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3:45 (목)
사랑은 참 마법 같은 것
사랑은 참 마법 같은 것
  • 한중기
  • 승인 2015.08.03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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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기 두류인성교육연구소 소장
다양한 페르소나 속 ‘우리’
맨얼굴과 가면 조화 중요
자신의 참모습 찾아야

 세 달째 월요일 저녁마다 함안군 수화통역센터에서 여고생 3명, 중년 여성 2명과 함께 아주 초보적인 수화배우기에 제법 쏠쏠한 재미를 붙이고 있다. 농아인들이 자주 쓰는 단어와 지문자 공부를 하던 중 영화 ‘연평해전’ 관람 기회가 있었다. 박동혁 상병(이현우)의 어머니 역할을 한 배우 김희정이 ‘아들을 잃은 슬픔’을 수화로 연기하는 장면은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들을 잃은 엄마의 아픔도 아픔이지만 청각장애인의 그 특수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은 이 장면을 영화의 대표적 클라이맥스로 각인시켰다. 수화연기를 실감나게 했던 배우 김희정은 이 영화 이전까지 ‘재연 배우’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지만 가슴 저미는 ‘수화 연기’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녀처럼 누구나 살다보면 중요한 계기가 있게 마련이다. 대학입시 공부에 잠시 눈돌릴 틈도 없을 시기에 남이 보면 ‘한가하게’ 수화공부를 하고 있는 여고생들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고. 답은 간결했고, 뜻은 깊었다. 장래 꿈이 사회복지사, 언어치료사이기 때문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음을 먼저 가져야 하고, 봉사를 위해 그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화를 배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셋이 저마다 좋아하는 아이돌 팬덤은 다르지만, 같은 꿈을 꾸고 있기에 함께 수화를 배우는 이들은 9월 초 예정된 수료식 때 발표할 수화노래를 만장일치로 혼성 듀엣 에스프레소가 부른 ‘사랑은 참 마법 같은 것’으로 결정했다. 평소 배운 ‘곰 세 마리’나 ‘뽀뽀뽀’ 같은 간단한 동요에 비해 난이도가 제법 높아 아직 어색하고 서툴지만 신나고 재미있게 연습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시대 우울한 청소년의 이미지는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며칠 전 성적표 때문에 혼날까봐 집을 나와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붙잡힌 한 중학생의 이야기와 지난 6월 미국 명문대학교에 동시합격 했다던 천재소녀의 비극적인 결말 뉴스가 오버랩 된다.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며 스스로 만들어 낸 허구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일삼는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생소한 용어조차 보편화 되는 요즘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로마시대 배우가 자기배역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한데서 유래된 ‘페르소나(Persona)’라는 용어가 있다. 요즘 우리나라 영화계에서는 감독의 분신으로 특정 배우를 많이 지칭하기도 하지만, 심리학 용어로 더 유명하다. 사실, 우리는 다양한 페르소나, 즉 가면을 쓰고 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 사회교육을 통해서 배운 도덕, 질서, 의무 등을 따르며 자신의 본성을 감추거나 다스리기 위해 각자의 페르소나를 갖게 된다.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학생으로서, 기업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의 페르소나 등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기위한 갖가지 페르소나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페르소나만 갖고 살 수 없고, 맨얼굴로만 살 수도 없다. 두 가지 얼굴을 적절하고 조화롭게 구분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페르소나를 자신의 본성과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다. 성공이나 권력, 자신의 탁월한 외모를 자기 자신으로 오인하고 있다가, 권력을 잃게 되고, 사업에 실패하면 곧 자기 자신이 무너지고 사라진 것으로 인식하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을 페르소나의 팽창이라고 말하는데,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큰 문제가 생겨 열등감에 빠지거나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기 일쑤다.

 “자기는 보이지 않는 친구이며, 내 가슴 속에 있는 한 사람의 영혼”이라는 말처럼 자아실현을 위한 자신의 참 모습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존감과 사랑으로 삶의 에너지를 충전했으면 한다. 단테가 ‘베아트리체’와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중세 암흑기의 종식을 고하게 한 불멸의 작품 ‘신곡’을 탄생시켰던 것처럼 사랑은 가슴 설레는 삶을 만들어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랑은 참 마법 같은 것, 내 모든 것을 바꿔 버리는 그런 사랑”이라는 노랫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삼복더위도 아랑곳 않고 수화노래 삼매경에 빠진 세 여고생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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