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1:41 (토)
창원광장 그대로 둬라
창원광장 그대로 둬라
  • 이광수
  • 승인 2015.09.17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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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며칠 전 신문 광고란을 보니 ‘창원광장 활용방안 아이디어 공모전’ 알림장이 떴다. 지난 10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해 활용방안을 수립할 모양이다.

 창원광장이라는 명칭은 시청 전 직원들의 공모를 거쳐 결정됐다. 창원플라자를 우리말인 창원광장으로 바꾼 것이다. 이번에 시에서 창원광장에 대한 활용계획을 구상하는 걸 보니 뭔가 일을 낼 것 같다. 창원광장의 활용문제는 창원시의 오랜 숙제이자 고민이 담겨 있다.

 로터리의 특성상 교통 흐름이 느려 각종 축제 때나 출퇴근 시 정체가 극심하다.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교통정체다. 광장 주변에 대형 쇼핑몰이 3개나 들어서서 교통정체를 더욱 가중 시키고 있다.

 한때 창원광장의 활용문제가 현실화될 뻔한 적이 있다. G시장 재직 시 광장 주변에 들어설 각종 쇼핑몰로 인한 교통체증 해소와 창원을 대표하는 상징물, 예를 들면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같은 대표상징물을 건립하려고 시도했다. 그때 진행 단계가 용역까지 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각계각층의 반대로 그 계획은 무산 됐다. 그때 구상한 주요 내용을 보면 광장 지하에 대형 공영주차장과 쇼핑몰을 건설하고, 지상에는 에펠탑 같은 상징물을 건립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중앙대로와 원이대로를 스트레이트로 교차 관통시키려면 지하나 지상으로 연결도로망을 구축해야 한다. 지상으로 하면 예산은 적게 드나 도시미관이나 광장활용에 문제가 생긴다. 또 지상의 경우 창원시 가로망시설 기본계획상 지상 오버버릿지 형태의 차. 보도 설치는 엄격히 제한돼 있다. 기존 도시에서 지상 고가도로를 모두 철거하는 방향으로 도시가로망 재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보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가로망설계를 잘한 셈이다.

 한편, 지하 관통도로 개설에는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된다. 중앙대로의 노폭은 100m이고, 원이대로는 30m이다. 보도와 시설녹지를 제외하더라도 엄청난 넓이의 노폭에 동서와 남북 간 겹치지 않도록 2층 구조의 입체관통도로를 개설해야 한다. 지하차도는 교통신호체계에 의한 평면교차는 불가능하다. 부대시설인 쇼핑몰과 대형 주차장 설치 또한 여유 공간 확보가 여의치 않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무산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딴 곳에 있다. 창원광장은 계획도시 창원을 상징하는 도시 중심공간이다. 창원을 찾는 많은 외국인들이 5만㎡에 이르는 아시아 최대의 잔디광장을 보고 원더풀을 연발한다. 창시 35년이 지난 지금 계획도시 창원의 근간인 도시가로망과 시설녹지 외 당초계획대로 온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창원광장의 훼손이나 상징물 설치는 계획도시 창원의 마지막 보루를 파괴하는 거나 다름없다.

 창원의 100년 대계를 위해서라도 이번 공모전이 효과적인 이용방안의 구상에 그쳐야지 항구적인 시설물 설치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창원을 사랑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계획도시 창원의 보물이 망가지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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