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5:40 (금)
제대로 된 ‘인사이드 아웃’
제대로 된 ‘인사이드 아웃’
  • 김혜란
  • 승인 2015.07.29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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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요즘 한창 언론의 단골손님이 되고 있는 보복운전은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는 좋은 예다. 그런데 보복운전은 도로 교통법이 아닌 형사처벌을 받는 폭력행위이다. 증명할 길이 없어서 그냥 넘어가기 일쑤이던 이 길 위의 ‘공포’는 블랙박스 덕택에 증명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직은 경찰서에 가도 처벌받게 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로 관할구역을 밀기도 하고, 대충 합의를 보게도 만든다. 처벌만이 다가 아니니 이해는 가지만 어이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도대체 보복운전은 어떤 감정이 난리를 치는 것일까?

 폴 에크먼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대 여섯 개의 공통된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 감정들의 표현은 다 비슷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심리연구의 역사로 보면 최근의 일이다. 그만큼 인간의 감정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고 또한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특히 보복운전은 분노와 경멸 등의 감정이 끓어오를 때 시도한다. 간혹 슬픔이나 공포도 한몫을 할 것이다.

 픽사에서 만든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화제다. 애니메이션이어서 아동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어른들이 먼저 봐야 한다.

 인간의 감정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을 제대로 쉽게 해놓고 있기 때문인데 특히 자신이 감정조절에 장애가 있다고 여기면 꼭 보기를 권한다. 이를테면 ‘보복운전’을 해 보았거나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어쩔 줄 몰라한 경험이 있다면 사고 치기전에 꼭 봐야할 어른용 ‘감정교육’ 영화다.

 12살 소녀 라일리의 마음 그러니까 감정조절본부에서 이 아이의 기억을 만드는 기쁨과 슬픔, 분노와 경멸, 공포(혹은 소심)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장기기억과 핵심기억을 어떻게 구분해서 저장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기쁨이 전반적으로 라일리의 감정을 주도하지만 영화속에서 시간이 갈수록 기쁨만 있고 다른 감정이 없다면 역시 제대로 살 수 없음을 알게 해준다. 원안에서 나오지 말고 감정단추를 절대 손대지 말라고 명령받는 슬픔은 극적인 순간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휘한다.

 특히 기쁨이 슬픔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때 함께 살아가는 것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 기쁨이 뒤에 남겨 두고 떠나온 슬픔을 찾으러 갈 때, 라일리의 상상 속 친구 빙봉은 자신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희생해서 기쁨이 잊혀진 기억창고에서 탈출하게 해 준다.

 찡하다. 감정들도 서로 돕고 희생하고 사는구나….

 조금 발을 더 떼면 행복과 불행의 관계도 돌아봐진다. 사람들은 어떤 것이 행복이고 불행인지 꽤 오랫동안 정의내리면서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불행 따위는 근처도 오면 안 되고 행복만이 가득한 시간을 살아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행복할 자유가 있다면 불행할 자유도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 자기계발이나 자기관리는 전혀 하지 않는 인간취급을 받는다.

 분명한 사실은 불행이 존재하기 때문에 행복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불행을 알아야 행복이 무엇인지도 안다. 또 행복과 불행은 여러 감정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들의 존재를 늘 알리고 있다.

 영화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다섯 가지 감정이든 다섯 가지가 비벼진 행복과 불행이든 그들의 주인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그들 중 기쁨을 세게 혹은 슬픔과 분노를 강하게 만들기도 하는 주체, 행복을 선택하고 불행을 버리는 선택의 주체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영화에서는 소녀를 좌지우지 하는 주체가 마치 감정인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게 표현하고 있다.

 라일리가 순전히 마음본부의 감정들로 조절되는 듯한 표현은 분명 오류다. ‘Inside Out’이 잘못되었다. 자칫 과학자들이 말하는 뇌의 원리도 마치 뇌가 인간의 주인인 것처럼 착각할 수 있어서 조심스럽게 봐야한다.

 보복운전을 감행한 누군가도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자신 행동의 주체가 자신이 아니라 ‘감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자신이 감정의 주체가 아니라 감정이 자신의 주체라고 여기는 순간부터, 보복운전이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일’ 이라고 비겁하게 말할 수 있다.

 더운 여름날, 감정의 주인인 나를 배신하고 스스로를 감정의 노예로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제대로 ‘Inside Out’하면 알 수 있다. 내 감정은 내가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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