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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녹화ㆍ흰 지붕으로 도시더위 극복
옥상 녹화ㆍ흰 지붕으로 도시더위 극복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5.08.02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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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무더운 여름이면 생각하는 게 있다. 말똥 냄새를 맡으며 먹던 빙수다. 분수 로터리가 들어서기 전 마산의 서성동 지금의 KT건물 주변은 널찍한 광장이었다.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먼지가 펄펄 날던 이곳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인근 청과시장의 물건을 실어 나르는 말 수레꾼들이 대기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들에게 국수도 말아 팔며 여름이면 빙수를 만들어 파는 아주머니는 대패의 날을 끼운 레일 같은 나무판위로 왔다 갔다 하며 얼음을 깎아 빙수를 만들었다. 팥과 여러 가지 맛을 내는 색소를 넣은 빙수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맛이 좋았다. 그때의 아련한 추억을 생각하면 절로 무더위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때는 지금처럼 덥지도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기온이 32도가 되면 신문에 실릴 정도였다. 35~37도가 예사인 요즘과는 여름이 많이 달랐던 시절이다. 황토벽이 많았고, 길은 흙이었다. 지금처럼 가로수가 많았던 시절이 아니지만 그때 여름은 부채와 선풍기면 견디기에 충분했다. 지금처럼 온난화가 훨씬 덜했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불볕더위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의 도시는 열을 먹는 스펀지와 같다. 콘크리트 건물에 아스팔트, 보도블록으로 흙을 밟기가 어렵다. 동네 도랑은 콘크리트로 덮였고. 전신주도 나무에서 콘크리트로 바뀌었다. 어느 곳 하나 열을 먹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니 도시가 더울 수밖에 없다. 지난 100여 년 간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7대 대도시의 평균기온은 1.85도 상승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지난 130년간 0.85도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매우 크다.

 수년 전부터 도시의 열섬현상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옥상 흰빛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건물 옥상 바닥이나 지붕을 하얗게 칠해 햇빛을 반사시켜 지붕이 흡수하는 태양열을 줄이는 방법이다. 나무를 심는 옥상 녹화 방법보다 적용범위가 넓고 비용이 저렴해 외국은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쿨루프(Cool Roof)라는 것으로 미국 에너지부는 어두운색 지붕은 한낮 온도가 66도까지 올라가지만 흰색으로 바꾸면 28도 이상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신축, 재건축 건물에 쿨루프를 의무화하고 있다.

 옥상녹화도 한때 붐을 이뤘다. 한때 여름이면 최고의 기온을 기록했던 대구시는 옥상녹화로 도시온도를 3도 이상 낮췄다는 보고를 하기도 했다.

 도시에 숲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산림청은 2천755곳인 전국의 도시숲을 2017년까지 4천558억 원을 들여 4천2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올해도 1천131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 559곳에 도시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도시숲은 여름 한낮의 평균 기온을 3~7도 낮춰준다. 플라타너스 한 그루는 하루 평균 15평형 에어컨 10대를 7시간 가동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도시 열섬 현상은 도시의 높은 빌딩이 일으키는 계곡 효과와 에어컨 사용 등으로 발생하는 잉여열, 대기 중의 방사량에 변화를 주는 대기오염도 원인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건물의 기하학적 배치다. 마구잡이로 서는 빌딩은 바람길을 막아 대류현상에 의한 냉각 작용을 상실시킨다. 대표적인 도시가 옛 창원이다. 분지 지형인 창원은 개발 이전만 하더라도 바람이 불어 더위를 식힐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의 창원은 여름이면 거의 바람이 불지 않는다. 도시 전문가들은 바람길을 고려하지 않고 건물을 세운 탓이 크다고 한다.

 창원시는 오래전 바람지도라는 것을 만들었으나 이것을 도시공간구조를 설계하고 열섬현상을 줄이는데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옥상녹화에 관심을 보여 공공기관의 옥상에 나무를 심기도 했으나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는 실패했다. 환경도시를 자랑하는 창원시가 열섬현상에 둔감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도시 표면적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옥상이다. 지금 당장 시청사와 구청청사 옥상부터 흰색으로 바꾸고 서울처럼 옥상 흰빛 캠페인이라도 벌여보는 것은 어떨까. 옥상만 잘 다스려도 40여 년 전처럼 부채만으로 여름을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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