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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 주민소환 맞대결
진보와 보수, 주민소환 맞대결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5.09.06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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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경남이 무상급식을 놓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가운데 이번 사태로 복지논쟁의 가르마를 탈 수도 있다고 기대감이 솟아오르고 있다. 핫이슈인 무상급식이 단초가 돼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동시에 주민소환에 나선 빅뱅(big bang)이 선심성, 또는 중구난방인 복지논쟁의 고리를 끊고 향후 새로운 좌표를 설정할 수 있는 계기란 점에서다.

 진보는 홍준표 경남지사를, 보수는 박종훈 교육감을 소환해 현재의 직책을 빼앗아 버리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여야 모두가 발을 담근 주민소환은 판이 커졌고 2015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그 결과에 경남도민은 물론,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초는 경남교육청이 경남도와 도내 시ㆍ군으로부터 지난 4년간 수천억 원의 무상급식예산을 지원받고도 경남도의 감부를 거부한 것에서다. 경남도는 예산집행의 적정성, 효율적 급식을 위한 감사명분에도 교육청이 대등한 기관이란 이유로 거부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후 무상급식비 지원을 요구하고 나선 진보진영의 선제공격으로 소환정국이 시작됐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지난 7월부터 홍준표 지사를 소환하겠다며 일찌감치 경남도 선관위에 주민소환 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신청했다.

 이에 맞서 홍준표 도지사를 지키려는 보수진영이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을 공식선언하고, 지난달 2일 경남도 선거관리위에 주민소환 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신청했다. 경남에서 지사와 경남교육감을 동시 소환하는 초유의 사태는 치킨게임마냥,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좌파와 우파간의 이념적 대결, 두 수장(首長) 모두 양 진영을 상징한다는 것, 피하는 자가 패하게 된다는 것 등이 그렇다.

 경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은 일종의 프레임 싸움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주장하는 주체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정쟁의 구도를 명확히 해 단기간에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어야 하는 것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홍 지사를 주민 소환하겠다고 나선 진보 측의 주장이 얼마만큼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무상급식 지원 중단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문제로 경남도민들이 느끼는 피로도가 높다. 또 신선도가 떨어진다. 이에다 경남교육청에서 저소득층 6만 6천명에 대해서는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경남도는 상위계층에 주던 무상급식비 대신, 5만 8천명에게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도 실시 중이어서 주민소환 명분이 약해졌다.

 또 7월 15일 홍 지사가 경남도의회에서 “무상급식을 선별적으로 하느냐 보편적으로 하느냐는 것은 교육청 사무이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하든 보편적으로 하든 상관하지 않겠다”며 “내년부터 급식비 분담 비율은 영남권 지자체 평균 비율로 지원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일 경남도와 새누리 경남도당이 당정협의회 후 이 같은 내용을 재확인하고 입장을 거듭 밝혔기에 트집을 잡는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박종훈 교육감을 주민 소환하겠다고 나선 보수 진영은 아직 조직적인 면이나 전문성 부분에서는 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지만 내세운 명분이 보수층을 끌어안을 수 있기에 파괴력이 보통 아닐 것이란 여론이다. 그들의 주장은 좌파 이념에 사로잡힌 전교조 출신 교육감에게 경남의 교육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박 교육감의 편중된 측근 인사로 인해 교육청이 한 사람의 사적 기구로 변질됐고 무상급식 중단원인이 교육청의 감사거부인데 정치ㆍ이념 투쟁에 몰두하는 사이 학생들의 성적은 떨어지고 교육환경은 열악해졌다고 맞서고 있다.

 양 진영의 명분은 차치하고라도 좋든 싫든, 원하든 원치 않든 주민소환운동이 시작됐기에 이제 두 진영은 사활을 건 한판을 벌일 수밖에 없다. 경남도민들의 민심의 향배가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할 수도 없다. 민심이란 것은 자신이 주장하는 틀과 대중이 원하는 생각의 틀이 서로 일치하는 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실시된 주민소환제도는 그동안 투표율 미달(투표권자 33.3% 이상 투표)로 6번의 소환 중 단 한 번도 투표함을 열지 못하는 등 엄포에 그쳤다. 그러나 경남지역은 다르다. 보수와 진보 간 맞대결이 이뤄졌기 때문에 주민소환 투표함 뚜껑이 열릴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또 10월의 재ㆍ보궐선거, 내년 총선과 맞물릴 경우, 향후 3년에 걸쳐 치러질 대선과 지방선거로 연결되는 정치판의 가늠자여서 소환경쟁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 같다. 경남도민의 선택에 따라 주민소환대상자는 지사와 교육감 중 1명이다. 임기 중 누가 퇴출되느냐에 따라 그 반향(反響)은 진보, 보수 중 한쪽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오른쪽(보수), 왼쪽(진보)의 날개가 온전해야 새(민주주의)는 제 기능을 다 하는데도 주장만 앞세워 소통이 안 된다면, 유감스럽지만 소환도 해결책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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