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3:33 (목)
연꽃을 생각하며
연꽃을 생각하며
  • 정창훈
  • 승인 2015.08.02 2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창훈 시인ㆍ칼럼니스트
 다산 정약용은 ‘소서팔사(消署八事)‘라는 시에서 대자리 위에서 바둑 두기, 소나무 숲에서 활쏘기, 누각에서 투호 놀이 하기,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뛰기, 숲 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달 밝은 밤에 발 씻기, 비 오는 날에 시 짓기와 함께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도 무더위를 즐기는 피서법으로 소개를 했다.

 경남 고성군 상리면 척번정리에 위치한 상리연꽃공원은 지난 2005년 조성됐다. 연못 한가운데까지 데크와 징검다리가 길게 뻗어 있어 한층 가까이서 연꽃을 만끽할 수 있고 흙길 탐방로와 돌탑, 단아한 정자까지 어우러진 풍경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특히, 연못 속을 들여다보면 개구리, 다슬기, 왕 우렁이, 물고기 등 다양한 수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연꽃이 만발하기 시작하는 6월께부터 인근 사방에 연꽃 향기가 퍼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벽 물안개를 드리운 상리연꽃공원의 동쪽 하늘이 열릴 무렵 연못 위의 수많은 연꽃송이들은 천상의 화원을 만든다. 그 청초하고 영롱한 연꽃모습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신비로운 기운을 느끼게 한다. 연꽃을 생각하면 깨끗하다. 아름답다. 고요하다. 편안하다. 더 이상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청결, 신성, 순결한 꽃말의 연꽃은 꽃에서부터 뿌리에 이르기까지 식용 및 약용으로 쓰이고 물을 청정하게 하는 수생식물이다. 그윽한 향기와 아름다움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꽃 중의 군자, 화중군자라 불리는 연꽃은 쌍떡잎식물로 수련과의 여러해살이 수초다. 아시아 남부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가 원산지이다.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청결하고 고귀한 식물로,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어 온 식물이다. 연못에서 자라고 논밭에서 재배하기도 한다. 뿌리줄기는 굵고 옆으로 뻗어 가며 마디가 많고 가을에는 특히 끝 부분이 굵어진다.

 연꽃은 군자의 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것은 송나라 주렴계의 애련설에서 유래한다. 그 글에서 연꽃을 속세에 물들지 않는 군자나 고결한 선비로 상징했다. 연이 진흙에서 나오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점을 높이 산 것이다. 국화가 꽃 가운데 은자이고, 모란이 꽃 가운데 부귀한 자라면, 연은 꽃 가운데 군자라는 것이다.

 연꽃에는 우리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분홍빛 홍련과 흰색의 백련이 있고 가시연은 국내에서 자라는 식물 중 가장 잎이 크다. 작은 것은 지름 20㎝, 큰 것은 2m에 달한다. 잎 표면은 주름이 져 있고 가시가 돋쳐 있다. 연 중에서 가장 늦게 꽃이 피는 종으로 대개 8월이 돼야 꽃을 볼 수 있다. 가끔 가시연은 이 잎을 뚫고 올라와 꽃을 피우기도 한다. 가시연은 연꽃 중에서 가장 희귀종으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돼 있다.

 노랗고 둥근 꽃을 피우는 개연은 꽃은 노랗고 둥근 꽃이 제법 야무져 보이는 꽃으로 지름은 약 5㎝ 정도다. 꽃잎은 여러 장, 직사각형이다. 어리연꽃보다는 크지만 수련보다 작다. 개연, 왜개연, 남개연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중 꽃 가운데 붉은색이 있는 것이 남개연이다.

 어리연은 7~8월에 꽃이 핀다. 새끼손톱만큼 작은 꽃으로 솜털 같은 톱니가 꽃 주변에 둘러서 있다. 흰색을 띤다. 연꽃 중 가장 작고 귀여운 꽃을 피운다. 흰색 꽃 가운데 노란 반점이 있다. 꽃 전체가 잔털처럼 갈라져 있어 마치 조화 같은 느낌을 주는 꽃이다.

 5월부터 9월까지 꽃이 피고 지는 수련은 주로 관상용 꽃이다. 연꽃보다 꽃이 작지만 더 화사하다. 또 연꽃에 비해 수면 가까이에서 꽃을 피우며 연밥이 없다. 수련(睡蓮)이라는 이름은 물에 피는 연꽃이라는 뜻이 아니라 잠(睡)자는 연꽃이라는 뜻이다. 이는 수련이 아침이 피었다가 저녁이면 다시 꽃을 오므려, 밤이면 잠을 자는 것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수련은 아침 10시경이나 돼야 꽃을 피우고 오후가 되면 차츰 꽃잎을 닫는다고 한다.

 연꽃이 우리들의 삶에 주는 여러 가지 의미들이 있다.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주변의 부조리와 환경에 물들지 않고 고고하게 자라서 아름답게 꽃피우는 사람을 연꽃같이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물이 연잎에 닿으면 그대로 굴러떨어질 뿐이다. 물방울이 지나간 자리에 그 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다. 이와 같아서 악과 거리가 먼 사람, 악이 있는 환경에서도 결코 악에 물들지 않는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연꽃이 피면 향기가 연못에 가득하다. 한 사람의 인간애도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기도 한다. △연꽃은 어떤 곳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한다. 바닥에 오물이 즐비해도 그 오물에 뿌리를 내린 연꽃의 줄기와 잎은 청정함을 잃지 않는다. △연꽃의 모양은 둥글고 원만해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온화해지고 즐거워진다. △연꽃의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하다. 그래서 좀처럼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는다. 이와 같이 생활이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으면서도 자기를 지키고 사는 사람을 연꽃처럼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연꽃을 꿈에 보면 길하다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