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8:14 (화)
신의 한 수가 절실하다
신의 한 수가 절실하다
  • 원종하
  • 승인 2015.09.09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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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하 인제대학교 글로벌 경제 통상학부 교수
그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이젠 제법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느껴진다. 계절은 그 더운 여름에도 부지런히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고맙기 그지없다.

 #1. 최근에 시장조사기관이 내놓은 ‘대한민국 추위보고서’라는 설문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 마음속의 온도는 ‘걱정과 심각’의 중간 수준인 영하 14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10대 고등학생, 20대 대학생, 2030직장인, 40대 직장인, 50대 직장인 등 세대별로 스스로 마음속의 온도를 표현하게 하는 방식으로 마음 상태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세태를 반영이라도 하듯 취업을 앞둔 대학생이 영하 24.2도라고 답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은 고등학생이었다. 원하든 그렇지 않던 공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내다 보니 심리적 추위를 강하게 느꼈을 것으로 해석된다. 대학 입학 후 일시적으로 온도가 올라가긴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서 다시 취업의 스트레스에 마음이 꽁꽁 얼다 못해 얼음덩어리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연령별로 추위를 느끼지 않는 집단은 없었다. 각각 그들 세대가 짊어질 수밖에 없는 짐들을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배려(配慮)라고 응답해 사회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마음은 나를 넘어서서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인 것을 알 수 있다.

 #2. 지난 8월의 수출이 6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며 빨간불이 켜졌다. 저유가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 해양플랜트 수출 급감 등이 수출부진 주요요인으로 꼽고 있지만 이를 타개할 뾰족한 묘수가 보이지 않아 당장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상반기부터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한 수출정책을 펼쳤지만 중국의 수입 수요 감소 영향으로 대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8.8% 감소했다. 베트남만 증가했고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전체수출 감소 폭보다는 작지만 7월에 이어 감소 폭이 더욱 커진 점에서 대중(對中) 수출 부진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수출 쇼크에도 정부는 수출 활성화 대책, 업종별 경쟁력 강화 대책 등만 발표하고 있어 그 효과는 언제쯤 살아날지 여전히 의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경제동향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은 무엇보다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마음으로 한 손에는 공격을 위한 창과 다른 한 손에는 방어를 위한 방패를 동시에 가져야 하는 현실이다. 하나의 표적에 대해 두 방향에서 공격을 해나가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전략이 필요하다.

 #3.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 전략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제3의 성장과 번영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의 마음이 그렇게 싸늘하게 얼어 간 것도 졸업 후 취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또한 열심히 해도 자기에게는 돌아올 행복의 기회가 구조적으로 적다고 생각하는데서 오는 박탈감과 상실감이다.

 경제는 심리적 정서가 가장 많이 반영되는 영역이다. 시장(市場)이라는 공간은 사람들이 중심이 돼 수요와 공급을 형성한다. 그동안 고도성장을 해왔던 제조업 중심의 경제 축을 다양화 고급화를 위한 서비스 경제 축으로 이동해야 할 때가 됐다. 장기 저성장 시대를 이겨낼 산업 전략이 필요하고 나아가 규제 완화를 통한 고부가가치와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경제 시대를 열어 나가야 한다.

 모든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 심리적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신(神)의 한 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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