하는 분위기를 만들 때 우리 젊은이들의 기와 용기가 살아나지 않을까? 사람의 힘은 사랑에서 나온다. 타인의 말이나 인정 칭찬 등으로 인해 행복감과 존재감을 더 많이 느낀다. 사람을 보는 기준을 하나로 고정된 상태에서 보면 그것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은 늘 부족해 보인다.

 기업에서 쓸 만한 인재를 보는 기준을 다양화해보자. 사람 쓰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적당한 인재를 적당한 곳에 그리고 제때에 선택하는 적재적소의 기준을 평상시에 가지고 있다면 불필요한 시간적 심리적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듯 누구나 변할 수 있으며 대기만성형도 있지 않은가? 결국 면접에서 떨어진 제자가 너무 실망하지 않고 본인의 장점을 극대화 해 가던 길을 힘차게 나아가길 바란다. 조만간 만나 맛있는 점심이라도 함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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