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5:02 (목)
독서 매력으로 이끌기
독서 매력으로 이끌기
  • 이유갑
  • 승인 2015.07.28 2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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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갑 지효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심리학박사
 영재와 창의성이라는 과목을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중에서 누가 더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학생들에게서 나타나는 첫 반응은 당연히 어리둥절 그자체였다. 우리가 감히 이렇게 훌륭한 분들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둘 다 뛰어난 천재이지만, 그래도 창의성이라는 기준에서 본다면 누가 좀 더 앞서는지를 판단해보라’고 말해줬다. 그러자 학생들은 각자의 생각을 조심스레 말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그때 필자가 내놓은 판단은 이랬다.

 “아주 효율적이고 편리한 컴퓨터 운영체계를 개발해서 전 세계의 PC 시장을 지배한 빌 게이츠 역시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창의적인 사람이지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첨단의 이동 통신기기인 휴대폰에 PC의 기능을 첨가하겠다는 발상을 한 잡스가 좀 더 창의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 세계를 뒤흔들 정도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음으로써 현대인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송두리째 변화하게 만든 잡스는 지금 하늘나라에서 과연 만족해하고 있을까? 생전의 잡스는 이미 스마트 폰의 폐해를 알고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스마트 폰 사용을 상당히 제한했다고 들었다.

 지하철이나 경전철을 타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 폰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무엇에 그렇게 집중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신문이나 책과 같은 전통적인 활자매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낯설기도 하고 많이 아쉬운 모습이다. 대학생들이 타고 다니는 통학버스 안의 풍경 역시 별로 다르지 않기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의 입장에서 애가 타고 답답하다.

 아주 먼 옛날 공자께서 독서(讀書)와 사색(思索)의 관계에 대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책을 읽지 않고 생각만 하면 공허한 관념에 빠지게 되고 책만 읽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남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따르게 되는 교조주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칸트 역시 독일어로 표현했지만 거의 흡사한 내용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선각자들은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에게 생각을 하다 보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알게 되고,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는 이치를 일깨워 주신 것이다.

 또 하나 좋은 사례로서 뛰어난 광고 카피라이터인 후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천부적인 감각과 창의적 재능을 자랑하던 뛰어난 이 후배도 점차 아이디어가 고갈되는 것을 느끼고 젊은 사람들에게 밀리고 있다는 스트레스에 빠질 즈음 과감하게 장기간의 휴가를 냈다. 처음 며칠 동안은 그동안 쌓이고 쌓인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었고 그 후에는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만 읽었다고 한다.

 회사에 복귀한 후에 이 후배는 계속 탁월한 창의적인 결과물들을 내놓으면서 다시금 자기의 일에 만족하고 행복해졌다고 했다. 이 에피소드 역시 아무리 하늘이 준 비범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일지라도 어느 시기에 책을 읽고 사색하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그 재능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이야 말할 필요가 있으랴.

 첨단 과학기술의 덕택으로 만들어진 문명의 이기(利器)들이 세상을 바꾸어 놓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아주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독서의 기본적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남보다 더 앞서가고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 독서는 더더욱 필요한 덕목이다. 요즘 많이 읽히고 있는 ‘리딩(reading)으로 리드(lead)하라’는 책에 보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인문고전의 독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교육해온 집안의 자녀들이 인생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실제로 매우 높으며 시민들에게 인문고전을 폭넓게 독서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마련해준 나라는 반드시 융성한다고 나와 있다.

 자녀들이 이렇게 효용성이 높은 독서의 습관을 가지도록 부모들이 나서서 애써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바쁜 일상이지만, 부모들이 집에서 책을 가까이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녀들이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들은 미국의 한 시민 단체가 주도하는 ‘TV를 끄고, 인생을 켜라(Turn off TY, Turn on life)’는 운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TV나 인터넷 없이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만큼 남는 시간을 신문이나 책 읽기로 이어가려는 시도이다. ‘e-미디어 다이어트 데이’라는 재미난 날도 빠뜨릴 수 없다. 우리가 때로는 다이어트를 위해 금식하듯이, 온 가족이 매달 몇째 주 어떤 요일을 아예 TV와 인터넷을 쓰지 않는 날로 삼자는 것이다.

 책 읽어주는 엄마만이 아니라 일찍 귀가해 자녀들에게 책 읽어 주는 아빠가 많아지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독특한 기름 냄새가 풍기는 신문을 찾는 어른들이 늘어나면 전자기기에 익숙한 신세대들을 독서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내일로 미루지 말고, 오늘부터 집에서 신문과 책을 즐겨 읽는 근사한 엄마와 아버지가 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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