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7:51 (화)
공무원과 골프
공무원과 골프
  • 이광수
  • 승인 2015.08.04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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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엊그제 영국에서 개최 된 브리티시 오픈 골프대회에서 우리나라의 박인비 선수가 우승을 차지해 대망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더욱이 한국 선수가 나란히 1~3위를 독차지해 세계여자골프계가 한국사람 독무대가 된 느낌이 들었다. 이번 우승으로 한국계 여자골프선수가 메이저대회 12승을 달성했다고 하니 세계가 놀랄 만하다. 그런데 이런 것을 두고 미국 골프계에서 한국선수의 메이저대회 진출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외신도 읽었다. 일종의 시샘일 것이다.

 요즘 밥술깨나 뜬다는 사람들치고 골프 안 하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붐을 이루고 있다. 좁은 땅덩어리에 험한 산을 깔아뭉개 골프장을 만드는 바람에 환경단체나 농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시내 도시공원지역엔 골프연습장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서 성업 중이고 실내 스크린 골프장도 아줌마부대와 골프연습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국내 골프장 수도 500개에 가깝다니 골프공화국을 연상하게 한다. 우리나라도 중진국 수준을 살짝 넘어섰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생각하면서도 골프가 과연 대중스포츠일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그린피, 캐디비, 식대 등 최소 15만 원을 써 가면서 서민대중이 즐길 만큼 우리네 살림살이가 여유로울까 하는 점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퍼블릭코스가 많이 개발돼 3~5만 원으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아직도 중견 대기업의 80%에도 못 미치는 급료를 받고 있는 공직자들이 여유롭게 즐길만한 스포츠인가 하는 점이다.

 얼마 전 모 도백께서 시군공무원 친선골프대회를 개최한다는 말에 언론과 도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자기 돈 내고 외국 출장길에 가족들과 골프 쳤다고 여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판에 왜 그런 발상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물론 공무원 사기진작을 위해 그런다고는 하지만 왜 하필 골프인가. 시군공무원 친목도모체육대회라도 열면 안 될까. 국리민복과 안전을 책임진 공무원에겐 무한정의 책임이 뒤따른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비상연락망이 항상 대기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비상사태나 윗사람이 부재중엔 재가상태까지 유지해야 한다. 이런 때 골프를 치다가 중징계를 당한 공무원이 어디 한둘이었던가. 특히 접대성 골프는 공공연한 공직비리로 사정 당국의 감시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존경하는 법조인 한 분은 평생 골프채를 잡지 않는다고 했다. 설령 자기 돈을 내고 친구들과 라운딩했다고 해도 남들이 그렇게 믿겠냐고 했다.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었다. 그런데 이런 그린피 문제를 떠나서 민심의 향배이다. 골프는 아직 공직자들이 즐길 놀이가 아니라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라는 점이다. 이 글을 읽을 골프 마니아들은 나를 골프편견에 사로잡힌 꽉 막힌 사람으로 취급할지 몰라도 높은 그린피와 비대중성, 시민들의 인식 측면에서 아직 골프가 서민들 특히 공직자가 즐길만한 대중스포츠가 못 된다고 말하고 싶다. 을지연습이 다가온다. 혹시 이런 때 골프 하다가 신세 망치는 아둔한 공직자가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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