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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커피에 녹아든 인생
[시론]커피에 녹아든 인생
  • 정창훈
  • 승인 2015.08.16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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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시인ㆍ칼럼니스트
 당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골라보세요. 아메리카노(americano), 에스프레소(espresso), 에스프레소마끼야또(espresso macchiato), 에스프레소 콘파냐(espresso conpanna), 카페라떼( caffee latte), 카푸치노(cappuccino), 카페모카(caffee mocha), 플렛 화이트(flat white) 등은 커피의 종류들이다. 커피(coffee) 또는 커피차(coffee beverage)는 커피나무의 씨(커피콩)를 볶아 가루로 낸 것을 따뜻한 물이나 증기로 우려내 마시는 음료이다. 커피나무 열매의 씨는 생두라 부르는데, 여기서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의 원료는 이 커피콩이다. 커피라는 단어는 커피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의 ‘카파’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커피의 아랍어 명칭 까훼는 오스만 투르크로 흘러 들어갔고, 거기서 유럽인들이 그들의 언어로 차입해 갔다.

 지구상에서 석유 다음으로 많이 교역되는 상품이 바로 커피다. 1년에 세계적으로 약 6천억 잔이 누군가의 입을 향기롭게 한다. 이 오묘한 검은 물 한잔이 주는 느낌표는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커피의 대표적 성분으로는 카페인, 나이아신, 칼륨 등이 있는데,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은 우리 인체에서 다양한 작용을 하게 된다. 커피의 종류와 양, 농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커피 1잔에는 65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카페인은 뇌에서 집중력, 사고, 언어를 관리하는 대뇌피질을 전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특하게도 반응인자를 각성시켜 정신이 맑아지고, 기억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또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체내지방을 태우고, 이뇨작용을 촉진해 몸의 노폐물을 빼준다는 연구 결과와 폴리페놀이 있어 간기능에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어 단어 ‘커피’는 영문식 표기 coffee를 차용한 외래어이다. 커피가 한국에 처음 알려질 당시에는 영문표기를 가차해 가배라고 하거나, 빛깔과 맛이 탕약과 비슷하다 해 서양에서 들어온 탕이라는 뜻으로 양탕국 등으로 불렀다.

 최근 조사결과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 1위는 커피로 한 사람당 하루에 약 2잔 꼴로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커피믹스에 대한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2013년에 일주일 기준 소비 빈도가 가장 많은 음식은 커피로 2007년 약 8회 정도였던 것이 12.2회로 나타났고, 그 뒤로 배추김치 11.9회, 설탕 9.7회, 잡곡밥 9.6회 순으로 나타났다. 2013년 커피의 국내 생산량은 약 65만t으로 5년 전에 비해 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생산액은 약 1조 6천억 원으로 약 92% 성장세를 보였다.

 서울의 주요거리에는 100m 안에 20개 이상의 커피전문점이 있다고 한다. 새로 조성된 장유신도시의 율하천이나 대청천 주변도 커피전문점이 다수 보인다. CATS, 커피구찌, 토 프레소, 스타벅스, 할리스 등 참 많기도 하다. 그중에는 국내에서 수백 개의 지점을 오픈하고 중국시장에 진출한 브랜드도 있다.

 이처럼 대중들에게 친근감 있는 우리의 커피전문점은 70년대 다방문화에서 시작됐다. ‘다방’이라는 용어는 이미 고려시대에 사용됐으나, 커피와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커피가 들어오면서 출현한 근대 만남과 소통의 공간이었다.

 다방에 가면 금붕어가 헤엄치는 사각어항, 곤로, 난로, LP판 전축, 공중전화 박스가 있었고 테이블에는 육각형 성냥통과 동전을 넣으면 그날의 운수가 나오는 큼직한 재떨이도 기억이 난다.

 커피를 주문하면 설탕과 크림은 따로따로 통에 담겨 나왔는데 설탕은 맛이 있어서 양껏 넣었고 크림은 우유분말로 착각을 해 듬뿍 넣었으니 커피보다는 설탕 먹는 맛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각설탕으로 바뀌었지만 커피에 넣는 설탕의 양은 변함이 없었다. 각설탕이 스틱설탕으로 바뀌면서 적절한 커피와 설탕의 배합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다방의 레지들은 진한 화장을 하고 쟁반을 든 채 조금 심하게 허리를 흔들고 지나다녔다. 따뜻한 보리차를 내온 레지에게 커피를 주문하면 커피, 크림, 설탕을 2:2:2의 황금비율로 제조해준다. 커피를 마시면서 성냥개비를 쌓기도 하고 고개를 까딱이며 음악을 감상하던 시절이었다.

 대학주변의 다방문화는 청바지와 통기타 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의 만남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메모지에 듣고 싶은 노래와 사연 한두 줄을 적어 노래 주문하는 곳에 살짝 밀어 넣으면 DJ는 특유의 악센트와 낮게 깐 음성, 닭살이 돋는 혀 꼬부러진 목소리로 멘트를 하면서 신청곡을 들려주었다.

 연인끼리 음악을 듣고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 다방이 커피 이외에 알파를 제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북 카페, 키즈카페, 애견카페 등으로 진화하면서 커피를 즐기는 대중의 삶도 갈수록 풍성해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커피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커피 향이 가져다주는 평안함과 함께 커피 한 잔에 우리 인생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삶도 커피처럼 찬찬히 음미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아름답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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