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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새로운 시작
  • 김은아
  • 승인 2015.09.0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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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똑딱똑딱…’ 회관일을 도와주시는 할아버지의 망치소리가 아침 음악을 대신한다. 그 옆에 음료수 잔을 들고 쪼그리고 앉아서 “와~ 어르신 진짜 솜씨 좋으시네요”라며 진심과 고마움을 말을 전한다. 이마에 송글하게 땀이 맺힌 할아버지는 진열장을 짜던 손을 잠시 쉬며 선한 웃음으로 답 하신다.

 “마음에 드는 겨?”

 지난주부터 방학동안 묵혔던 강의실의 먼지를 털고 쓸고 닦았다. 흔들리는 책상도 손보고 몇 번째 고장이 나서 애먹이던 실버대 노래교실의 노래방 기기는 거금을 들여 교체를 하고 담당 선생님들은 열심히 사용법을 익혔다. 방학동안 쉬었던 선생님들도 신이 났다. 할머니들에게 일일이 안부 전화를 돌리고 개학을 알렸다.

 그리고 새로운 평생교육 강좌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시청 담당부서인 여성아동과와 교육도시육성과도 찾았다. 평생교육 프로그램 강좌를 지금보다 더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담당과장님, 계장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하소연도 하고 조언도 얻었다. 가는 부서마다 반갑게 악수하고 간혹 꼭 안아보기도 했다. 처음 담당과를 찾을 때의 어색함이 1년이 좀 지나는 동안 친한 언니, 오빠를 만나는 것만큼 친근하고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한잔, 두잔 얻어 마신 차로 올챙이배가 된 만큼 많은 조언들을 큰 가방에 꾹꾹 눌러 담아 왔다.

 회관에 와서 꾹꾹 눌러 담았던 가방을 풀었다. 한더위 방학을 마치고 시작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 가을학기에 필요한 진열장을 짰다. 하반기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강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킬까 고민했다. 그러다 완성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의견에 모두들 공감해 하나, 둘 준비가 시작됐다. 공실로 있던 1층 강의실을 공예 프로그램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보자며 모두들 팔을 걷어 붙였다.

 십여 명이 모인 ‘광목채목그림’ 강의실에 천을 자르고 물감을 푸는 사이로 웃음소리가 삐져나온다. 학생 때로 돌아간 듯 강의실이 활기가 찬다. ‘데코파주’, ‘천연화장품’ 수업도 첫 문을 열었다.

 실버대 할머니들은 10월에 평생학습축제에 참가할 댄스를 연습하기 위해 땀을 흘린다. ‘할머니의 날’에 댄스 발표를 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많이 여유로운 모습이다. ‘빨간색을 입을까, 파란색을 입을까?’ 벌써 의상 고민부터 하시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성원한글학교’ 할머니들은 반가움이 앞선다. 손을 꼭 잡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주름지고 억센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나에게 전달된다. 뭉클한 마음이 앞선다. 혹여 더운 여름에 건강을 잃지 않으셨나 걱정했는데 모든 분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 계신다.

 지난주부터 평생강좌가 하나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쉼을 가진 때문인지 수강생이 적은 반부터 수강생이 좀 더 늘어난 반까지 많은 분들이 다시 회관문을 열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낯선 걸음으로 조심스레 1층에서 신발을 신을까 벗을까 고민하시는 분을 뒤로 하고 익숙한 발걸음으로 강의실을 찾는 수강생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1층 공예 교실에 이제부터 하나, 둘 완성된 작품들이 진열장에 놓이게 되면 강의실은 더 풍성한 모양을 갖추게 될 것이다. 회관 밖에는 홍보 플랜카드가 길게 걸리고 사무실에는 홍보전단지를 찍기 위해 거금을 들여 임대한 컬라프린터가 ‘윙윙’거리며 색색깔의 사진그림을 내뱉고 있다. 이제 평생교육 홍보전단지를 들고 거리를 나설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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