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6:32 (토)
가을이면 떠오르는 것들
가을이면 떠오르는 것들
  • 박태홍
  • 승인 2015.09.21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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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가을이 성큼 우리들 생활 속으로 다가섰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것들이 많다. 사람들을 바깥으로 불러내는 마법을 지닌듯한 가을바람에서부터 국화, 코스모스, 높고 푸른 하늘, 단풍, 낙엽, 감, 홍시, 대추, 밤 독서, 낭만, 그리움, 보름달, 추석, 가족, 가을전어, 가을노래 등 생각하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가을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수도 없이 많고 다양하다.

 가을에 피는 각종 화훼와 더불어 제철을 만난 과일과 절기에 따른 쓸쓸함을 대변하는 고독과 낭만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고 깨끗한 새 옷으로 치장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추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닷새만 있으면 추석이다. 우리네 조상들은 추석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고 염원했었다. 풍요롭지 않던 시절 헐벗고 굶주렸던 옛사람들은 추석날에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추석날 흩어져있던 가족이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내고 먹었던 맛있는 음식 그리고 흥이 나면 다 함께 현제명의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나라 찾아드는 제비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누나’의 가을 노래를 불렀던 기억들이 우리들 마음속 한구석에 내재돼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을하면 김상희의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이용의 ‘잊혀진 계절’, 차중락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이동원의 ‘가을편지’, SG워너비의 ‘가을사랑’,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등이 대표적인 가을노래로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가을이 오면 풍요롭다. 풍요스러우면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가족들과 함께 성묘를 다녀오는 것에서부터 함께하는 것 모두가 즐겁다. 풍요가 가져다준 산물이다. 그리고는 근친 간에 안부를 서로 전할 수 있는 추석 한가위가 추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각자는 가족 간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자기향상을 꾀하기 위한 자기정립의 시간을 가진다. 그래서 남보다 가족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가족도 있다. 가깝게는 삼성그룹의 이씨 형제가 그렇고 최근에는 롯데그룹의 신씨 형제가 국민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최근에 개봉돼 흥행리에 상영되고 있는 ‘사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가족 간의 불협화음, 2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조와 사도세자, 즉 아버지와 아들의 얘기다. 조선왕조 가족 간의 비극은 이뿐만이 아니다. 왕권을 찬탈하기 위한 가족 간의 갈등 그리고 왕자의 난 등이 사료에 의해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왕권도 뺏긴 단종의 얘기가 지금도 우리들의 마음 한구석과 영월에 남아 있으리라.

 영월은 단종의 유배지로 그의 유해가 묻혀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단종의 얘기가 나오면 영월이 생각나고 영월 하면 단종의 애사가 떠오르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근친 간의 왕위찬탈이 계속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극이랄 수 있는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게 한 사건이다. 이것이 ‘사도’라는 영화로 지금 재조명 되고 있는 것이다. 사료와 고증에 의한 것이겠지만 영화 속의 사도세자는 엄격한 아버지 영조의 가르침을 따르지 못해 이내 자신을 잡지 못하고 망가진다. 그리고 이를 보다 못한 아버지 영조는 이레 동안이나 아들을 뒤주에 가둔 고뇌가 그려졌고 아들 또한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영화 속에서 보여줬다.

 현세에서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가족 간의 비극이 조선시대에서는 왕권을 둘러싸고 심심찮게 자행돼 왔었다. 왕조실록에 의한 것이지만 이는 사료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세의 우리들이 이해 못 할 불가한 무엇이 있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왕이 왕으로서 세자가 자식으로서 행하지 못할 무수한 고뇌와 갈등들이 그들로 하여금 죽게 하고 아니면 죽임을 당하는 것은 그들 본인들의 사고와는 전혀 동떨어진 곳에 있었지 않았나 유추해 보고 싶다.

 역사 속의 얘기일지라도 부자지간에의 정리를 그렇게 야박하게만 보고 싶지 않은 게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이기 때문 아닌가 한다. 사도세자는 뒤주에서 처참하게 죽어갔지만 그의 아들 이산, 정조는 조선왕조사상 가장 훌륭한 왕으로 기록되고 반추되고 있다. ‘사도’란 영화 속에서도 할아버지 영조는 영재교육에 몰두하는 오늘날 아버지처럼 손자 정조의 교육에 심혈을 쏟았기 때문이다.

 가을이다. 가을을 주제로 한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불러도 좋고 역사 속 얘기를 영화화한 ‘사도’를 관람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서늘한 가을바람을 벗 삼으며 한 권의 명서를 독파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그 책 속에 담긴 메시지를 마음의 양식으로 삼고 올해보다 나은 2016년도의 가을맞이를 위한 명상에 잠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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