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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의 매력
캠핑의 매력
  • 정창훈
  • 승인 2015.08.09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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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시인ㆍ칼럼니스트
 올해 더위는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한낮 온도가 35도까지 오르고, 피서 인파의 거대한 이동은 입추가 지나도 계속되고 있다. 메뚜기떼처럼 수백만 명이 훑고 지나간 해수욕장, 강, 계곡, 산에 남겨진 것이라고는 오물과 자연훼손의 상처뿐이다. 여러분들의 피서는 어떠했습니까.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산이나 바다에서 텐트를 치고 밥을 지어 먹으며 야영을 했던 기억이 있는가. 나에게는 부모님과의 여행에 대한 추억은 없었지만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았던 깊은 산 속에서 보냈던 일상이 지금 생각하면 캠핑이고 전원생활이었다.

 언젠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가족끼리 여름휴가 갔다 온 이야기를 적어내야 한다고 해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진해 바닷가 쪽으로 갔었다.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바닷가에만 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해변이 아닌 뻘이 있는 곳을 가서 고무 튜브 한 번 못 띄우고 가족들 고생만 시키고 돌아왔다. 그 이후로 가족들은 바닷가로 여행을 가자는 애길 꺼내지 않았다.

 사람들에겐 캠핑에 얽힌 한두 가지 추억쯤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즐거웠던 기억이든, 고생만 죽어라 했던 기억이든 추억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웃음 짓게 할 것이다.

 캠핑(camping)은 자연과 더불어 밤을 보내는 야영의 영문표현으로 이제는 캠핑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그 의미가 친숙하게 와 닿는다. 캠핑의 재미는 불장난이다. 버너로 불 켜서 음식을 해먹는 과정이 즐겁다. 술을 마셔도 산속이나 바닷가에서 자고 일어나면 신선한 공기 때문인지 그리 취하지도 않는다. 캠핑을 가기 위해서는 텐트를 비롯해 매트, 랜턴, 의자, 야전침대 그리고 조리도구들까지 20여 가지가 넘는 준비물들을 싸서 배낭에 넣고 차량 짐칸에 싣고 가야 한다.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조리하는 일도 번거롭지만 캠핑 후 용품을 정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캠핑용품 세트를 장만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비싼 돈을 들여 캠핑용품을 장만해도 이러한 불편함들 때문에 1년에 한두 번 캠핑을 가는 것이 고작이다.

 그 모든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캠핑의 매력은 무엇일까. 편리와 안락을 잠시나마 거부하는 행위에 왜 그토록 빠지게 되는 걸까. 캠핑은 최소한의 도구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어른의 놀이다. 도시의 콘크리트 빌딩에 갇혀있던 무기력한 육체를 끌어내어 육체성을 되살리고 오감을 일깨우는 시간이다. 통제가 불가능하고 예측이 어려운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의 감각을 예민하게 되살려 진화를 꿈꾸고, 문명의 노예로 살아가며 소비로만 존재를 증명 받던 일상을 벗어나 다른 삶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다. 결국 캠핑은 우리 유전자 안에 각인된 야생의 기억을 재생함으로써 나라는 존재를 확장시키는 경험이다.

 이러한 캠핑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캠핑카나 트레일러를 이용한 오토캠핑, 럭셔리 캠핑인 글램핑, 간단한 장비만으로 오지나 먼 섬 등에서 캠핑을 즐기는 미니멀캠핑과 부시크래프트, 극한 상황에서 생존을 즐기는 서바이벌캠핑과 더불어 힐링코드에 맞춰 숲 해설 프로그램, 숲 치유 프로그램 등과 같은 힐링형 캠핑의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중에서 화려한의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인 글램핑(glampin

g)은 텐트와 연료 등의 필요한 도구들이 모두 갖춰진 곳에서 즐기는 캠핑을 뜻한다.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캠핑은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나들이가 글램핑이다. 캠핑을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 있어서 말 그대로 몸만 가면 되는 글램핑은 전국 각지에 자연 환경이 수려한 곳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글램핑은 산업혁명 시기 영국에서 시작됐다. 당시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노후화된 도시를 활성화하고자 도시별로 마케팅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페스티벌이 활성화됐는데 당시 숙박시설로 ‘팝업호텔(pop up hotel

)’이 생겨났다. 팝업호텔이란 캔버스 텐트를 이용해 일시적으로 만든 것으로 페스티벌 기간에 숙박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도 영국의 글램핑은 지역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팝업호텔들이 자연스럽게 ‘글램핑’으로 발전했고, 미국이나 호주로 건너가 자연환경과 만나면서 고급 아웃도어 문화로 진화했다. 미국이나 호주의 글램핑은 트레킹, 자전거 하이킹, 제트스키, 승마 등 자연 속에서 즐기는 활동들을 위주로 운영된다. 글램핑은 북미와 유럽에선 이미 보편적인 캠핑 문화다.

 호화스런 글램핑이 아니라도 좋다. 당장 침낭과 텐트를 꺼내 배낭을 꾸리고 싶어진다. 버들치가 헤엄치는 고향의 계곡에 텐트부터 쳐놓고, 뼛속까지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싶다. 휴대전화는 반납하고 세상과의 소통도 당분간 멈추고 싶다. 서늘한 밤의 냉기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정화하고 밤하늘의 별을 목이 부러져라 올려다보고 싶다. 랜턴 불빛에 의지해 잠들기가 아까울 만큼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다. 텐트 사이로 비쳐드는 눈부신 햇살과 새들의 지저귐에 일어난다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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