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4:34 (수)
노동운동에 대한 소고
노동운동에 대한 소고
  • 박태홍
  • 승인 2015.09.14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태홍 본사 회장
 지금 이 시대의 당면 화두는 개혁과 혁신인가 보다. 정부는 물론 여ㆍ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들 입만 열면 개혁과 혁신을 부르짖는다. 그만큼 이 나라는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제도나 방법 또는 조직이나 풍습 따위를 고치거나 버려 새롭게 고쳐나가야 할 것들이 많은가 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경제혁신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노동개혁을 주장했다. 또 야당은 당혁신위원장까지 영입, 당 혁신을 기하고 있지만 설왕설래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국이 이처럼 어수선한데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노동운동을 찬양하고 경의까지 표했다. 짧은 동영상 연설이었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동관을 알 수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일 노동절을 맞아 “내가 만약 안정적인 생활과 좋은 일자리를 찾고자 한다면 노조에 가입할 것”이라며 노조가입을 직접적으로 권유하기도 했다. 이어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프로 풋볼스타 톰 브래디(미국프로풋볼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에 대한 NFL(미 프로풋볼) 사무국의 출장정지 처분에 선수노조가 이의를 제기한 법정 투쟁에서 승리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뉴스가 외신으로 보도되자 이 나라의 노동관계자 및 야당은 때를 놓칠세라 김무성 여당대표의 “대기업 강성노조가 휘두르는 쇠파이프만 없었다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겼을 것”이란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 또한 설왕설래이다. 김 대표의 발언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이 발언을 문제 삼는 야당이 옳은 것인지의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다.

 미국의 노동운동은 1794년 필라델피아재화공 조직에서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의 미국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위확보를 위해 기업근로자 전원의 가입이 강제되는 것이었다. 즉 기업과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으로 근로자의 채용, 해고 등을 노동조합의 통제에 위탁하고 기업은 노동조합 이외에서는 근로자를 채용치 않고 반드시 조합원 중에서 채용한다는 제도이다.

 이처럼 클로즈드숍제(닫혀있는 노동조합)를 도입하고 단체교섭 등을 시작한 것이다. 1850년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미국 전역의 노동조합결성이 시작됐으며 특히 남북전쟁 이후 노동운동은 급속도로 확산, 진전됐다. 그 후 산업별 조직을 원칙으로 하는 산업별 노동회의(CIO)가 결성됐으며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중 CIO 일부에 공산주의세력이 침투 임금인상을 둘러싼 노동쟁의가 미국 전역의 사업장에 걸쳐 계속됨에 따라 1947년 대프드 히틀리법이 제정되면서 미국의 노동정책도 전환기를 맞았다. 이로써 미국의 노동운동도 클로즈드숍에서 오픈숍(열려있는 노동조합)으로 전환됐고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규제, 국가비상 파업규제, 정치활동의 금지 및 노동조합으로부터 공산당 추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거치게 된다.

 이에 반해 한국의 노동운동은 1960년대 후반 경제개발계획이 추진됨에 따라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노동자의 수가 급증하면서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효시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1876년(고종 13년) 강화조약체결 이후 부산, 원산, 인천, 목포, 군산 등 항구가 차례로 개항되면서 형성된 부두 노동자와 전국 각지의 광산 노동자에 의해 시작됐다.

 이를 보더라도 미국의 노동운동과는 다른 양상을 띤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동운동도 1900년대 들어 일본의 식민지 공업화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노동운동 그 자체는 바로 민족독립운동의 성격을 띠게 되면서 가시화된다. 그 후 전국적 조직의 한국 노총이 변혁을 거듭하면서 유지해오다가 1987년 6월 항쟁 이후 노동운동도 급속도로 활기를 되찾는다.

 이어서 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전국 교직원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1995년 11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결성, 지금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측이 중심이 돼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노사정위원회가 발족되면서 노사 간 노동쟁점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서로 간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음도 부정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지금도 늦지 않다. 조직도, 체계도 그런대로 갖춰졌다. 선진국의 노동운동형태를 배워야 한다. 미국처럼 대통령이 노조가입을 권유하는 그런 정도는 아니더라도 노동자의 단체 운동을 범죄시하는 이 나라의 구습을 그야말로 혁신해야 한다. 그리고 근로자 역시 쇠파이프나 각목보다는 타협을 위한 새로운 모습의 노동운동을 펼쳐 나가야 할 때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노동운동 그 자체를 축복이라 했다. 그만큼 미국의 노동운동은 목표를 지양한 행복한 줄다리기 경기쯤으로 생각하나 보다. 우리도 그럴 수 있는 사고를 지닌 국민성을 지니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노사 간 역지사지의 자세로 협상테이블에 앉아보자. 그리하여 엊그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합의된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등 핵심논쟁을 씻은 듯 일소하듯 추후 논의될 노동쟁점도 합의의 급물살을 타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