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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행정사무조사, 본질 뭔가
도의회 행정사무조사, 본질 뭔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9.13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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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모든 일에는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 경남도의회가 학교급식 실태조사를 위한 행정사무조사를 실시 중인데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식 마냥,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경남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는 단체장의 독주를 막고 도민을 위한 행정이 되도록 행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견제ㆍ통제하는 기능이다. 그 조사를 위해 필요한 때에는 현지 확인과 서류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또 교육감과 관계 공무원, 그 사무에 관계되는 자를 출석케 해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논란거리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면, 행정사무조사 중단 요구는 본질과는 먼 거리란 지적이다. 이를 위해 경남도의회는 지난 7월 박춘식 도의원(남해) 위원장 등 총 13명의 도의원으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조사특위는 지난 7월 14일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6개월 동안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며 진행 중이다.

 그동안 조사특위는 지난 8월 한 달간 학교급식 자료 수집과 관계 서류 분석을 마쳤으며, 9월 7일 처음으로 업무보고를 받고 이 자리에서 박종훈 교육감 등 증인들을 불러 심문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노동당 소속 여영국 도의원(창원 5)이 10일 도의회 행정사무조사에서 행정사무보조 인력 10명 중 현직 감사관실 근무자 4명, 전 감사관실 근무자 5명으로 전문 감사인력이 중심이 된 경남도의 감사나 마찬가지라며, 행정사무조사 특위 운영의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다른 동료의원들은 무슨 소리냐는 지적이었다. 박춘식 도의원(남해)은 도의회 의결 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의정활동을 중단하라 마라 하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지적하는 등 똑같은 사안을 놓고 도의원 간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 도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색이 다르다 해서 모든 사안을 정파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지만 의회의 행정사무조사 출발은 집행부 감시와 견제 차원에서 행해지는 것 아닌가. 실정법상에서도 행정사무조사는 행정기관의 시책 전반에 대해 업무처리의 적정운영 여부와 공무원의 법령위반 사항 등을 조사ㆍ분석하고 이에 대한 시정 또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행해지고 있다.

 따라서 행정사무조사는 도의회의 권능으로 투명하고 철저하게 조사,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밝히는 게 조사의 본질이다. 이를 위해 관련 법령을 잘 알고 실무 경험이 많은 사람이 사무를 보조하는 게 당연하다. 감사경험이 없는 자(者)가 사무보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동안 각종 비리로 얼룩진 학교급식 실태만 봐도 왜 조사특위의 임무가 중요한지, 왜 그래야 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지난 7일 도의회 학교급식행정사무조사특위 1차 회의에서 급식비리 의혹 등에 대한 폭로가 있었다. 천영기 의원(통영 2)은 “거제지역에서는 2011~2015년 초ㆍ중ㆍ고에서 6천148건의 급식계약을 체결하면서 급식업체로부터 견적서 1장만 받고 2천398건을 계약했다”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급식업체 요구대로 수의 계약했다”고 밝혔다. 급식 비리 의혹 제기도 이어졌다.

 천 의원은 “거제지역 일부 초등학교에서 1개당 232원에 입찰 계약한 우유를 다른 학교에서는 1개당 400원에 수의 계약했다”고 지적했다. 정광식 의원(창원 8)은 “급식업체 중 경남에 주소를 둔 김치공장이 30%밖에 안 된다”며 “외지에 있는 공장이 경남지역 농산물을 사용하겠느냐”고 따졌다.

 급식비리 의혹은 이번뿐만 아니다. 조사특위 위원들의 의혹 제기 이전부터 문제시되고 있었던 사안이다. 2013년에 감사원 감사결과,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ㆍ공급 금액 5천755억 원 중 212억 원이 계약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남도에서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학교급식지원 실태에 대한 모니터링 한 결과 상당수 학교에서 식품비를 조리원 인건비, 가스료, 전기료 등의 부당 집행이 드러났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특정 지역 업체가 장기간 계약 납품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도내 수사기관에 의해 도내 학교관계자가 급식업체로부터 현금, 선물세트 등을 수수해 적발되거나 접대도박, 해외여행경비, 골프 비용지불의 대가로 저급 위생불량 축산물 공급 등으로 법의 처벌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비리백화점식 의혹에도 중단을 요구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도내 950여 개 전 초중고를 대상으로 의혹을 해소하고 혈세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조사인력을 보강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도 더 선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게 옳다. 경남교육청의 감사거부가 급식지원 중단사태를 가져왔다면 이번 행정사무조사 특위는 학교급식 비리가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주장이 ‘진영(陣營)의 논리’를 구성할 경우, 현상 전체가 눈에 들어올 수 없고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방향과 각도에서만 보는 ‘선택적 취사(取捨)’의 왜곡에 빠지게 되는 경향이 잦다. 이런 오류에 빠지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또 업무전반에 걸친 감사나 특별한 사안에 대한 조사가 개념은 달라도 운영의 목적과 의미에서 다를 바 없다는 것도 전(傳)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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