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5:44 (금)
‘수우미양가’ 사무라이 목 베기 등급
‘수우미양가’ 사무라이 목 베기 등급
  • 송종복
  • 승인 2015.08.31 2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사)경남향토사연구회ㆍ회장
 성적이 나쁜 학생을 우회적으로 ‘양갓집 자녀’라고 애칭 했다. 성적표에 ‘양’ ‘가’의 표시가 많은 학생을 빗대어 말한다. 성적표에 ‘수ㆍ우ㆍ미ㆍ양ㆍ가’를 사용한 것은 우리 조상을 모독한 것인 줄 모르고 쓴 교육수장이 한심하기만 하다.

 김문길의 ‘임진왜란은 문화전쟁이다’에서 알 수 있었다. 누구나 학창시절의 학기말 또는 학년말이면 받게 되는 성적표의 ‘수우미양가’에 무시무시한 비밀이 숨어 있다.

 일본장수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1392: 선조25) 때 조선인을 죽이고 귀, 코를 많이 베어 갔다. 일본 주군 오다노부나가는 신하들이 잘라 온 조선인의 머릿수에 등급을 매겨서 ‘수ㆍ우ㆍ미’로 판정했다. 도요토미는 수(秀)에 속하니 히데요시(秀吉)라 하고, 가장 뛰어난 가신(家臣)이라 해 도요토미(豊臣)라는 성을 주었다. 그의 성은 처음엔 기노시타(木下)인데 하시바(羽紫)로 바뀌었고, 마지막으로 도요토미(豊臣)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에 학적부를 생활기록부로 바꾸면서 ‘수우미양가(秀優美良可)’로 사용해 왔다. 수(秀)는 빼어날 ‘수’, 우(優)는 넉넉할 ‘우’, 미(美)는 아름다울 ‘미’, 양(良)은 좋을 ‘양’, 가(可)는 옳을 ‘가’로서 모두 좋은 뜻이니 등급으로 나눌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왜놈이 조선 장수의 머리(귀ㆍ코)를 잘라 온 것을 보고 매긴 일본식 등급이다. 즉, 이 5등급은 사무라이들이 베어온 목의 수를 보고, 그들의 등급을 매긴 기준이었던 것이다.

 누가 더 많이 목을 베어오는가에 따라 평가되는 것을 최근까지 이 평가방식을 써 왔다. 이런 무시무시한 등급을 매긴 사연도 모르고, 광복정부에서 학교성적 평가의 등급에 원용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학업 등급을 일본 전국(戰國)시대에 생긴 살인평가 용어로 사용했다 하니 가슴이 섬뜩하다.

 최근 초등학교에서는 사라졌고 중학교에서는 금년부터 없어졌다. 이에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일본은 패전 직후 ‘수우미양가’ 평가방식을 전면 폐지했다는 것이다.

 뒤늦게 교육과학기술부는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이라면서 중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2009년부터 예/체능 과목에서는 폐지해 우수-보통-미흡에서 A-B-C로 바꾸었다.

 그리고 2012년부터 중학교 1학년을 시작해 점차적으로 ‘수-우-미-양-가’ 대신에 ‘A-B-C-D-E’로 변경했다. 한때는 고등학교에서도 사용된 적이 있으나, 성적 부풀리기 등 여러 부작용으로 인해 2005년부터 스태나인(stanine: 수능 9등급제) 방식으로 전환하다가, 2014년 입학생부터 성취평가제를 적용하고, 내신은 현행 9등급제 대신에 6단계로 표시토록 했다.

 우리세대 학창시절의 ‘노스탈자’인 ‘수우미양가’는 일제의 좋지 못한 대표적 문화침탈 잔재다. 이 5등급은 고대 일본 사무라이들의 ‘목 베기’ 실력을 등급으로 표현한 일종의 살상용 언어이다. 지금이라도 숨기지 말고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국민에게 고백하고, 앞으로 경계해야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다시 교육시켜야 할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의 성적표기법은 ‘대통-통-약통-조통-불통’으로 또는 ‘갑-을-병-정’으로 써왔다. 따라서 선조들은 학습을 단순히 ‘차등’의 성적이 아닌 ‘소통’의 능력으로 평가해왔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