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3:04 (수)
일본문제 우리 자신감에 달렸다
일본문제 우리 자신감에 달렸다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5.08.16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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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우리 국민이 한때 일본 코끼리 밥통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일본만 가면 이웃이 부탁한 것까지 코끼리 밥통을 몇 개씩 샀다. 70년대는 일제 카세트테이프레코더에, 80년대는 워크맨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던 우리는 이제는 더 이상 일본 전자제품을 쳐다보지 않는다. 당시 일본 전자제품이 세계를 휩쓰는 시대의 아이콘 같은 것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자동차와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전자제품과는 달리 아직도 일본 자동차의 경쟁력은 막강하지만 더 이상 우리는 일본차에 열광하지는 않는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던 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반도체사업은 삼성이 그룹의 운명을 걸 만큼 위험한 도박이었으나 일본 반도체가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은 것은 이미 오래다. 우리는 너무나 훌쩍 성장했다.

 아베정부가 들어서면서 노골화되고 있는 일본 우익의 역사왜곡으로 한국과 일본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속적인 일본의 역사왜곡 시도에서 그릇된 역사관과 미래관, 한국을 쳐다보는 굴절된 시선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잘못을 인정하게 함으로써 독도를 자기의 고유영토라고 교육하며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나아가는 일본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의미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이 독일과 달리 잘못을 인정하는데 왜 그토록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지 알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오랜 전란에서 내재화된 일본의 집단성에서 찾는다. 일본의 집단 순응성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곧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같고 그것은 때론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일본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지금 자신감을 찾을 필요가 있고 그것을 과거에서 찾고자 하는 것도 원인이다. 2차대전은 일본이 처음으로 세계의 주역으로 등장한 시기로, 이때 저질렀던 과거의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사정이 있는 것이다. 다음 세대에게 사죄를 반복하는 숙명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아베담화는 언뜻 과거의 족쇄를 풀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것으로 세계가 읽어주기를 기대했겠지만 실상은 과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또 다른 변명일 뿐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아베정부, 넓게는 일본 우익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들은 세계가 원하는 과거에 대한 참회를 할 생각이 없는 집단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폐쇄성을 강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반대자들에 대한 테러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서히 일본국민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데도 부분적으로 성공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참회할 때까지 불편한 한일관계를 그대로 끌고가야 하는지는 우리의 숙제다.

 일본국민의 80%는 전후세대다. 그들은 과거의 부정적 역사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대한 의지는 있으되 (그들의 입장에선)자꾸만 사과를 강요하는 한국이 피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그들을 우익과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 10년 뒤에도 지금의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지 않으려면 그래야 한다. 양심있는 일본인과 유대를 강화하고 우리의 생각을 일본에 굴절 없이 전달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에 대해 일본국민의 44.2%가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차세대에 계속 사죄할 숙명을 지워선 안 된다 아베의 주장에 42.7%가 적절하다고 답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위안부문제에 대한 접근법도 새롭게 고민한 필요가 있다. 배상때문에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것이라면 우리정부가 대신 배상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청구권협상으로 위안부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일본에 더 이상 위안부문제를 호도할 명분을 주지 않을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해방 70년 동안 잘살아보자는 노력을 통해 자연스럽게 일본을 극복해왔다. 앞으로의 극일도 우리가 잘사는데 요체가 있다. 일본의 사죄는 그 다음의 문제다. 힘있고 잘사는 대한민국만이 우리를 명예스럽게 하고 지킬 수 있다. 우리가 자신감을 갖지 못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이미 일본을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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