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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불출마 교훈
김태호 불출마 교훈
  • 박태홍
  • 승인 2015.08.10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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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가 다 아는 인물이다. 훤칠한 키, 잘생긴 용모, 단정한 옷매무새 거기에다 유머 넘치는 달변까지 갖췄으니 어지간한 연예인은 저리가라다. 이쯤 되고 보니 김 최고위원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고 일거수일투족이 기삿거리로 제공되는 인기 정치인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 도의원, 군수, 도지사, 국회의원으로 탈바꿈하면서 늘 최연소라는 닉네임을 달았다.

 김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에선 국무총리로 지명됐지만 청문회과정에서 낙마하는 시련을 겪기도 한 불운의 정치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김 최고위원은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하면서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김 최고위원은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을 거쳐 여의도 중앙정치 무대로 진출한 재선국회의원이며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최고위원이다. 화려한 정치경력의 소유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선거의 여왕이라 칭했지만 김 최고위원 역시 직간접 선거에서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 승승장구한 정치인이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김 최고위원은 차기 대권구도의 한 획을 긋고 있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시대가 요구함직한 불세출의 정치인인 김 최고위원이 내년 4월 실시되는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의 어려움으로 인해 견디기 힘든 세월을 겪고 계시는 국민여러분께 죄송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한 뒤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덧붙인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앞서 언급했지만 근대 한국정치사에서 보기 드물게 경남도의원, 거창군수, 경남도지사 연임. 국회의원재선 집권여당의 최고위원 등을 두루 섭렵한 정치인이다.

 불출마 기자회견 당시 김 최고위원은 아이들의 눈망울과 조국의 미래를 얘기했고 겉은 화려했지만 속은 텅 비어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겸손의 말도 잊지 않았다. 자조가 섞인 듯한 이날의 기자회견은 뭇사람들을 당혹게 했다.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인 그의 난데없는 불출마 선언은 한국정치판을 뒤흔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선언은 다선의원들 즉 중진용퇴론과 더불어 물갈이론 부상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빌미가 되기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의 정치역정은 화려한 듯하면서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국무총리후보에서 낙마한 후 아무런 연고가 없는 김해을 보궐선거에 나선 것도 한나라당(새누리당) 도지사 후보가 되기 위해 송은복 김해시장과의 당원경선도 이길 수 없는 선거를 이겨낸 저력의 다크호스 정치인이었다.

 경남도지사를 연임하는 동안 김 최고위원은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을 해냈다. 논리 정연한 달변, 반듯한 용모, 현장중심의 도청을 펼치는 김 최고위원은 도민들을 안위시킬 수 있었고 가까이 두면서 도정을 펼쳐나갔다.

 이러다 보니 낙마하긴 했지만 총리로 지명된 것 아닌가 싶다. 김 최고위원은 중앙정치무대에서도 항상 진일보한 생각으로 정치에 임했다. 가오리X이란 비어를 사용, 곤욕을 치르기도 하고 싸이의 말춤을 춰 세간을 놀라게 했는가 하면 최고위 회의 도중 유행가를 가미한 즉흥연설로 주위를 당황케 하기도 했다. 필자가 본 김태호는 한마디로 말하면 역발상의 귀재다. 상대방이 생각하는 바를 미리 알고 있는 듯한 예지력을 지닌 정치인이다. 총선 불출마의 변에서 “겉으로는 화려하고 속은 텅 비어 있음을 고백한다. 여기서 다음 선거를 고집한다면 자신을 속이고 국가와 국민 지역구민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예지력과 통찰력이 어디메쯤에서 재가동을 할지 이 또한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김 최고위원은 이번 일로 ‘기득권을 내던진 사람’,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인’으로 새롭게 각인 됐다. 그리고 새누리당에서는 ‘그릇이 큰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것 역시 그로서는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을 잠시나마 당혹게 한 것 또한 실보다는 득이 뒤따르는 것 아닌가 한다.

 카더라 통신에서는 불출마 후 입각설, 대권도전준비설 등 별의별 반응 및 호평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는 기득권 포기라는 등식과 함께 상징성을 나타내는 것 아닌가? 국민들은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를 오늘날의 불신정치를 여과하는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김 최고위원을 돌출발언, 일탈성 등으로 폄훼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김 최고위원은 그 어느 정치인보다 한걸음 앞서가고 있음을 보여준 선진 정치인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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