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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깊은반성' 추도식 첫 언급, 아베 '가해·반성' 3년째 생략
일왕 '깊은반성' 추도식 첫 언급, 아베 '가해·반성' 3년째 생략
  • 연합뉴스
  • 승인 2015.08.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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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이 직접 써, 이례적으로 내용 변경" 패전70주년 추도식 발언 대비
일본 언론 "평화 계승 위기감 느낀다는 증거"

일본의 패전 70주년을 맞아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전쟁에 대해 추도식에서는 처음으로 '깊은 반성'을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역대 총리가 패전일에 얘기해 온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일본의 가해와 반성의 뜻을 3년째 생략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15일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구 일본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이른바 '오코토바'(お言葉, 말씀)라고 불리는 발언을 하며 전쟁 반성과 세계 평화 등을 언급했다.

그는 "여기서 과거를 돌아보고 앞선 대전(大戰)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전 국민과 함께, 싸움터에서 죽고 전화(戰禍)에 쓰러진 사람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추도의 뜻을 표명하며 세계의 평화와 우리나라가 한층 발전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이 추도식에서 전쟁에 관해 '깊은 반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또 "평화의 존속을 갈망하는 국민의 의식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오늘의 평와와 번영을 쌓아왔다"며 그간 사용하지 않던 표현도 덧붙였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역대 총리가 언급해 온 아시아 국가에 대한 가해와 이에 대한 반성의 뜻을 3년째 생략했다.

아베 총리는 "전후 70년을 맞이해 전쟁의 참화를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 그리고 지금을 사는 세대, 내일을 살 세대를 위해 나라의 미래를 개척하겠다. 그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전후 역사에 관해 "평화를 존중하고 전쟁을 미워하며 굳게 처신해 왔다"고 평가했으며 "역사를 직시하고 항상 겸양을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역대 일본 총리가 패전일 추도식에서 언급해 온 '부전(不戰) 맹세'를 2013년과 2014년 추도식에서 생략해 논란을 빚었던 아베 총리는 올해는 표현을 다소 바꿔 전쟁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역시 역대 총리가 반복해 온 일본이 아시아 국가에 큰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는 설명 등 가해 사실과 반성의 언급은 올해까지 전몰자추도식에서 3년 연속 생략했다.

아키히토 일왕과 아베 총리의 발언은 극명하게 대비를 이뤘다. 일본 언론은 일왕 발언에 특히 주목했다.

도쿄신문은 일왕의 이날 메시지에 관해 "과거의 추도식보다 한층 파고든 표현이 여기저기 반영된 점이 강한 인상을 준다"며 "전후 70년이 지나서 전몰자 추도와 평화의 계승에 위구(危懼, 염려하고 두려워함)의 뜻을 품고 있다는 증거"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추도식의 발언 문안을 아키히토 일왕이 직접 썼으며 근래에서는 전년도에 썼던 내용을 그대로 쓰다가 이번에 이례적으로 내용에 변화를 줬다고 분석했다.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 이후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추도식 외에서 쓴 것은 1992년 중국을 방문해 만찬을 할 때와 1994년 일본에 혼 한국 대통령(김영삼)과 궁중만찬을 할 때 인사말을 하며 언급한 사례가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또 국민이 평화를 갈망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에서는 헌법에 따라 전쟁하지 않는 국가를 유지한 국민의 뜻을 의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왕의 이번 메시지는 14일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에서 일본의 가해 행위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안보법안을 밀어붙여 위헌 논란을 겪는 아베 총리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헌법이 일왕을 국가의 상징,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규정한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일본인은 일왕의 일거수일투족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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