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7:04 (목)
세상에 선물이 되는 삶
세상에 선물이 되는 삶
  • 한중기
  • 승인 2015.09.21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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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기 한국인성교육협회 교육위원
현실 직시하고 자신 알아야
한계 극복은 가치 높이는 길

 추석 명절이 코앞이다. 추석이 갖는 의미 중 하나는 ‘잠시 멈춤’이다.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며, 문득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고향을 찾고 가족과 이웃을 챙기고, 마음을 나누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이즈음 느껴진다. 한가위는 우리만이 갖는 전승된 신화에 철학적 의미가 더해져 삶의 가치를 한층 높이는 그 무엇을 안겨주기도 한다. 사랑과 나눔의 실천은 다양한 형태의 ‘선물’로 구체화 된다. 물질적인 것과 보이지 않는 따뜻한 마음뿐 아니라 ‘존재’ 자체가 고귀한 선물이 돼 세상을 환하게 밝히기도 한다. 그래서 넉넉하다는 표현도 더해진다.

 사람으로 태어날 확률에 대해 불가에서는 외눈박이 거북이가 백 년에 한 번 물위에 떠올라 큰 바다를 떠다니는 구멍 난 판자를 만나 거기에 목을 넣고 잠시 쉬는 것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사랑으로 태어난 우린 누구나 귀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누구나 세상에 소중한 선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고, 어떤 이는 존재 자체가 악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은 것이란 없다’는 니체의 잠언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는 사람을 ‘짐승과 위버멘쉬(초인) 사이 심연 위에 걸쳐 있는 하나의 밧줄’이라고 했다.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되돌아보는 것, 벌벌 떨고 있는 것도 멈춰 서 있는 것도 위험하다. 사람에게 위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은 죽었다’고 외치며 절대적 가치가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절대적 가치와 거대 담론이 무너진 오늘날, 세상에 선물이 되는 삶은 어떤 삶일까. 어쩌면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을 알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현실 세계의 아름다움을 긍정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자신 속에 가두지 말고 한계를 극복하는 삶이야말로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지름길이라 본다. 모든 문제는 자신에게 있으며, 모든 가능성 역시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먼 옛날 인간도 수메르의 영웅 길가메시처럼 신과 맞먹을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의 오만함이 극에 달해 문제가 심각해지자 신들이 인간의 능력을 빼앗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빼앗은 능력을 숨길 곳이 없었다. 인간은 어떤 곳에 숨겨놓아도 다 찾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신들은 고심 끝에 ‘인간의 내면’에 숨겨 놓았다고 한다. 그러니 이제는 그 능력을 꺼내 잘 활용해 볼일만 남은 셈이다.

 따지고 보면 사람만큼 뛰어난 존재는 아직 없다. 유전자마저 알아버린 인간의 능력이지만 내 안의 능력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 욕망이 늘 재앙의 근원임을 명심할 일이다. 위대한 그리스도 철학자로 칭송받는 ‘고백론’의 아우구스티누스나 자신의 깨달음을 통해 중생을 구제한다는 대승불교를 연 니가르주나(용수보살)도 한때 욕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시절이 있었다. 방탕과 방종의 세월을 보냈는가 하면 은신술을 익혀 주변을 비참하게 만든 이들이 어떠한 계기로 ‘욕망은 자신 안에서 자신을 갉아먹는 기생충 같은 존재’임을 깨닫고 자신 안에서 그 해답을 구했던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누구든 어떤 처지에 있든, 우리 모두에게는 무언가 세상에 베풀 것이 있다. 그것이 재능이든, 지식이든, 능력이든, 노력이든 이러한 선물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삶과 세상에 진정한 변화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세상에 선물이 되자’고 외친 국제로타리클럽의 올해 슬로건이 마음에 무척 와 닿는다. 오드리 햅번은 아들에게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 아들 션 햅번 페러는 올해 초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기억의 숲’을 만들어 아픔을 함께 나누자고 했다. 어머니 유언대로 세상에 또 다른 선물이 돼 감동을 준 것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는 두 손을 쥐고 태어나지만 죽을 때는 두 손을 펴고 간다는 말이 있듯 타고난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잘 활용해 멋지게 살고, 나누는 행위야 말로 삶의 첫 번째 덕목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넉넉한 한가위 자신의 존귀함을 다시금 인식하고, 내 안의 작은 거인을 깨워 짐승이 아닌 위버멘쉬적 삶의 추구를 통해 올바른 인성을 구현하고 세상에 큰 선물이 돼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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