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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의회 의장단 낯 뜨거운 짓
김해시의회 의장단 낯 뜨거운 짓
  • 박춘국
  • 승인 2015.08.06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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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위원
 1644년(인조 22년)에 대과(大科)에 급제해 호조판서 등을 지낸 김좌명이 하인 최술을 서리로 임명해 중요한 자리를 맡겼다. 얼마 후 과부인 최술의 어머니가 찾아와 그 직책을 떨궈 다른 자리로 옮겨달라고 청했다. 이유를 묻자 어머니가 답했다. “가난해 끼니를 잇지 못하다가 대감의 은덕으로 굶지 않고 살게 됐습니다. 제 아들이 중요한 직책을 맡자 부자가 사위로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처가에서 뱅어국이 맛이 없어 못 먹겠다고 합니다. 열흘 만에 교만한 마음이 이 같으니, 재물을 관리하는 직무에 오래 있으면 큰 죄를 짓게 될 것입니다. 외아들이 벌 받는 것을 그저 볼 수 없습니다. 다른 일을 시켜주시고 굶지 않게 쌀 몇 말만 내려주십시오” 김좌명은 기특히 여겨 그대로 해 줬다고 한다. 그릇이 안 되는 인물이 지나치게 높은 벼슬에 오르는 것을 경계한 일화로 장지연이 쓴 일사유사(逸士遺事)에 나온다.

 최근 선출직 공직자들의 낯 뜨거운 짓에 국민이 공분하고 있다. 국민은 “감이 안 되는 놈들이 자리를 차지하니 이런 일이 생긴다”는 쓴소리들을 한다.

 김해시의회 새정치민주연합 박민정 의원이 “의장단이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 일주일 여 만에 의장을 비롯한 위원장들이 1천여만 원을 자진반납 하는 일이 있었다.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의혹을 제기할 당시 배창한 의장을 비롯한 김해시의회 의장단들은 “관행적으로 밥값을 내는데 사용돼 왔다”고 해명하면서 “지자체장 업무추진비 사용에 준해 집행했다”고 해명했다. 잘못된 지출이 없었다고 해놓고 문제의 돈을 스스로 반납한 것은 이해가 어렵다.

 업무추진비를 자진 반납하면서 “업무추진비 사용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한 4월 지침 개정 전에도 기존 지침에 맞춰 집행했으나 영수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실제 사용내역과 다른 경우가 있었다. 그렇지만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하니 의장단 모두 도의적으로 대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라는 배창한 의장의 변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김해시의회 의장단이 1천여만 원을 자진 반납한 이유는 좁혀오는 사법당국의 수사에 대비하지 않았느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작태를 보면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태도를 빗댄 해구상욕(骸垢想浴)이 떠오른다. 천자문 구절에 나오는 해구상욕은 몸에 때가 끼면 목욕할 것을 생각한다는 의미다. 1천여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반납한 김해시의회 의장단에게 심욕(心慾)이 아닌 마음에 낀 때를 씻는 심욕(心浴)을 권한다.

 김해시의회 의장단들의 때 묻은 업무추진비와 함께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창원시의회의 모 상임위원장과 보험설계사를 호텔로 불러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의 추태도 세간에 화제다.

 창원시의회 모 상임위원장은 의회 회의실에서 의회 소속 여직원을 껴안았다가 여직원이 항의하자 다음 날 20만 원이 든 봉투를 전달하려고 해 돈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구미가 지역구인 심학봉 의원의 성폭행 사건도 사후에 돈으로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까지 일면서 일파만파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가 진술을 번복한 보험설계사도 심 의원과 함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40대 보험설계사는 지난달 24일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에게 성폭행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당일 경찰 조사에서 “심 의원이 7월 13일 오전 나에게 수차례 전화해 호텔로 오라고 요구했고 호텔에 가자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성폭행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2ㆍ3차 조사에서는 “성관계한 것은 맞지만 온 힘을 다해 거부하지는 않았다”며 “심 의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한다. 초등학생이 봐도 일이 확대되자 대가를 주고 받아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심이 강한 사건이다.

 김해시의회 의장단, 창원시의회 상임위원장, 심학봉 국회의원. 이들 정치인 곁에 최술의 어머니 같은 분들이 있었다면 공직에 나가는 것을 말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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