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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퇴색시킨 잘못된 상흔
광복 70주년 퇴색시킨 잘못된 상흔
  • 박춘국
  • 승인 2015.08.10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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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위원
 지난주 경남에서는 표출된 모양은 다르지만, 저의가 같은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마산 오동동 문화광장 입구에 세우기로 했던 창원 위안부 소녀상이 기초공사만 마치고 인근 상인의 방해로 더이상 공사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고, 다음은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기 위해 오는 14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자 도내 일부 골프클럽들이 이날 그린피를 공휴일에 준해 적용하면서 그릇된 상흔을 드러낸 것이다.

 위안부 소녀상 건립을 둘러싼 오동동 상인의 반대는 님비현상으로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건립추진위 관계자의 “수만 명의 뜻이 모인 소녀상이 특정 상인의 영업이익에 밀려 표류하는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상술에 밀려 소녀상을 세우지 못했다는 후세들의 비판을 어떻게 감내할지” 라는 말은 이 사안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소녀상이 들어서는 곳은 3ㆍ15의거 발원지 인근으로 오동동문화광장에서 50여m 떨어진 공터로 주민의견수렴과 주민 59%가 찬성한 여론조사 등을 통해 확정됐다. 하지만 건립예정지 인근 일부 상인들이 위치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표면적 이유는 ‘소녀상이 들어서는 곳은 주변에 유흥주점이 즐비해 취객들에 의해 훼손될 가능성’ 등이다. 표면적 반대는 이렇지만, 이들의 속내는 추모 성격의 소녀상이 유흥가와 어울리지 않아 영업에 방해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상인들의 반대가 겉으로 보기에만 그렇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실상은 특정술집 한 곳이 반대를 주도하고 있고 반대집회에 모인 10여 명도 이 술집 주인과 가족, 종업원인 것으로 알려졌다니 가관(可觀)이다. 이 술집이 현재의 건물을 헐고 7층짜리 유흥건물을 짓기 위해 건축허가를 신청해 놓았지만, 주차장 문제로 신축에 제동이 걸리자 소녀상 문제를 들고나와 안티를 걸고 있다는 견해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인근 상인 거의 전부가 소녀상이 들어서는데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고, 소녀상이 들어서면 오동동의 새로운 아이콘이 돼 침체한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하니 오는 광복절 70주년과 함께 위안부 소년상이 제자리를 잡기를 기대해본다.

 오동동 일부 상인들의 잘못된 상흔과 함께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도내 일부 골프클럽들의 작태도 공분의 대상이다. 정부가 메르스사태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고 민족적인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지정한 14일 임시 공휴일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창원컨트리클럽과 고성컨트리클럽의 상술은 돈벌이만 눈이 먼 운동시설로 밖에 안 비친다.

 특히 지난 5일 공지를 통해 14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만큼 입장요금을 주말 및 공휴일 요금을 적용한다고 공지한 창원컨트리클럽은 이날 경기 운영도 2부제에서 3부제로 시간대까지 늘렸다고 하니 “많은 비회원을 받아 돈벌이하는 골프장의 얄팍한 속이 보인다”는 지적이 마땅하다.

 14일에 평일 요금을 적용하는 나머지 도내 골프장들도 이미 정부 발표 이전에 14일 예약을 상당수 받아 요금 변경 공지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하니 입맛이 쓰다.

 일제 강점기를 되돌아보고 후손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돌아보고 축하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오동동 일부 상인들과 도내 골프장들의 자신만 아는 실망스러운 모습이 일제 강점에서 벗어난 지 70년이 된 우리 민족의 자화상은 아니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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